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공과대학에 와서 도서관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 남성이 독어로 뭐라고 말을 걸었다. 영어로 말해줄 수 있냐고 하니 드레스덴 영화제 포스터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아냐는 것이다. 씨네필의 마음에 공감해 알려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오늘 드레스덴 공과대학에 처음 왔다. 지나가니까 보여서 물었겠지만 어쩐지 편견 없는 사람 같다.
여행하는 곳마다 대학 도서관을 가다 보니 대략 독일 도서관 생리를 파악했다. 로비에 있는 사물함에 짐과 외투를 넣고 맨몸으로 들어가거나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 가방 - 일명 비치백인데 학교에서 팔기도 한다 - 에 공부거리를 챙겨서 들어가면 된다. 아마도 절도를 방지하고 안전을 챙기려는 조치일 것이다. 보통 투명가방인데 드레스덴 공과대학은 마트에서 쓰는 것 같은 빨간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대학 도서관이란 공간을 도시마다 방문하여 알 수 있는 거라 이런 차이를 발견하면 재밌다.
내가 대학에 입학 후 가장 먼저 간 곳은 중앙도서관이었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학교 안에 있던 도서관은 규모도 작고 책도 다양하지 않아 서재에 가까웠는데, 어쩌면 이 도서관을 만나기 위해 대학에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매일 그리고 공강시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당시 학부생은 최대 8권까지 대여할 수 있었는데, 방학이 시작되던 날 빈 배낭에 8권을 담아 집까지 신나게 내달리던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책을 읽는 행위도 좋아하나 가지런히 정돈된 책과 고서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특유의 종이 냄새, 대학 도서관이 주는 차분함과 적당한 고요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타지에 있으면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둘러싸여 일상에 약간의 긴장이 배어 있는데, 어떤 지역에 가든 심박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런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슈톨렌을 사와 호텔에서 맛보았다. 한입 먹고 너무 달아 포기한 슈톨렌을 반려인이 혼자 남김없이 먹었다. 나중에 보니 어두운 색의 카펫이 깔린 바닥과 책상 위로 하얀 가루가 떨어져있다. 미국이었다면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게 아니냐며 난리 났겠지만 내일 아침 호텔 스태프는 ‘이 관광객들 슈톨렌을 먹었구만’ 할 것이다. 드레스덴은 슈톨렌의 고향이니까.
10월 27일, 드레스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