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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okay, It's okay.

7화. 아무렴 어때

by 윤혜림


스물일곱의 민성이 큰 통창을 뒤에 두고 소파에 앉아 있다. 카페에는 민성과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잔뜩 줄이 그어진 책을 보고 있는 사람, 텅 빈 동공으로 커피만 줄기차게 들이켜는 사람, 앞사람을 상대로 무언가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사람. 민성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젯밤을 꼬박 새우고 지금 여기 앉아 있다. 꾸벅거리다 못해 아래로 휘청거리는 민성의 눈과 코 그리고 입을 보면서 지원의 눈이 붉어진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창밖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너와 나는 왜 이 정사각형 안에 들어앉아 있는 걸까.



떨어지는 벚꽃을 등진 민성의 고개가 다시 한번 휘청거린다.



민성은 잠시 뒤에 치르게 될 시험 한 번으로 그의 이십 대를 평가받고, 또 그 이십 대가 그의 능력 모두를 대변할 수치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원은 덩달아 잠을 설쳤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네가 꿈꾸는 모든 것이. 네가 계획하는 모든 일이. 잘 되지 않을 리가 없어. 아름다운 청춘이잖아. 아름다운 것만으로 희망이 있어. it's okay, it's okay. 괜찮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노랫말이 귀 안에 가득 찼어.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 우리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달려가는 중일까. 문득 궁금해지지 않니. 바쁜 게 미덕인 양 모두가 그렇게 정신없이 삶을 살아내고 있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내가 어디로 가는 중인지.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이렇다는데 나는 자꾸만 길을 잃는 느낌이 들어. 꾸벅거리던 네가 움찔거리네. 그 뒤로 또다시 벚꽃이 우수수 떨어져.



사실 그렇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매 순간 자각하며 사는 삶이라 해서 얼마나 더 대단한 가치가 있겠나. 지원도 민성도 꽤 지친 모양새이다. 어디로 가든 그저 매 순간 지원의 옆에 민성이 있고 민성 옆에 지원이 있어준다면 그걸로 그들은 괜찮았을 시절. 민성은 한 그루 벚꽃나무가 되어 자꾸만 가지를 흔들고 지원은 분홍빛 꽃잎이 되어 바닥으로 정신없이 몸을 내던진다. 불규칙한 곡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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