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이승준의 하루

복지원

by 우주 작가

2033년 11월 6일 일요일.

이승준의 기록을 각색.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 되면 우리 복지원 근처에 있는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나온다.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곳인데 처음에 들었을 때는 헛소리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소식을 봤을 때 그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꽤나 유망해 보였다.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 우리 복지원에 봉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회사를 좋게 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승준 원장님이시죠?”


하루는 젊은 사람 하나가 나를 찾았다. 처음에 자기를 IB 소속이라고 해서 나는 무슨 정보기관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IB는 인피니트 바이오의 약칭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젊은 남자는 회사의 대표였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은 사람이었다.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나는 그에게 물었다.


“하하.. 저는 95년생, 올해로 39살입니다.”


내년이면 40살이라고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30대…. 나는 그가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자수성가. 게다가 생물학이라는 복잡한 학문을 접목시킨 사업을 하는 사람이 겨우 30대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회사에서 저희 복지원을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거기 대표님이 이렇게 젊으신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대표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그다음은 호감이었다. 젊은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견스러웠다. 국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대표는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밥과 술을 사줬다. 나는 그가 제공하는 유흥을 즐겼다.

대표는 매달 일요일이 되면 직접 봉사활동을 했다. 회사 사람들과 단체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대표와 대표의 부인만 나오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대표의 부인은 굉장히 어렸다. 이제 28살인 그녀는 앳된 외모와는 다르게 또래보다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적인 미인상에 키도 컸는데 묵묵히 일을 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면서도 리더십이 있어서 회사 직원들을 이끄는 모습도 보였다. 원래 그런 것인지 봉사 활동을 오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수수한 차림에 비싼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았다. 내가 대표와 많이 이야기하듯 와이프는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이프는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다. 대표 부부는 우리 부부의 호감을 잘 샀다. 그렇게 그들은 1년 넘게 우리와 인연을 쌓았다.



“오늘은 대표님 부부만 오셨네요?”


나는 오늘도 봉사활동을 하러 온 대표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예. 잘 지내셨죠?”


오늘따라 대표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보였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그냥 투자자들 압박이 조금 심해져서 그것 때문에 신경을 좀 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대표는 몇 달 전부터 투자자들이 실적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는 했었다.


“그렇군요.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내가 그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연구에 대해서 내가 참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네. 뭐. 일단 그럼 와이프랑 일 좀 하겠습니다. 오늘도 지난번과 같은 일을 하면 되는 거지요?”


대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이리로 오시죠.”


나는 대표 부부를 오늘 봉사 활동할 장소로 안내했다. 대표 부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언제나처럼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일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는 하는데 대표의 표정을 보니 큰 어려움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는 대표라면 충분히 이번 일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보기 좋은 부부다.

그러고 보니 대표가 전에 복지원 사람들 몇 명을 회사에 취직시켜줄 수 있다는 말도 했었다. 그때는 바빠서 한 귀로 흘렸는데 오늘 봉사활동이 끝나면 대표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봐야겠다. 우리 식구들이 그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먼 미래에 인류의 발전을 위해 큰 일을 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대표와의 건설적인 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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