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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Jul 09. 2024

축구 공부를 하기 위해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 도전기.

DIVE IN 10화. 장영훈 님

1. 안녕하세요 영훈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는 장코치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는 좀 더 잘 알려져 있는 장영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2014년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서 코치 라이센스를 취득을 하면서 코치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해설위원을 포함해서 방송에서도 ‘축구 코치’로서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축구와 관련한 여러 직업 중에 왜 코칭에 관심이 생겼는지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계기 자체는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요, 그 나이 때의 장래희망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보통 그렇듯 저 또한 계기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FC Porto를 이끌고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 Mourinho 감독의 모습을 티비에서 라이브 중계로 봤고, 축구에 한창 빠져 있던 시점에 뭔가 저에게 ‘그래 이거다!’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3. 축구 공부를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셨는데, 그때의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어린 나이셨고, 그렇게 유학을 가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스스로 내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긴 합니다. 애초에 해당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을 몰랐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해당 가능성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살아가면서 평생 후회로 남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거든요. 또한 군대 전역 이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타협해서 코치의 길은 접어둔 채로 스포츠 언론에 종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포탈 스포츠 페이지 편집 일을 하고 있기도 했었는데, 그때 당시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종목의 주체’가 되는 것이지 종목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4. 주변 지인들이나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이걸 업으로 삼으려고 도전하는 것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별개로 이 부분이 사실 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멀쩡하게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방향을 틀어서 쉽게 말해서 완전히 생소한 분야로 직업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고 하는 것이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주변에서 반대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지지의 의사를 표명해 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지인들은 1인칭 시점으로 제가 저를 아는 것보다 2인칭, 혹은 3인칭의 입장에서 저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입장이었고, 결국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부모님께도 얘기를 꺼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5. 막상 스페인에 갔더라도 적응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언어나 음식, 공부 등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아무래도 언어적인 부분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일화를 하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축구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했어서 스페인 도착하고 2,3주가 지난 시점에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일요일 리그 팀에 선수로 등록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자의로 나가는 것이었으니까 아무도 강요하는 사람이 없었죠. 근데 축구를 하고 싶어서 나가긴 했지만 처음에는 매주 나갈 때마다 고통이었습니다. 


한국이랑은 다르게 스페인은 아마추어도 경기를 하면 배정된 락커룸에 팀 전체가 모여서 경기 전후로 떠들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그 공간에 놓여있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주중에 경기에 나가겠다고 얘기를 해놨다가도 토요일만 되면 그 상황에 놓이는 것이 싫고 두려워서 나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처음 몇 개월은 계속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그래도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면으로 맞닥뜨렸고, 그 경험이 이후 제 스페인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이라는 국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태도라는 관점에서 훨씬 더 능동적인 자세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6. 스페인 유학을 결정하시고 도전하시면서 세우셨던 목표가 있으셨나요? 단순한 교환학생이나 놀러 가는 느낌이 아니셨을 것 같아서요. 


표면적으로는 코치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것이 아무래도 목표이긴 했습니다. 결국 이를 위해서 언어를 배웠고 코치 학교에 등록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좀 더 본질적인 것은 축구를 보면서 생기는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애당초 스페인으로 넘어왔던 것 자체가 축구를 보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왜?’라는 질문에 국내에서는 온전하게 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이었고,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것이 내적인 동기부여에서 오는 또 다른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7. 유학 중에 결국 라이선스를 따셨는데, 이 라이선스를 따는 것에 많은 분들이 관심이 있을 것 같아요. 라이선스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저를 처음에 알게 되시면 제가 유학을 하면서 취득한 라이센스에 관한 부분을 많이 언급을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항상 얘기하는 것이 라이센스는 결국 운전면허와 같다고 얘기를 합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운전을 잘하는 것이 아니듯 라이센스 그 자체가 뭔가 대단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코치라는 직업을 올바른 관점에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었다는 부분에서는 필요한 과정이었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들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8. 유학을 다녀오신 뒤의 도전들도 궁금해요. 실제로 발렌시아 아카데미나 프로팀에서도 일하셨는데, 유학을 통해 배우신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되셨나요? 실제로 일하시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코치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현재까지 총 7명의 각기 다른 스페인 코치(감독)들과 일을 했는데, 그 7명과 함께 하면서는 각기 다른 것들을 학습했다고 봅니다. 기본적인 바탕에는 공통된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각자가 축구에 대해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 관점의 차이를 함께 일을 하면서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경기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 훈련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방식, 그리고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를 대하는 방법까지, 매 순간 다른 것들을 학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굳이 장소가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말씀을 드린 이유는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팀이냐 아니냐, 큰 구단에 소속한 집단이냐 아니냐 보다는 ‘어떠한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함께 했던 코치들 중에 지금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표팀 감독을 할만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9. 축구 감독이나 코치는 대부분 선출분들이 하는 것 같아요. 비선출로써 이 판에 도전하는 것이 장단점이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으실까요? 


저는 코치 일을 시작한 이후에 제가 느낀 한국에서 얘기하는 ‘비선출’의 한계는 딱 하나였습니다. 채용을 위한 시험이 따로 있지도 않고 공채가 극히 드문 축구계에서 ‘사람을 모른다는 것’. 물론 저 부분이 축구계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무리 스스로 좋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고 채용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반대로 제가 지금까지 그래도 계속해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가진 장점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비선출이라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을 하는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관점, 혹은 다른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스페인이라는 키워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고요. 결국 단순히 그냥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서 뭔가 더 나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알게 될 기회 또한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단 매사에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중요합니다. 



10. 지금 축구 쪽으로 유학이나 커리어를 준비하시려는 비선출분들이 있다면, 해줄 말씀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실 스페인에서 돌아온 이후로 이런 분들께 연락을 굉장히 많이 받았습니다. 요새는 SNS가 발달해 있다 보니까 과거에는 페이스북이었고, 대중에게 조금 더 노출되어 있는 현재는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로 연락들을 많이 주시는 편입니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분들께 연락을 받고 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리스크가 없는 선택은 없다’입니다. 연락 오신 분들 중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더러는 실제로 스페인, 혹은 다른 국가로 유학을 떠난 분들도 계셨고 다양한 형태로 본인만의 도전을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수의 경우에는 위험부담 없이 뭔가를 얻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저는 많이 받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모든 것을 질문하는 분도 계셨고, 제가 본인이 앞으로 나갈 길을 정립해주길 바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굳이 축구가 아니더라도 내가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 도전을 하고자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리스크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도전이 도전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앞서도 일화를 하나 제가 얘기하긴 했습니다만 스페인에 도착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저에게도 두려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한 일들이 일상에서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반면에 지금의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떤 형태로든 그 두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이고요. 그 두려움이라는 변수가 결국에는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이라는 전제로 그런 것들을 감수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11. 타임머신을 타고 스페인을 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것 같은가요? 그 선택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지금은 돌아갈 생각이 크게 없긴 하네요 하하. 만약에 무조건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매 순간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해 왔던 선택들을 똑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솔직하게 말해서 간단합니다. 다양한 의미에서 저는 지금의 제가 꽤 마음에 들거든요. 최근에 ‘필연적 서사’라는 표현을 어떤 분이 쓰신 글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표현이 지금의 저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운명론 뭐 이런 건 아니지만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 특히 그 당시에는 저를 정말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순간들이 결국에는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느끼고 있는 최근 2,3년 이거든요. 그때 당시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런 일들이 있은 이후에 제가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겁니다.  



12. 굉장히 단단하고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신 분 같아요. 축구를 떠나 영훈님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저라는 사람의 본질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본질이라는 것은 뭔가 한 가지 대상으로 한정된다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이 우선시하는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축구계에 종사를 하다 보면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주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사실상 모두가 계약직이고 프리랜서인 곳이 축구계이니까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하긴 하지만 결국 그 가치를 기준으로 더 나은, 혹은 올바른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제가 세상적인 유명세나 경제적인 부를 성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내린 선택에서 오는 ‘현상’ 일뿐이지, 저라는 사람의 본질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13. 영훈님이 앞으로 축구판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혹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도전이라기보다는 제가 축구판에서 일을 하는 매 순간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다소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축구판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습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어떤 형태로든 저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저로 인해서 축구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보는 관점이 좀 더 다양해지고, 이로 인해서 축구라는 종목에 대해서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저는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라는 것이 단순히 결과에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고 분명 좀 더 종목 본질의 특성에 기인한 재미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많은 분들이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치로 일을 하는 관점에서는 제가 속한 팀의 선수들이 그 선한 영향력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제가 방송 활동을 하는 관점에서는 제가 나오는 콘텐츠, 혹은 제가 해설하는 경기를 시청하시는 분들이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앞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그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미치려고 하다 보면 나머지 것들은 현상으로써 따라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장영훈 님 SNS 바로 가기

> 장영훈 님 인터뷰 관련 참고 영상(이스타 TV)

https://www.youtube.com/watch?v=aKTiQ7uYmGU



✍️ 1화: "중학생 때부터 축구 기사를 쓰셨다고요?" - 류호진 님.

✍️ 2화: 아마추어 축구에 진심인 사람 - 박진형 님.

✍️ 3화: "유망하고 어린 선수들을 돕고 싶어요." - 양동인 님.

✍️ 4화. "대한민국의 여자 축구를 더 알리고 싶어요!" - 이윤성 님.

✍️ 5화. "전국의 축구장을 모두 가보고 축구 책까지 쓴 사람" - 장지원 님.

✍️ 6화. "비선출 축덕이 유에파 라이선스를 따기까지." - 홍상준 님.

✍️ 7화. "한국에서도 무리뉴가 나올 수 있을까?" - 박수용 님.

✍️ 8화. "축구가 좋아 영국에서 심판 자격증을 딴 도전기." - 김기용 님.

✍️ 9화. "비선출에 스포츠 전공도 아니지만 축구판 뛰어든 이야기." - 노형탁 님.


✅ DIVE IN은 축구에 뜻과 꿈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감과 용기를 얻고 축구판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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