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Sep 10. 2024

자신과 삶에 대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길 원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을 향해 던지고, 성실하고 확고하게 대답하라. 지금까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의 영혼이 더 높은 차원을 향하도록 이끌어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기쁨을 안겨주었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 <니체의 말> 중



자아실현과 예술은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혹은 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니체의 말처럼, 자신이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쁨을 안겨준 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거나 이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그리 초라하지도, 무의미하지도 않을 것이다.


니체를 비롯해 수많은 철학자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주인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헤겔도 자신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평생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비록 불운한 삶을 살다 갔지만, 니체는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주인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사소한 것도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큰 뜻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나 원하는 욕망이라고 해서 그것을 꼭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욕망에 이끌려가지 않고 잘 다스리는 사람만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니체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생을 쉽게, 그리고 안락하게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리 짓지 않고서는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된다. 언제나 군중과 함께 있으면서 끝내 자신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아가면 된다.


뭐든 쉽게 가지거나 이루려고 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조차 남한테 떠넘기고, 손쉽게 벌려고 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리고 잠시의 적막감이나 외로움도 견디기 힘들어서 군중에 떠밀려간다. 그렇게 무리 속에 있으면 잠시 안심은 되지만, 또다시 공허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별 후에 자꾸만 상대한테 연락하고 싶은 것도 결국 허전함을 채우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는 떠났고, 기사는 차를 세우거나 돌아올 마음이 없다.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추억을 붙들고 있는 것도, 군중 속의 고독을 마주하는 것도 결국 당신의 몫이다.


더 기뻐하라. 사소한 일이라도 한껏 기뻐하라. 기뻐하면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몸의 면역려도 강화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참지 말고 마음껏 기뻐하라. 기뻐하면 온갖 잡념을 잊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도 옅어진다.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워할 만큼 기뻐하라. 즐겁게 살아가라.



어느 해질 무렵, 바닷가를 향해 달려간 적이 있다. 자꾸만 모습을 감추려는 노을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와, 너무 예쁘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보고서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감탄사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앞에서 저절로 나왔다.


사는 게 바빠지고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은 진심으로 기뻐하거나 웃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우연히 찾은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지갑을 두고 나온 날 지하철역에서 누군가 친절을 베풀고, 강의 내내 반짝이는 눈빛으로 학생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전 10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