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 가지나무
봄에 심은 작은 모종이
여름 내 보라색 꽃을 피우고
그 꽃은 열매가 되어
가지구이
가지 밥
가지나물로
식욕을 돋우더니
뜨거운 여름 볕에 검게 그을린
나무가 되어
무성한 그늘을 이루었다
호랑나비가 날아와 앉는다
가을이다
내 키보다 훌쩍 큰 가지나무엔
다시 보랏빛 꽃이 피며 속삭인다.
'세상일 너무 심각할 것 없어,
구워 먹고, 비벼 먹고, 무쳐 먹으며
맛깔나게 살아'
나는 젓가락을 멈추고 웃는다.
인생도 결국, 가지처럼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가지가지 즐겁게 맛보는 것이리라.
#작가노트
봄에 심은 작은 모종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밥상에 오른 과정을 지켜보며, 삶 또한 계절처럼 순환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구워 먹고, 비벼 먹고, 무쳐 먹는 소박한 식탁은 그 자체로 인생의 지혜다. 김장 배추를 심느라 정리하던 밭에 가지꽃을 피우는 가지나무를 뽑지 못하고 한그루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