공기 소모율을 알면 다이빙이 훨씬 스마트해진다.
물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쨍한 시야에 햇빛이 부서지는 다이브 사이트에서 여러분은 다이빙을 계획하고 진행합니다. 30m 정도 되는 수심에 있는 난파선 뱃머리 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계획한 수심까지 하강 후 난파선 뱃머리에 다다랐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순간, 버디가 공기 부족 시그널을 보냅니다. 다이빙에선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여러분은 버디와 함께 상승 후 다이빙을 끝내죠. 그리고 다음엔 새로운 버디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실제로 현실적인 다이빙 세계에선 은근히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다이버가 다이브 센터에서 지정해 주는 버디와 함께 다이빙할 경우, 평소 그 버디의 다이빙 습관이나 공기 소모율을 전혀 모르기에 예상이 힘들죠. 그러다 보니 실망스럽게 다이빙을 끝내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이 때문에 다이빙 일행끼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답니다.
사실 좋은 공기 소모율의 기준이 되는 숫자는 없어요. 좋은 다이버는 경험과 태도로 말합니다. 하지만 이를 서로 비교하며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망신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버디의 다이빙 습관과 태도에 대해 더 잘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며 배려해 주는 것도 다이빙 에티켓이니까요.
공기가 부족해 다이빙을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내거나 공기 부족으로 급하게 상승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사실 이런 상황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다이빙을 계획할 때 몇 가지 기본적인 계산을 통해 다이빙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호흡 가스의 양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이브 타임을 계획할 수 있어요. 테크니컬 다이버들은 매 다이빙마다 가스 소모율을 계산해 이용하고, 이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가르칠 때도 어드밴스드 코스 교육을 할 때 딥 어드벤처 다이빙에서 공기 소모율 계산법을 가르쳐요. 딥 스페셜티 코스의 경우, 이를 좀 더 심화시켜 가르칩니다. 사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과정에 공기 소모율 계산법은 커리큘럼에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버 각각 자신의 공기 소모율을 알고, 숫자로 좀 더 명확하게 자신의 다이빙 호흡 상태를 체크해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이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이버가 자신의 평균적인 공기 소모율을 계산할 줄 알면, 이를 다이빙 계획에 적용해 보다 스마트한 다이빙을 실행할 수 있어요. 공기 소모율 계산에 필요한 SAC과 RMV 개념만 잘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천천히 절 따라오세요.
수면에서 나는 공기를 얼마나 쓰는가?
SAC은 ‘Surface Air Consumption’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수면에서 공기를 소비하는 양을 말합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는 다이빙할 때 주로 공기를 쓰지만, 테크니컬 다이버는 다이빙할 때 혼합 기체를 쓰기도 하기에 테크니컬 다이빙에선 SGC(Sunface Gas Consumption)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이버가 특정 다이빙에 필요한 공기 소모율을 계산하기 위해 우선 수면을 기준으로 다이버가 공기를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해요.
SAC 구하는 방법
여러분은 실제 다이빙을 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SAC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수심 10미터 정도에 편편한 바닥이 있는 다이브 사이트에서 하강을 시작해 목표한 수심에 다다르면 거기서 잠시 부력을 조절하세요. 이후 10분 동안 10미터 안정적인 수심을 유지하면서 수영할 겁니다.
출발 전, 여러분의 수심과 공기량(잔압), 시간을 슬레이트에 적어두세요. 준비가 되면, 10분 동안 10미터 수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편안한 페이스로 수영하세요. 수영을 마친 후, 역시 여러분의 공기량(잔압)과 시간, 수심을 슬레이트에 적습니다.
다이빙을 마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SAC을 계산해 볼게요. 종이와 연필, 계산기를 준비하세요.(한국 분들이니 여기선 미터와 Bar만 사용할게요. 영미권 다이버들은 미터 대신 피트, Bar 대신 PSI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10분 동안 10미터에서 수영을 하는 동안 사용한 공기가 40 Bar라고 해볼게요. 먼저 사용한 공기량을 시간을 나눠 1분 당 공기량을 구해보세요.
미터법: 40 Bar ÷ 10분 = 4 Bar/분
다이버가 1분 당 4 Bar의 공기를 쓴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또 하나 체크해야 할 게 있어요. 다이버가 10분 동안 수영했던 수심은 10미터입니다. 수면에 비해 절대압이 2배가 더 많기 때문에 다이버는 수면에서보다 2배의 공기를 씁니다. 여기서 4 Bar/분의 의미는 다이버가 10미터(절대압 2 Bar)에서 1분당 4 Bar의 공기를 쓴다는 의미예요. 그렇기 때문에 SAC의 개념대로 ‘Surface(수면)’의 개념을 적용시켜야 합니다. 10미터에서 절대압은 2 Bar, 수면에서 절대압은 1 Bar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4 Bar/분을 10미터의 절대압인 2 Bar로 나눠줘야 ‘수면’에서의 공기 소모율을 구할 수 있어요.
4 Bar/분 ÷ 2 Bar = 2 Bar/분
=> 다이버가 ‘수면’에서 ‘1분’ 당 호흡하는 공기량은 ‘2 Bar’입니다.
다이빙에 필요한 공기량 구하기
자, 이제 다이버의 SAC을 구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다이빙에서 다이버가 소비하는 공기량을 예측해 볼게요.
예를 들어, 다이버가 수심 30m로 다이빙할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할 때, 수심 30미터의 절대압은 4 Bar입니다. 다이버의 SAC, 2 Bar/분에 수심의 압력을 곱하면 됩니다.
-> 2 Bar/분 x 4 Bar = 8 Bar/분
즉, 2 Bar/분의 SAC을 가진 다이버가 수심 30미터에서 머물 경우, 다이버는 1분 당 8 Bar의 공기를 소비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이빙에 사용할 공기량 계획 시 ‘룰 오브 서드(Rule of Third)’ 법칙을 씁니다. 이는 오픈워터 레벨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인데요. 1/3의 법칙은 다이버가 하강해 다이빙을 진행하는 방향에 총 공기량의 1/3을 쓰고, 방향을 돌려 다이빙 시작 지점으로 돌아오는 데에 1/3을 쓰고, 나머지 1/3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남겨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상 상황을 위해 1/3의 공기를 항상 남겨두는 이유는 버디와 공기를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나 다이빙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다이버가 줄에 걸려 시간이 지체되었을 때, 잃어버린 장비를 되찾을 때 등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쉽게 예를 들면, 180 Bar로 다이빙을 시작한 다이버는 2/3인 120 Bar를 실제 수중에서 다이빙하는 데에 쓰고 나머지 1/3인 60 Bar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남겨 두어야 합니다. 만약 다이빙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면 다이빙을 마치고 출수했을 때 여러분의 탱크에는 60 Bar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1/3의 법칙을 이용해 위 다이버가 다이빙에 필요한 총 공기량을 계산해 볼게요. 예를 들어, 다이버가 180 Bar의 공기가 충전된 실린더 탱크로 다이빙을 시작한다면,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어요.
먼저, 시작 압력에서 비상 상황 대응 공기 1/3을 빼줍니다.
180 Bar – 60 Bar = 120 Bar
다이버가 수중에서 다이빙하는 데에 실제적으로 쓸 수 있는 공기량은 120 Bar예요. 이를 다이버의 30미터에서의 공기 소모율인 8 Bar/분으로 나눠주면,
120 Bar ÷ 8 Bar/분 = 15분
즉, 2 Bar/분의 SAC을 가진 다이버가 수심 30미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15분 정도입니다.
RMV은 SAC과 함께 다이버의 기체 사용량을 구하는 데 사용되지만 보다 정교합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는 대부분 비슷한 용량의 알루미늄 탱크를 사용하지만, 테크니컬 다이빙의 경우 지역과 환경, 다이빙 목적에 따라 실린더의 용량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실린더의 압력 등급은 2,400 PSI에서 3,500 PSI 또는 165 bar에서 240 bar로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린더 압력을 등가 가스의 부피로 변환한 다음 SAC를 RMV라는 측정값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면 그냥 넘어가도 돼요. 쉽게 설명해 볼게요. 예를 들어, 12리터 탱크에 200 Bar가 시작 압력인 다이버와 16리터 탱크에 160 Bar가 시작 압력인 다이버가 함께 다이빙할 때 다이빙 계획 시 가스 소모량을 비교하기 위해 쓰는 게 RMV라고 생각하면 돼요. SAC은 분당 공기 소모율을 Bar 단위로 계산하지만, RMV는 L(리터) 단위로 계산해요.
RMV 공식은 다음과 같아요.
RMV = (사용한 기체량)(탱크 용량) / (평균 주변압)(다이브 타임)
예를 들어, 다이버가 210 Bar의 공기로 시작해 70 Bar로 다이빙을 끝냈어요. 다이브 컴퓨터 로그 기록에 나온 다이빙 전체 평균 수심은 18m였고, 총 다이브 타임은 40분이었습니다. 이 다이버는 11L 알루미늄 탱크로 다이빙했어요. 이 다이버의 RMV는 얼마일까요?
(210 Bar-70 Bar)(11L) / (2.8 Bar)(40분) = 1540L / 112분 = 13.75L/분
즉, 다이버는 1분 당 13.75L의 기체를 소모합니다.(이를 Bar 단위로 바꾸고 싶다면 11L로 나누면 돼요.)
이를 바탕으로 다이빙에서 다이버가 사용할 기체량을 대략 예상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3.75L/분의 RMV를 가진 다이버가 25미터에서 25분 머물길 원합니다. 이때 다이버가 소모할 기체량을 계산하면,
13.75L/분 x 25분 x 3.5 Bar = 1203L
즉, 1203L의 기체를 쓸 거라 예상할 수 있어요.
이를 Bar 단위로 보고 싶다면 11L로 나누면 돼요.
1203L/11L = 109.36 Bar
즉, 13.75L/분의 RMV를 가진 다이버가 25미터에서 25분 동안 다이빙한다면 예상 기체 소모량은 110 Bar 정도 됩니다!
예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이빙 시 공기 소모율이 다르고, 어떤 이에게는 굉장히 스트레스받거나 민감한 일일 수도 있어요. 다이버의 기체 소비량은 다양한 생리적, 환경적 요인에 달라지므로 매 다이빙마다 똑같은 RMV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RMV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다이버인 것도 아니고요. 다른 이의 RMV를 절대 판단하지 마세요.
또한 RMV를 사용해 가능한 다이브 타임을 추정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실제로 다이빙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렇게 진행되리라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다이버는 수중에서도 꾸준히 SPG를 모니터링하고, 실제 다이빙에서의 기체 소비량을 기준으로 다이빙을 관리하며 진행해야 해요. 예상치 못한 조류가 갑자기 거세지거나 다이버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또 수중에서 많이 움직인다면, 평소 RMV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어요. 천천히 느리게 침착하게 다이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비 관리를 꼼꼼하게!
매번 다이빙할 때마다 장비에서 공기가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세요. 게이지 콘솔 또는 BCD 인플레이터, 레귤레이터 1단계 및 2단계 등에서 공기가 조금씩 새어 나오면 다이빙을 하는 동안 누적될 수 있으며, 이는 안전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마스크 역시 실리콘이 파손된 곳은 없는지, 얼굴에 잘 맞는지도 잘 확인하세요. 다이빙 도중 계속해서 마스크 물 빼기를 계속 시도하다 공기를 빨리 써버리는 다이버도 많습니다.
스트림라인을 잘 관리하세요!
공기보다 800배나 밀도가 높은 물속 세상에서 이동할 때는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며 이동해야 공기 소모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올바른 호흡법을 꾸준히 수련해야 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장비는 모두 제거하고, 꼭 필요한 장비만 포켓에 잘 넣어 다이버의 몸 이곳저곳에 걸어두며 댕글 댕글 다이빙하지 마세요. SPG와 예비 공기 공급원 등은 BCD에 가깝게 잘 배치해 고정하세요. 팔도 많이 쓰면 공기 소모율을 높입니다. 최대한 미니멀하고 효율적인 핀킥으로 추진력을 내도록 연습하세요.
부력 컨트롤 및 트림 자세를 마스터하세요!
최대한 물의 저항을 받지 않고 부드럽고 젠틀하게 효율적으로 물을 가르며 수영할 수 있는 올바른 트림 자세를 연습하세요. 수중에서 부력 컨트롤이 안 되면 BCD에 공기를 많이 넣어 쑥- 위로 떠오르고, 다시 내려오기 위해 공기를 빼고 머리를 아래로 두며 핀을 차는 등 공기 소모율을 불필요하게 높이는 행동을 하는 다이버들이 굉장히 많아요. 또한, 부력 컨트롤이 까다롭고 힘드니 웨이트를 더 많이 차서 항상 무겁게 다이빙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런 건 절대 부력 컨트롤을 마스터하는 데 도움이 안 됩니다. 필요 이상 웨이트를 많이 차는 것도 공기 소모율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이니 반드시 자신에게 적당한 웨이트 양을 체크해 보세요.
좋은 트레이너나 멘토, 버디를 찾아 꾸준히 연습하고 다이빙 경험을 쌓으면 좋은 다이버가 될 거예요. 다이빙에 지름길은 없어요. 천천히, 꾸준히, 장거리 마라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