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퀸즈 MoMa PS1-엄마, 여기 천장 안 무너지는 거지?
2024. 7. 25. 목요일
미국 뉴욕시 도착 4일 차. 전날 저녁 8시부터 자서 새벽 4시 기상.
시차적응 실패로 새벽 4시에 눈을 뜬 우리 가족은 퀸스의 MoMA PS1으로 향했다. 완벽한 뉴요커처럼 버스를 타고, 스타벅스에서 'mizi'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나는 분명히 mijin이라고 성실히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지만.)
스타벅스 mizi와 소남매는 한여름 땡볕 아스팔트를 걸어 PS1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건... 거친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강렬한 인상의 여성 인물 벽화. 우아아아! 노출 콘크리트만 보면 떠오르는 인더스트리얼한 감성!!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입장권만 사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
무표정한 경비원님들 손짓에 일단 깜짝 놀라며 소심하게 가방을 열어 보였다.
이어지는 영어 듣기 평가. 소1의 집중력이 흩어지고, 내 영혼도 흩어지며, 입장료를 내고 얼른 들어가고 싶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어 듣기 평가로 속이 울렁거릴 때쯤, 설명하던 직원분의 한숨으로 그냥 통과될 뻔했는데, 그러다 깨달은 '기부 입장료' 시스템. 10달러를 투명 상자에 밀어 넣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왜 내 메모장엔 19.59+10(현금)이라고 적혀있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PS1의 첫 느낌은 클래식한 미술관에서 느껴지는 매끈함보다는, 폐건물 특유의 거친 시멘트 촉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1) 소2가 계단이 무서워서 계속 언제 집에 가냐고 물어봄.
("엄마, 이 계단 진짜 안 무너져? 천장은?")
2) 화장실도 무서워함.
(문이 이상하다. 왜 발이 보이지? 무서워. 무서워.)
(화장실 칸막이 밑으로 보이는 발들은 대형 공포의 대상.)
3) 소1의 의문. 내가 아는 MoMa는 이것이 아닌데?
(엄마, 내가 이름 아는 작가가 하나도 없는데?)
소1의 말처럼 이곳은 우리가 알던 MoMA와는 달랐다.
염색한 실을 꿰어 캔버스처럼 직물을 만들어 그 안에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품들.
Only Love Can Break Your Heart.(Dust)
소1은 유난히 한 벽면을 차지한 큰 작품들 앞에 서 있었다. 보통 미술 하면 떠올리는 것들은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회화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MoMa PS1에서는 캔버스와 물감 이외에도 ‘다른 재료들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를 볼 수 있었다.
소2는 미술관에서 내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서워했는데, 그래도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 앞에서는 환하게 웃었다. 역시 애들은 자기가 아는 것 앞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사진을 찍는다. 그렇지만 다음 층에 올라가기는 무섭다.
아이들은 왜 엄마가 전시장보다 미술관 서점에 더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엽서와 퍼즐을 사준다니 나쁘지 않은 거래였나 보다.
갈라진 바닥과 녹슨 철근, 그 사이로 피어나는 현대미술. 어쩌면 PS1은 우리가 뉴욕에서 가장 먼저 만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소2는 아직도 그 계단이 무서웠다지만.
[7세 소1 인터뷰-퀸스 MoMa ps1]
- 미술관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뭐야?
:자유의 여신상 그림, 왜냐하면 실제 모습보다 색달랐기 때문
- PS1이 학교였다가 미술관이 됐대. 어떤 것 같아?
:계단이 으스스했어.
- 미술관에서 가장 오래 본 그림은 뭐야?
:컬렉션 안토니오 메지아, 포모나
(대충 아무거나 말하는 건 아니지? 사진 보고 그대로 쓴 거 아니지?)
- 미술관에서 제일 신기했던 곳은 어디였어?
: 미술관에 책 파는 곳이 있어서 신기했어.
(근데 왜 빨리 가자고 했어. 왜 엄마 언제까지 볼 거냐고 계속 물어봤어? 너는 왜 한 개 사고 엄마는 많이 사냐고 왜 왜 뭐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