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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은 제발 버리자

음식 쓰레기 제로 시대

by 영동 나나 Feb 15. 2025

 친구가 코다리찜을 한 냄비 가져왔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설거자를 하려니 남은 양이 어중간하다. 아깝기도 하고 친구가 보는 데서 버리기 미안해서 작은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다음날 저녁 식사에 코다리찜이 한 접시 놓여있다. ‘어제 먹은 코다리가 맛있어서 또 한 거야’ 하니 93세는 ‘아니 어제 그건데’ 하신다. 아니 내가 어제 보관한 양을 아는데 새로 한 접시가 되어있다. 자세히 보니 콩나물, 시래기, 가래떡 등이 추가되어 멋진 한 접시가 되어있다. 


 69세는 75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거 남기지 말고 오늘 다 먹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내일 또 코다리찜을 먹게 될 거야’


 돼지고기 고추장볶음이 남으면 콩나물, 양파, 호박을 넣어 새로운 한 접시가 되고, 며칠 동안 냉장고 있던 햄버거 하나가 세 사람이 먹어도 충분한 양으로 늘어나고, 몇 조각 남은 삼겹살 구이는 김치볶음밥에 계란을 덮은 오므라이스 가 된다. 우리 식탁은 언제나 퓨전 음식으로 차려진다.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하고,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93세의 아끼는 마음이 커서 어떤 때는 병이 날까 무섭고 화가 나기도 한다. 75세는 당뇨가 있어서 신선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날 때가 있는데 되살린 음식을 먹으라고 할 때는 불안하다. 


 어떤 때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93세가 와서 ‘이거 먹고 남으면 버려’ 한다. 잉? 그럼 우리는 지금 쓰레기를 먹고 있는 건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손이 멈춘다. 조금 전까지 맛있는 음식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93, 75, 69세는 두바이에서 25년을 살았다. 두바이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려면 비쌌고, 아까운 마음에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도 먹었다. 우리나라 식품을 파는 한국 슈퍼가 있지만 가격이 3배 정도 비싸다. 냉동식품, 라면, 과자, 참기름 등 유효기간이 지나면 맛은 떨어지지만, 한국에서 중동까지 왔다는 생각에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제맛이 나지 않아도 어떻게든 요리  해서 먹는 것에 익숙하다. 


 93세는 찌든 라면을 부대찌개에 넣어 먹고, 오래되어서 검게 변한 된장은 메주콩을 삶아 찧어 소금과 섞어 신선한 된장 색으로 만든다. 콩나물은 직접 키워 먹고 청국장은 만들어 주변에 팔기도 했다. 


 여기는 한국이다. 맛있는 것이 넘치며 신선한 채소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미모를 뽐내는 곳 아닌가. 야채들은 얼마나 정갈하고 이쁜지. 신선한 재료는 제 맛을 내서 같은 라면이라도 한국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저녁먹고 설거지를 하며 남은 음식을 버리려다 아이들 키울 때가 생각난다. 교사였던 69세를 대신하여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울 때 93세는 늘 마지막에 식사했다.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기 위해서이다. 손으로 쓱 합쳐 한 그릇에 모아 놓고 93세가 먹는다. 정말 쓰레기 같은 음식을 드셨다. 


 69세는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말에 화가 났지만 93세의 마음을 이해한다. 본인이 먹을 수 있다면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93세의 한 끼 식사량은 전부 합쳐 5숟가락 정도이다. 본인이 먹을 수 없으니 버리기 아까워 69세와 75세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몰랐던 69세는 기분이 상해 먹을 것도 안 먹고 쓰레기통에 부어버렸다. 





  93세가 보통 나이인가 누워있기도 힘든 나이인데 75세와 69세의 끼니를 걱정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오늘 아침에도 75세 당뇨병 환자와 살찐다고 걱정하는 69세에게 두부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별거 없다, 빵 대신 두부를 부쳐 양면을 만들고 그 사이에  계란 후라이, 상추 듬뿍, 치즈, 마요네즈, 와사비를 넣어 만들었다. 


‘이상한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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