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든소년 Oct 18. 2024

2-2. 운동을 통한 정신 건강 관리의 필요성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


앞서 쓴 <신체적 건강> 편에서 보듯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수년 전에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으나, 그 부위가 저려서 여러 외과병동을 다녔던 남자의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극심한 불안으로 마트조차 혼자서는 가지 못했던 벨라 마키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극복한 뒤 이제는 전 세계 도시에서 러닝을 즐긴다. 원시 인류의 수렵 채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하드자족을 기억하는가? 하드자족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루에 중~고강도 운동을 2시간가량하고, 걷기 같은 저강도 신체활동을 수 시간 지속한다. 이런 하드자족에게서는 현대인의 유행병인 불안증과 우울증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늘은 불안과 우울, 실패와 성장형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청소년기에 겪는 우울과 불안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건강영양조사분석과가 작성한 제19차(202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의하면, 2023년에는 전체 학생들의 26.0%(남학생의 21.4%, 여학생의 30.9%)가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을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자살에 관한 조사였다. 최근 12개월 동안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묻는 자살 생각률은 13.5%였으며, 자살 계획률은 5.3%, 자살 시도율은 3.2%였다. 자살에 관한 조사 역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5~2배가량 높은 비중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이 우울감 경험률과 자살에 관한 조사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신체 활동에 관한 조사였다.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 활동 추이‘와 ’주 3회 이상 근력강화운동 실천율 추이‘ 모두 여학생은 10%가 안 되는 응답을 보인 반면, 남학생은 20~30%가 넘게 활동에 대한 응답을 했다. 켈리 맥고니걸 박사는 책 <움직임의 힘>에서 활동적인 성인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더니 행복감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다. 성인에게 임의로 일일 보행 수를 줄이게 하자 88%가 더 우울해졌고, 활동을 더 줄이게 하자 일주일도 안 돼 삶의 만족도가 31퍼센트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에 찾아보기 거의 어려운 직업군이 헬스 트레이너라는 이야기가 있다. 신체를 이용한 운동은 다양한 측면의 정신 건강 발달에 유익하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달리기를 예시로 들어보자. 핸드폰에서 nike+나 런데이 같은 앱을 활용하면 내가 뛰는 시간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만약 스마트 워치가 있으면 그걸 활용해서도 기록을 측정할 수 있다. 맨 처음 3km를 달리는 시간이 나올 것이다. 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10분 초반이고, 누군가는 30분이 걸릴 수도 있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이튿날에도 같은 거리를 달린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달린다. 그렇게 1주, 1달이 지나다 보면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내가 맨 처음 달린 그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으로 달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보자. “보다는 ”어제는 3km를 18분에 달렸는데, 17분대로 단축시켜 보자.”처럼 목표를 수치화해서 구체적으로 설정해 보자. 신체 헬스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방식이다. 어제 100kg을 들고 스쿼트를 10회씩 3번 했다면, 다음번에는 105kg으로 도전한다. 지난주에 턱걸이를 5번 했다면, 이번주에는 6번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주에 6번을 못해도 괜찮다. 내가 운동을 계속하는 한, 근력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다음 주, 늦어도 그다음 주에는 턱걸이 6번을 성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주에 내가 턱걸이를 5번 한 것은 실패인가? 목표로 삼았던 6번을 채우지 못했기에 실패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턱걸이 6번을 향해 가는 중이다. 매일마다 실패가 없는 도전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정은 곧 학습 마인드셋(성장형 사고방식)과 성과 증명 마인드셋(고정형 사고방식) 중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는가 와도 연결된다. 성과 증명 사고방식은 내가 3km를 17분에 달린다는 결과에 집중한다. 턱걸이를 6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다.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운동을 한다면,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준다. 바로 이때, 우리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쾌락을 가져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뇌는 보상 체계를 강화하여 우리가 계속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맛볼 수 있도록 반응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을 느끼기 쉬워진다. 신체 건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도파민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활력소 자체가 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성장형 사고방식보다는 성과 증명 사고방식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시험의 성적과 등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가 중요하지, 그 과정은 크게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결과는 중요하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결과에 대해 초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미시간대학 로스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학 교수로 재직 중인 수잔 애쉬포드는 책 <유연함의 힘>에서 그녀가 본 성장형 사고방식의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학습 마인드셋(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살마은 당장 큰 성과를 내는 데 관심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어떤 상황을 경험할 때 성장과 능력 향상에 관심의 초점을 맞출 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해당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다. 두 마인드셋(사고방식)의 명칭에 속지 마라. 한쪽에는 ‘성과’라는 단어가 떡하니 들어 있는데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성과와 무관하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인터뷰했던 모든 사람은 일과 삶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성취하며, 발전하고 싶어 했다. 그러한 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마인드셋은 결과물인 성과 자체가 아니라 일과 삶에서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하는 태도에 가깝다. 성과 증명 마인드셋은 무언가를 수행할 때 이를 악물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태도를 말한다. 사람들은 가끔 두려움 때문에 그런 마인드셋을 선택한다. 반면 학습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부담을 덜 가지고, 덜 불안해하며, 더 자유롭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더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


 물론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우, 운동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해서 운동으로 좋아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약도 마찬가지지만, 우울증 약을 복용할 때는 무조건적인 복용보다 그 약의 효용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알아본 다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우울감에 대한 예방 차원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을 꼭 인지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의 마음 근력을 단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마음챙김, 명상, 내면소통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이번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도 바쁜 일정을 핑계 삼아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반성하였다. 매일 다른 방법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서 지속적인 실천을 하며 운동으로 신체와 정신 건강을 단련하려 한다. 가을은 야외에서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지 않은가? 자연이 준 축복을 누리며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달려보자!


이전 06화 2-1. 신체적 건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