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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Feb 20. 2021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2021) - 한지원

[자본론],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정표

[자본론],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정표
-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한지원, <한빛비즈>, 2021.





"이 책은 오늘날의 경제상태가 지속적 '성장론'이 아니라 [자본(론)]의 '작동중지(breakdown)'론을 통해 좀더 잘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
[자본]의 정수는 생산과 분배의 체계가 작동하는 근본적 원리를 탐구하는데 있다. 오늘날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이를 상품시장, 요소시장을 다루는 미시경제학과 금융, 경기순환, 경제성장을 다루는 거시경제학으로 설명한다. [자본] 역시 이 주제를 모두 다룬다. 다만, (주류)경제학의 프레임과 달리 화폐론(금융), 착취론(생산), 축적론(성장)으로 그 주제들을 다룰 뿐이다. 이 셋을 잘 엮어야 경제적 현상들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본]이 '착취받는 노동자를 위한 (철학적) 위안'이 아니라, 오늘날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하는 시민을 위한 과학'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서문>, 한지원, 2021.


70세가 넘은 연세에 경상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 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정윤광 선생께서는 해당 박사학위 논문([1929년 공황과 2008년 공황의 비교연구])을 통해 칼 마르크스는 1857~1858년에 걸쳐 [정치경제학 비판요강]을 집필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를 분석하고 비판하기 위한 총 6부의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1) 자본, 2) 토지소유, 3) 임금노동, 4) 국가, 5) 외국무역, 6) 세계시장과 공황 등이 그것인데, 이 플랜은 1859년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 수록 및 발표되었고 1867년 [자본론] 1권 출판에 이르기까지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마르크스 사후 그의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연구 초고들을 정리하여 [자본]의 2권과 3권 및 '잉여가치학설사' 등을 편찬하였으나 마르크스의 장대한 '6부작 정치경제학 비판' 계획은 전반 3부에서 멈추었고 '국가', '외국무역', '세계시장과 공황'의 후반 3부는 이후의 과제로 남겨졌다고 한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49


https://brunch.co.kr/@beatrice1007/150


( 칼 마르크스(좌) / 프리드리히 엥겔스(우) )


[자본론] 1권은 '상품'이라는 자본주의 최초의 '세포'이자 '맹아'로부터 분석을 시작하여, '상품'과 '화폐', 개별 상품생산과정에서 자본의 운동과 노동가치의 이중성 및 그로 인한 착취론 도출과 '물신성' 등을 다룬다. 엥겔스가 정리하기 시작한 [자본] 2권은 자본의 사회적 순환과 확대재생산을 분석하며 결국 가치증식된 자본(화폐)의 비밀은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의 (사용)가치'의 착취(부불노동)가 근원임을 밝힌다. 이후 [자본] 3권은 개별생산과 순환을 넘어 총자본의 운동을 분석대상으로 하면서 지대(토지), 이자(금융) 등의 가치증식 또한 상품생산 과정에서 '노동'을 통해 발생한 가치의 이전임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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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노동'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임금/가격)'의 이중성 폭로, 그로 인한 '이윤'의 원천으로서 '착취론'과 '잉여가치론', 인간의 사회적 생산관계가 '상품'과 그 '일반적 등가물'인 '화폐'의 관계로 은폐되는 '물신성(fetishism)'으로 정리되는데, [자본론]을 심도깊게 다시 공부한 'B급좌파' 김규항 선생은 최근작 [혁명노트]에서 이 '물신성'을 최대의 화두로 삼았고, 좀더 공부한 사람들은 [자본론] 3권 3편의 '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을 추가한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50


[자본론] 2권 <서문>에서 "선학들이 '해답'을 본 곳에서 마르크스는 '문제'를 보았다"고 했던 엥겔스가 본 [자본론]의 '철학적' 시각을 나는 따랐는데, 자본주의 체제를 거대한 플랜에 따라 분석하고 해부하고자 한 마르크스 본인의 '정치경제학적' 시각을 따라 더 연구한다면 [자본론]의 결론은 '평균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에 따라 '작동중지(breakdown)'하는 자본주의 내적 모순과 그의 실현태인 '공황(economic crisis)'이 된다. 1994년 남한을 뒤흔든 지하철 총파업을 이끈 정윤광 박사에 의하면 자본주의 체제적 '공황'은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비판플랜의 결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정윤광 박사님은 나의 결혼식 주례선생님이시기도 했다. ^^*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실장은 [매일노동뉴스] 칼럼으로 내게는 '믿고 읽는' 지식인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나 '국가재정' 등의 사안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현실 정책에 대한 다소 '양비론'적 언급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한지원 실장의 제안은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엄밀하고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일체의 '기득권'과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관점임을 알기에 '무조건 믿고 읽는' 저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지원 실장은 2021년에 세계를 보는 그의 관점을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라는 저서로 출간했는데, 이 책의 부제는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와 지난 현실사회주의경제 등을 망라하며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분석틀로 현대경제를 분석하고 관련 이론들을 비판한다. 관점은 '철학적'이고 '문과적'인 시각을 넘어 '경제학적'이고 수량적인 '이과적' 시각도 강하다. '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비유도 '이과적'이다.


"노동가치론의 논리 전개에 따르면 화폐의 본질은 상품에 대한 '보편적 등가물'이다... 길이의 보편적 등가물은 빛의 속도다.., 상품세계에서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화폐다... 화폐는 인간노력을 사회적인 노동 한 단위로 양자화한다."
- 같은책, <1부 상품과 화폐>, 한지원.


마르크스에 의해 더욱 확고해진 '노동가치론'에 철저하게 입각하여 현대 경제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상품들의 일반적 등가물'로서의 '화폐'의 본질을 설명하는 저자는 사회과학의 개념에도 자연과학의 비유를 하는데, 자본의 순환운동을 '보일러'의 난방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 사물을 파악하는 자본가적 방식의 미치광이 같은 성격은 여기('가공/의제자본')에서 그 절정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본의 가치증식을 노동력의 착취로부터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노동력의 생산성을 노동력 자체가 가진 이자낳는 자본이라는 신비한 속성으로부터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본론] 3권, '5편 28장 은행자본의 구성', 칼 마르크스,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1990.


'불평등'의 문제에 관하여 근원을 '기술혁신'이나 '불공정 시장' 등에서 찾는 것이 아닌 '자본' 자체로부터 규명하고 추적하는 토마 피케티 또한 한지원 실장에 의하면, "생산 측면이 이니라 분배와 거래 측면에서(같은책, <4부>)" 자본을 재정의하다보니 자산 일반이 모두 자본이 됨으로써 "배가 산으로 간 경우(같은책, 같은장)"가 된다. 저자에 의하면 "요컨대, 피케티의 불평등 이론은 법칙이라기 보다는 금융화의 힘 또는 자본가의 사회적 힘을 묘사하는 것에 불과하다(같은책, 같은장)".

https://brunch.co.kr/@beatrice1007/5


피케티 책의 특징은 매우 방대한 데이터와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 "요약"을 통해 주제별로 결론단락을 두는 것인데, 한지원 실장도 "요컨대"를 통해 일련의 설명을 요약하는 특징이 있다. 저자가 요약한 피케티는 체제에 대한 현상의 '묘사'일 뿐 자본에 관한 본질적 분석이 아니다. 미국의 '불공정 시장 비판론자'이자 케인스주의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또한 저자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는데 그 자신만만한 이론적 근거는 바로 [자본론]의 분석틀이다. 젊은 지식인의 탄탄한 자신감이 부럽다. 그만큼 '비트코인'에서부터 '임금공정성'이나 '임금(소득)주도성장론' 등 주요 논쟁점들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실력도 만만치 않다. 지속적인 '경제성장론'을 가상적으로 전제하는 위 이론들을 대차게 비판하는 주요근거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결론인 '자본주의 작동중지론'이다.

내가 읽기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하나 고르라면 바로 '가공자본(fictitios capital/의제자본)'이다.


"경제에서 '가공자본'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자본소유자가 생산물을 차지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소유자가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미래로도 확장된다. 소유법칙은 이제 자본소유자가 미래 노동에 대해서도 청구할 권리로 확장된다... 자산소유자는 '가공자본'을 통해 현재의 노동만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까지도 착취할 수 있다."
- 같은책, <3부 9장>, 한지원.


[자본론]이 나온 19세기는 '금융자본주의' 이전이었다. 3권에서 분석하는 지대(토지), 이자(금융) 등은 생산과정에 투입된 노동가치가 이전된 형태이며, 그 중 '이자' 또한 '금융자본'이었다기 보다는 당시 자본주의 '이상적 평균([자본론을 읽는다], 루이 알튀세르)'으로서 영국의 '영란(잉글랜드)은행'으로 대표되는 '은행자본'이었다. [자본론] 3권에 나오는 '가공자본(架空資本)' 또는 '의제자본(擬制資本)'은 '노동'과 결합하여 가치를 증식하는 생산자본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가 이전되거나 이에 기생하여 '자본' 구실을 하는 '가짜자본'이라는 뜻일 텐데, 어쨌든 현대 금융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가공(의제)자본' 형태가 자본의 주된 모습으로 현상하므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자산)론'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지원 실장은 '작동중지'의 내부모순으로서 '실제(생산)자본'에서 파생된 '가공자본'은 "미래의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그 필연의 운동을 가속화한다.


"21세기, 자본의 '작동중지(breakdown)' 상태에서 자본의 무능과 진보진영의 실패로 말미암아 마르크스가 말한 계급적 공멸이라는, 체제의 극한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 같은책, <4부 14장>, 한지원.


'미래의 노동'까지 땡겨서 착취하는 '가공자본'이 대세가 된 현대자본주의는 결국 '평균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을 막을 수도 없고 오히려 더 강화한다. 고전적으로는 자본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분모인 불변자본(C) 몫이 커지면 분자의 가변자본(V) 몫에 비해 저하되는 개별자본의 이윤율(V/C+V)이 자본투자를 통한 '산업혁명' 급 기술혁신이 없는 한 전체 평균이윤율이 저하하는 경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되나 이 인공지능화와 자동화 등은 아직 기존 자본과 산업의 구조를 파괴하고 혁신하는 '혁명성'이 없다. 단지 '노동'의 파괴와 일자리 감소 등의 '협박질'로 불확실성만 키우고 이를 이용하는 자본의 이윤만 늘리고 있다.


( 정윤광 위원장님 박사학위 논문, 2020. )

정윤광 선생은 예의 박사논문에서 1929년 공황과 2008년 공황을 비교분석하면서 '대공황'이 자본의 가치증식 운동의 필연적 결과임을 전제로, 1929년 공황 이후 2차 세계대전이라는 광범위한 자본파괴와 재건 및 혁신, 대규모 노동착취 강화를 발판으로 인류사 최고의 이윤율 성장을 기록하고 위기를 극복한 반면, 2008년 최근의 공황은 정부의 발빠른 개입으로 위기는 넘겼으나 신자유주의적 기조가 변함없어 여전히 이윤율 저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공황'의 연속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겹쳐져 우리 시대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일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의 기본 '경전'이 다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된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72


우리 사회에 [자본론]을 처음 번역한 고(故)김수행 선생은 2014년 그의 마지막 저서 [자본론공부]에서 이 '평균이윤율 저하경향의 법칙'을 이윤율 저하의 경향과 산업혁명급 혁신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확대로 사회가 한 발 더 전진하는 경향이 현실적으로 복합작용하는 '법칙'으로 이해하자는 유언과도 같은 당부를 한다. 즉,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은 옳지만, 이 분석틀은 역사와 현실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지원 실장의 이 책은 [자본론]의 '공부'나 '해설'을 넘어 현시대에 맞는 "[자본론]의 현재화(같은책, <서문>)"라는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자본]의 현대화와 철학자 이진경의 말대로 자본주의 체제 '이후'를 상상하고 내다볼 수 있는 '[자본]을 넘어선 [자본]'이 필요하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0


자본이 '작동중지'와 '공황'으로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정표로서의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새로운 세대에게 '철학'적 신념은 물론 이를 넘어선 '과학'적 무기가 된다.


칼 마르크스의 후예들로서 자본주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굽힘없이 현대화시키는 이 '천재'들이 화려한 주류경제학으로 가지 않고 노동계급의 편에 남아 있음에 이 시대 임금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한다.

***

1.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지원, <한빛비즈>, 2021.
2. [자본론], 칼 마르크스,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1990~1996.
3. [자본론 공부], 김수행, <돌베개>, 2014.
4. [자본을 넘어선 자본], 이진경, <그린비>, 2004.
5. [혁명노트], 김규항, <알마>, 2020.
6. [1929년 공황과 2008년 공황의 비교연구], 정윤광, <경상대 정치경제학과 박사학위논문>, 2020.
7. [자본론을 읽는다](1966), 루이 알튀세르, 김진엽옮김, <두레>, 1991.
8. [21세기 자본](2013), 토마 피케티,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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