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5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못생겨도 괜찮아!

외모 콤플렉스 극복하기

by 마이즈 Mar 17. 2025

고등학교 시절,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폭력 서클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드불능 반격기) 그곳의 형들이 말했다. 야! 넌 웃지 마라! 안 그래도 못 생겼는데, 웃으면 더 끔찍해 보이거든! 그냥 차라리 뒤에서 무게 잡고 인상이나 구기고 있어! 그 편이 훨씬 있어 보여! 형들의 말을 듣게 되면서 나의 외모가 못 생겼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착하고 순해 보이는 것보다는 못생긴 편이 우습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대학생이 되며 빛의 세계(?)로 나온 뒤부터는 이러한 외모 객관화가 오히려 콤플렉스로 전환되었다. 더 이상 못생긴 얼굴이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는 매번 야구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앞 머리를 기르기도 했다. 대학 때 친구였던 모 아이돌 가수는 그렇게까지 못 생긴 건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어디까지나 친구이기 때문에 위로해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평화로운 대학생활) 아주 가끔은 스스로 못 생기지 않았다는 착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하는 사건들이 생겼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10대의 마지막. 추운 겨울이었다. 일을 마치고 예전 헌책방이 있던 골목을 지나갔다. (요구르트와 콩자반) 눈이 잔뜩 쌓인 날인데, 웬 할아버지 한 분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에 곁에 앉아 할아버지를 깨웠다.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일어나세요. 끙끙거리며 눈을 뜬 할아버지는 별안간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온 힘을 다해 뿌리치고 일어섰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하나 들려 있었다. 넌 뭐야! 뭐지? 나를 보고 당황하신 걸까? 괴성을 지르며 칼을 휘두르는 할아버지를 두고 도망쳐야 했다.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나를 저승사자나 괴물이라고 생각한 걸까?

브런치 글 이미지 2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 1호선 전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서있던 여성 분이 갑자기 다리가 풀리며 쓰러지셨다. 머리가 바닥에 닿을 것 같아 빠르게 몸을 굽혀 어깨를 받쳐주었다. 쿵후 보이 친미 수준의 반사 신경이었다. 자세 탓에 얼굴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는데,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였고 여자는 완전히 눈이 뒤집혀 흰자만 보이는 상태였다. 일단 벤치에 눕혀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부축하고 있다는 죄(?)로 자연스럽게 전철에서 내려야 했다. 당시 도착한 곳은 지상 역이었는데, 문이 열리는 바로 앞에 벤치가 보였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 여성 분을 눕혀두고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깨어나면 상황 설명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으니까.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눈을 뜨셨다. 이제 괜찮으세요? 조금 전 전철에서...라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당신 뭐냐고 외치는데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듣질 않았다. 필사적으로 해명하려는 와중에 경계하는 눈빛과 계속되는 고함에 머리까지 아파왔다. 다음 전철이 오자마자 탑승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기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무서운 것을 봤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20대 춤추던 시절. (음악과 무대)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의외의 장소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근처 상가의 쓰레기를 모아두는 듯한 공터였다. 수많은 쓰레기봉투 가운데 쓰러진 여자는 짧은 치마를 입고 화장을 요란하게 한 상태였다. 저대로 두면 험한 일을 당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이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가보니 술 냄새가 심했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의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쓰레기봉투가 밟히는 소리 때문인지 여자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자 수년 전 그날처럼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때와 다른 점은 이제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냥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 댔다.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 곧 경찰도 올 텐데 이대로면 오히려 오해를 받게 생겼다는 생각에 자리를 떠야 했다. 경찰이 내 말을 믿겠는가?

브런치 글 이미지 4

20대 후반이 되어 회사를 다니던 도중. 퇴근길 전철역에서 한 할머니가 끙끙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계셨다. 보따리를 잔뜩 들고 계신 것이 꽤나 무거워 보였다. 빠르게 따라 올라가서 말을 걸었다. 도와 드릴까요? 무거워 보이 셔서요. 처음에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돌아본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괜찮다고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웃으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겁을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말 걸어서 놀라셨나 보다 싶어서 한번 더 질문드렸다. 그래도 힘들어 보이시는데, 제가 들어 드릴게요. 다음 순간, 할머니는 버럭 화를 냈다. 내 물건 건들지 마! 다들 도와주세요! 이 사람이 내 짐을 빼앗으려고 해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이번에도 빠르게 자리를 피해야 했다. 도와드리려고 했을 뿐인데. 할머니가 보기에는 내가 나쁜 사람 같았나 보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30대. 야근이 일상이던 날. 퇴근길에 세 명의 취객을 목격했다. 택시 한 대를 둘러쌓은 채 차체를 두드리며 기사님에게 내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도착할 때까지 신고자께서 가급적 자리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잠시 후 경찰에 도착했다. 내가 본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취객들은 발뺌했고 기사님은 아무 일 없으니 그냥 빨리 보내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애매하게 나까지 경찰에서 가게 되었다. 야근하고 가는 중이라 피곤하니 보내 달라고 했지만, 혹시 허위 신고가 아니냐며 주민 등록 번호와 신분증까지 대조하고 난 뒤에 귀가시켜 주었다. 내가 착하게 생기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브런치 글 이미지 6

역시 다른 날의 새벽 퇴근길. 집 근처에 다 와가는데 골목 안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도움이 필요한가 싶어서 가보니 한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있었다. 따귀 한 두대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채까지 붙잡고 있는 것이 심각한 상황으로 보였다. 달려들어서 남자와 여자를 떼어내고 그 사이에 섰다. 흥분한 남자가 넌 뭐냐며 주먹을 휘두르며 공격해 오길래 살짝 밀어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은 그 뒤에 벌어졌다. 내 뒤에 있는 여자가 갑자기 나를 공격한 것이다. 이 나쁜 놈아 우리 오빠 때리지 마! 우리 돈 없어! 가져갈 거 없다고! 어? 저요? 저는 도와 드린 건데요? 이렇게 당황한 순간에 뒤에서 공격당했다면 그대로 끝났겠지만, 왠지 남자도 주춤거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거리를 둔 채 빙 둘러서 여자 쪽으로 가서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여자는 계속 울었고 남자는 나를 경계하며 두 사람은 뒷걸음으로 조금씩 멀어졌다. 하… 그래. 무슨 상황인지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또 이거냐.

브런치 글 이미지 7

이런 상황들이 외모 문제임을 확신하게 된 것은 첫 회사 면접 때문이었다. 회사를 한참 다닌 이후에 알게 되었는데, 당시 회사에서 나를 뽑느니 마느니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이유는 외모였다. 당시 김 부장님을 통해 전해 들은 대표님의 발언은 이러했다. (김 부장의 멘토링) 이 멘트는 조금의 과장 없이 들은 그대로이다.


“쟤 아무래도 무슨 일 저지를 것 같은 이미지인데? 눈빛 봤어? 저런 애 뽑았다가 우리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좀 더 착하고 선한 애를 뽑아야지. 위험해 보여.”

브런치 글 이미지 8

위 에피소드에 담지는 않았지만, 불심 검문도 많이 당했다. 특히 터미널 같은 곳에서 자주 겪는 일이었는데, 경찰이 나의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견뎌 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더욱 심해졌다. 언젠가부터 남을 돕기 위해 나서는 일도 피하게 되었다. 오해받는 일이 생기니 그냥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이 글을 읽으며 못생김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을까? 괜찮다. 못생겨서 좋은 점도 많다. 일단 첫 번째는 연애 문제다. 19세 이후로 연애를 쉬지 않고 계속해왔는데, 나를 좋아해 준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외면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겉모습이 중요했다면 잘 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않은 나와 사귈 이유가 전혀 없을 테니까. 심지어 나보다 키가 큰 여성들도 많았고, 그중에 나의 외모를 칭찬한 여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취향이 독특하거나 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만남들이 있었기에 나 스스로도 겉모습 보다 능력과 내면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브런치 글 이미지 10

두 번째 장점은 모임이나 동호회에서 딱히 주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나서기보다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어느 모임에서나 본래의 목적이 아닌 연애와 만남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일단 그런 분들과 엮일 일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일 게다. 첫인상만으로 나를 좋아할 리도 없고,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관심 없는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으니까. 모임의 본래 목적에 충실할 수 있기에 저절로 걸러지게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1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실제 경험한 이야기로 대신할까 한다. 20대 초반. 서울에 올라와 원룸에서 혼자 살던 시기의 일이다. 크게 마음먹고 짜장면을 주문해서 5일에 걸쳐 나눠먹은 그날의 일. (좋아하는 음식은) 어쩌면 짜장면을 한 그릇만 주문한 탓에 타깃이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야근을 하고 돌아와서 잠을 자고 있는 새벽 시각. 현관문이 조용히 열렸다. 당시는 비밀 번호가 아닌 열쇠를 사용했는데, 따고 들어온 것 같았다. 20대 초반의 나는 차려 자세로 하늘을 보고 똑바로 잠을 잤고 일어날 때는 그 상태에서 벌떡 앉은 자세로 전환했다. 드라큘라가 관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항상 상상하며 잠을 청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릴 적 트라우마로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는 편인데, 문이 열리며 빛이 새어 들어오니 깨지 않을 수 없었다. (파이트 슬립) 문이 열리는 순간, 자리에서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동시에 문을 열고 집 안에 한 발을 들여놓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서로 쳐다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수들의 싸움처럼. 먼저 움직이면 지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양손을 살짝 들었다. 나에게 손바닥을 보인 채 한 발 한 발 뒤로 걸어 나갔다. 현관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침대에서 내려왔다. 뒤늦게 현관문을 열고 뛰어 나갔지만, 이미 남자는 사라진 뒤였다. 문득,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2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해 창가에 앉아있던 나를 본 옆방 아이들이 귀신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일. (잠든 우리 방 아이들 얼굴에 낙서를 하려고 왔지만, 내 덕에 무사했다.) 구미에 살던 시절 강도가 들어왔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죄송하다며 나갔던 일. (당시 내가 유일한 목격자라서 경찰서에 가서 증언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들에서 만약 내가 착하고 순하게 생겼더라면 공격당하거나 위험에 빠지는 일도 많지 않았을까? 이 외에 어두운 생활도 오래 했으니 나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못생김이 나를 구한 일들도 많지 않았을까 싶다.

브런치 글 이미지 13

지금도 ‘너 안 못 생겼어.’ 라거나 아주 간혹 ‘잘 생겼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그저 위로의 말일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아주 낮은 확률로 정말 취향이 독특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못생김을 인정하는 것이 속 편하다. 대체로 남자들은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여자들은 정 반대로 말한다. 심지어 과거 연인들조차 '오빠는 잘생기지 않았어'라고 딱 잘라 말해왔으니까. (현재 연인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이 외모 역시 나의 모습이니까. 못생겨서 아쉬운 점보다는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장점만 생각하고 취하면 그만이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4

P.S.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여전히 거울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월, 목 연재
이전 20화 [13] 3월 11일, 그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