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
2호점에 대한 지원의 꿈은 1호점을 개업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공간을 가져보고 그곳에 탁자를 들여놓고 의자를 배치하고 벽에 그림을 걸어놓으면서 이미 지원은 두 번째 공간을 계획했다. 아니 이미 지원의 세계에는 두 번째 공간이 사실적 공간으로 실존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두 해가 흐르고 나서부터 지원은 뭔가에 홀린 듯이 서울 골목 곳곳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어디든 다닌다. 어디든 발을 내딛는다. 해방촌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등산하기도 하고 서울의 값비싼 땅을 희망 없이 걷기도 하고 그저 동경에서 끝날 곳인 줄 알면서 성수의 거리도 거닌다. 그러다가 문이 열린 부동산을 보면 한껏 당당한 표정으로 얼굴을 넓게 펼치고 들어가 명함을 받아 나오기도 한다. 서른 살 지원의 봄은 이렇게 흐른다.
지원이 잠자리에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지원을 향해 옆으로 누운 민성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든다.
- 우리 원래 매일같이 팔베개하고, 안고 잤던 거 알아?
- 그랬나? 근데 오빠. 부동산에서 방금 사진 하나를 보내줬는데, 이 매물 정말 맘에 들어. 어때 보여?
- ... 난 잘 모르지. 지원이는 어때?
- 내일 바로 가보려고. 일단은 내가 찾던 곳이야.
그 말을 끝으로 지원은 민성에게서 등을 돌리고 이불을 몸에 둘둘 감는다. 핸드폰으로 매물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화면을 끄고 잠에 든다. 민성은 지원이 덮은 이불 밖으로 옅은 빛이 새어 나오는 걸 애써 모른 척하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밤이다. 그 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연인의 다정한 속삭임이 유난히 크게 증폭되어 지원과 민성이 누운 침대 위로 무겁게 덮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