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묵묵히 절차에 따라서
초보 헤드헌터의 좌충우돌 도전기, 오늘은 세 번째 이야기다.
새로운 거래처 발굴은 먼 이야기라 선배들이 발굴해 온 채용 건에 코웍(협업)을 하는데, 코웍 요청 메일을 클릭하는 순간부터 먹잇감을 쫓는 야수처럼 총성없는 경쟁이 시작되는 듯하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JD(구인 상세 조건)와 관련된 분야 후보자 검색결과, 마우스 스크롤과 키보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나보다 한발 앞서 훑고 지나간 선배들의 람 흔적을 보면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서 검색 조건을 달리해 후보자를 찾아 입사 전 오리엔테이션(교육) 받은 프로세스를 밟아 메인 헤드헌터에게 1차로 경력이나 스펙 등에서 해당 후보자가 JD에 부합한가 여부를 체크하고 후보자에게 지원 의사를 묻고 있다고 하면 상세한 JD, 작성 팁과 함께 이력서 양식을 이메일로 보낸다.
하지만 초보 헤드헌터가 오판하지 쉬운 대목이 있다. 후보자 서칭 과정에서 내가 열람한 후보자가 내 후보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 후보자 역시 나름의 수단을 동원해 해당 JD를 확인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선배들은 '누가 빨리 후보자로부터 양식이 갖춰진 이력서를 받느냐'가 헤드헌팅 사업의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연락처를 확인한다고 해서 내 후보자라는 생각을 버려야하는 것이다.
또, 영업이나 총무, 마케팅 등 일반적인 포지션은 적합한 후보자가 많아 서류 전형에 넣을 후보자 추천이 하루 만에 마감되기도 한다.
이에 각각이 개인 사업자인 헤드헌팅 업계는 보이지 않는 속도의 경쟁이 있는 '정글'이나 다름 없다. 타 서치펌이 아닌 같은 회사 내부에서도 이렇듯 소리없는 속도전이 벌어지니까 말이다.
일을 함께 시작한 동료와 나눴던 에피소드는 이를 방증한다.
회사에서 교육받은 프로세스대로 메인 헤드헌터에게 사전에 적합성 여부를 조언받고 산전수전 끝에 후보자 이력서를 받은 동료는 메인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냈다.
이후에 메인 헤드헌터가 이력서 검토 과정에서 동료는 "이 후보자, 과거에 이 회사에 탈락했던 후보자네요"라는 말에 털썩 주저앉을 만큼 맥이 빠졌다고 한다.
선배는 "자세히 보니 내가 받았네. 내 후보자였네"라고 말을 덧붙였는데, 사전에 이를 체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이 때문에 그 동안 구직 기간 중에 일부 헤드헌터의 경우 후보자의 지원 의사와 관계없이 JD와 이력서 요청 메일이 동시에 왔던 거구나하는 깨달음이 들었던 하루다.
특히, 이러한 속도전 양상 때문에 일부 선배들은 후보자의 연락처(이메일, 휴대폰 번호)만 메모했다가 이를 그룹 메일 형식으로 발송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도 있지 않을까.
후보자 매칭에 성공하는데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사전 조율 없이 연락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된다면 결국 헤드헌터 자신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일부 후보자는 이러한 헤드헌터의 관행 등을 피하기 위해 안심번호를 사용하는데 40btye 이내의 단문으로 받을 수만 있고 자신의 폰 번호를 노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과 같으면 이런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서 시간이 다소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후보자들과 신뢰를 구축하면서 묵묵히 절차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시크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