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들판에서
들판에
알알이 여문 빛이
논바닥으로 스며든다
바람에 젖어
고개를 떨구는 한낮의 땀방울
볏잎과 함께 자란 바람풀이
하늘만을 향해
끝까지 고개를 세운다
붉은 기운을 흔들며
텅 빈 바람을 가른다
같은 흙에 내린 두 개의 뿌리
한쪽은 낮아지며 영글어
가을이 되고
한쪽은 높은 곳을 향하여
열매 대신 허기를 남긴다
누군가 내게
생명의 길은 낮춤에 있다고
보여주는 그림 같다.
#작가 노트
피 또한 볏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매를 맺지만, 이 시에서 나는 벼와 대비되는 상징으로 불러왔다. 같은 흙에서 함께 자라면서도 한쪽은 고개를 숙여 우리에게 결실을 주고, 다른 한쪽은 끝내 고개를 들어 허기를 남긴다. 자연은 늘 이렇게, 생명이 걷는 서로 다른 길을 은유로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