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소한 성공 경험은 실패를 이겨내는 밑거름이 된다.
가수 이승환의 ‘덩크슛’이라는 노래가 있다. 덩크슛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줄거리에다 덩크슛 주문까지 거는 노래다.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고, 시기적으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 농구만화 슬램덩크, 농구대잔치, 고려대 연세대 농구부의 인기 등에 힘입은 노래다. (적어도 내 기억엔 같은 시기다)
농구와 배구의 가장 큰 차이는 실수에 대한 득점 인정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배구에서는 상대의 실수를 통해서도 내 점수는 늘어난다. 심지어 중요한 순간 상대 공격 실패에 따른 나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농구는 상대가 실수하더라도 내가 상대방 링에 골을 넣지 못하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상대의 실수가 나의 공격 기회는 보장하지만, 득점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서구적인 스포츠임에 분명하다. 대학 수업에서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관용론’ 수업내용이 어렴풋 기억난다. 요즘 한국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가 나온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그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끝까지 싸울겁니다.’ 관용론이 나온 시대적인 배경은 달리하고도, 농구가 이 점에서 닮아있다. 공격기회만을 줄 뿐, 상대 실수를 그대로 점수로 인정하진 않는다.
좋다. 농구에서 어려운 기술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꼽으라면 덩크슛과 3점슛이다. 다른 스포츠보다 농구는 좀 했다. (농구에 대한 기억은 ‘강변 농구대회’에서 자세히 언급했다) 혼자서도 여럿이도 할 수 있는 것이 농구다. 혼자면 개인연습, 둘이면 일대일, 셋이면 일대일 + 심판, 네명이면 2:2, 다섯명이면 2대2 + 심판, 여섯명이면 3 on 3.. 결국 농구골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연습과 훈련, 놀이를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농구다. 정규 농구골대의 높이는 3미터가 조금 넘는다. 덩크슛을 하기 위해서는 골대(링)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180cm가 조금 넘는 키로서, 온힘을 다해 점프를 다한 이후 팔을 쭉 뻗어서 농구 골대(링)에 닿기란 만만치 않다. 키, 팔길이, 점프력 모두 필요하다. 팔을 뻗었을 때 2미터 약간 더 될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1미터 가량 점프를 해야한다는 계산이다. 1미터의 장애물을 넘는것은 어렵지 않지만, 두 발 모두가 1미터 이상 올라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겠지만, 정말 어렵다. ‘덩크슛’이라는 노래에도 ‘한번만 해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나는 기분일까’는 가사가 나온다.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덩크슛은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이었다. 왜냐하면, 정규골대가 아닌, 좀 낮춰진 골대, 혹은 안동 국민학교 골대에서 농구를 했기 때문이다. 안동 국민학교는 체육관에 정규 골대가 있었지만, 거기에 들어갈순 없었다. 체육관 앞에 있는 농구 골대의 높이는 손을 뻗었을 때 20cm 정도 높은 골대는 각종 덩크 연습을 하기에 좋았다. 원핸드 덩크, 투핸드 덩크, 백덩크, 문경은 덩크, 정재근 덩크, 바클리 덩크, 조던 덩크, 강백호 덩크, 윤대협 덩크, 채치수 덩크 등 덩크슛 하는 농구선수들 이름을 다 갖다붙여서 연습을 했다. 어찌보면 덩크슛이 가능한 농구골대가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덩크슛은 훌륭하거나 어려운 기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실전에서 덩크슛이 나오면 분위기는 완전 뒤집힌다. 당시 내가 시합경기할때는 덩크슛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시합에서 덩크슛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점프를 많이 하는 사람의 리바운드 자세 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느낀다.) 그 대신, 배구와 농구의 가장 큰 차이인 점수내기, 한번의 공격으로 50% 더 인정해주는 3점슛의 매력에 더 빠졌다. 승부를 결정짓는 버저비터 3점슛의 경우 정말 짜릿하다. 3점슛 라인 밖에서 점프하여 내리 꽂기 전까지 모든 덩크슛은 2점이다. 2점차로 지고 있는 경기에서 리버스 덩크, 채치수 덩크, 강백호 덩크는 결코 경기를 끝내지 못한다.
3점슛은 경기를 끝낼수 있지만 내가 했던 농구 시합의 95%이상은 대회가 아닌 친목도모였다. 친목도모의 시합은 시간제가 아니라, 점수내기였다. 10점 내기 혹은 20골 먼저 넣기, 고작해봐야 점심시간때까지 점수 많이 낸 팀이 이기기, 야간자습 하기 전까지 많이 넣은 팀이 이기기였다. 흙바닥이거나, 옅어진 3점슛 라인에서 3점슛을 던지는 것은 ‘재미없는 농구’하는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여태 ‘3점슛’을 성공한적이 없다. 여기는 3점슛 라인이고, 그 밖에서 슛 폼을 잡고 3점슛을 넣어야지라는 마음먹고 넣은 적은 없다. 중앙선에서 두선으로 (혹은 한손으로) 힘껏 던져서 반대편 골대에 넣은 경우는 셀수없을 정도지만, 시합중 3점슛을 넣은 적은 없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농구기술인 3점슛,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는 힘과 밸런스가 준비되지 않았다. 무리해서 던질 수도 있지만,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상대 실수로 인해, 나에게 공격권이 왔을때 확률낮은 공격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공격권이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도 농구 시합에선 중요하다. 앞서, 농구는 혼자 놀 수도있고, 여럿이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3점슛 연습, 둘이 하는데 3점슛 시도, 3 on 3를 하는데 3점슛을 남발하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리바운드 기회를 주는 것이고, 속공의 빌미를 제공한다. 왜냐하면, 3점슛을 던진 내가 리바운드까지 신경쓰긴 어렵다) 프로선수들조차 3점슛 성공 확률은 30%가 넘지 않는다. 2점슛은 40%는 넘어야 한다. 자유투는 70%는 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3점슛은 준비된 슈터만의 특권이었고 최고급 기술이라 믿었다. 덩크슛보다는 쉽게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성공률과 실패률을 따진다면 무리하게 시도할수 없는 기술이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수도 있지만,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다. 3점슛의 실패로 침체된 분위기를 3점슛으로 되살릴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주지 않는 합리적인 농구시합을 위해서라도 3점슛보다는 골밑슛으로의 양보는 필요하다. 확률낮은 공격은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준다. 내가 득점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실점을 내주면 손실은 두배로 커진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이지만, 수비가 무너지면 공격은 허사가 된다. 그렇지만 나도 3점슛을 던지고 싶었다. 경기를 반전시킬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 확률높은 3점슈터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다소 무리한 비유일수 있지만, 덩크슛과 3점슛은 학생시절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나를 지탱해온 체력과 지식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아주 높은 확률이지만 체력소모가 많은 덩크슛과 확률은 낮지만, 성공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확률 낮은 3점슛처럼 학생으로서 갖춰야할 소양과 지식을 쌓기 위한 ‘기초체력’모두 필요하다. 건강하고 건전한 삶을 위해서 어느것 하나 포기할 순 없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초 수학능력과 체력이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습을 위한 토양이 된다. 기본적인 말하기, 듣기, 쓰기 능력은 상급학교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를 통한 ‘지식의 두려움 극복’이 우선이다. 내가 잘아는 분야는 눈길과 관심이 쉽게 가지만, 모르는 분야는 두렵기 마련이다. 적어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주저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분야 역시 책(동영상 교육 포함)을 통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책을 읽어야하나를 논하기 전에 책과 친해져야한다. 덩크슛에서 높은 점프능력은 필수지만, 높이뛰기 선수, 배구선수가 덩크슛을 할순 없다. 3점슛에서도 두손으로 공을 멀리 던져야한다지만, 야구선수 투포환선수의 던지기능력과는 사뭇다르다. 농구시합을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하고, 농구공과 친해져야한다. 승리를 위한 농구경기와, 체력증진을 위한 농구경기 모두 농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학교성적을 위한 공부건, 평생교양 증진을 위한 공부건 간에 그 시작은 ‘지적 호기심과 두려움 극복’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잘 아는 분야에선 쉽겠지만, 어려운 분야도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서, 선배나 선생님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익히고 배워야할 것을 모두 나열할순 없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정도 될것 같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심리학, 각종 기술산업 등 세분화하기 이전의 학문 분야는 너무 많다. 1986년에 국민학교 1학년때 배운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으로 나눌수도 있다. 1988년에는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체육이었다. 1992년에는 수학 영어 한문 기술이 추가되었고, 1993년에는 지리, 공업, 국사가 더해졌다. 1995년에는 세계지리, 한국지리, 세계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문학, 논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독일어 등이 추가되었다. 그러다 1998년에는 정치학이라는 수업과 외교학이라는 수업과 나머지 교양수업으로 축소되었다. 과목조차 잊어버렸지만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을 위한 공부가 가장 와 닿는다. 더 이상 중간고사 기말고사 단원평가가 없는 42살 어른 입장과 현재 학생들이 느끼는 것과 좀 다를수 있다. 당장 중요한것이 있고, 급한 것들이 있다. 국어에서 외워야할 내용, 암기해야할 수학공식, 영어단어, 역사적 사실들이 넘쳐난다. 다른 할일도 많다. 재밌는 TV프로그램도 많고, 모바일 게임도 해야하고, 친구들과의 노는 시간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의 시험공부와 과제도 중요하지만 왜 공부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스스로 설득하고 난다면 조금더 쉬워지지 않을까? 공부앞에서 낙담하고 힘겨워하고 어려워하고 때론 포기하기도 한다. 이해과목과 암기과목 어느것 하나 적성에 맞지 않을수 있지만, 좋았던 기억, 하나씩 배우고 익히면서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올릴때는 1등했던 기억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
아직 덩크슛과 3점슛을 성공한적은 없다. 불어나는 체중과 나이 때문에 평생 꿈으로 안고 갈 일이될 공산이 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덩크슛을 포기하고 익혔던 드리블과 패스, 3점슛을 포기하고 선택한 리바운드와 팀플레이. 화려한 농구가 아닌 확률 높은 농구를 고민했던 시절이 나에겐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이제라도 3점슈터가 될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