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누군가가 돌아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본능적으로 숨는 것은 어려서부터의 습관같은 것이었다. 유년시절에는 복도 끝에서부터 자박자박 들려오는 엄마의 신발소리에 따라 본능적으로 숨는 것이 나의 일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전자음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기계처럼 일어나 몸을 숨기곤 한다. 어린 시절 (아니 몸뚱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를 놀래켜주던 즐거웠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나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생기고서도 그 즐거웠던 기억을 공유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룸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숨바꼭질이지만 방 두개와 작은 거실(?)이 있는 지금의 집에서는 몸을 조금만 구겨 넣으면 숨바꼭질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에 숨어있을지 뻔히 보이는 숨바꼭질을 몇개월 째 해나가고 있는 나의 한결같음이 그에게는 아주 놀라운 행동패턴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나를 찾아내고 나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지만 그가 나를 찾아 온 집을 헤매는동안은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나는 아주 잠시 가장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탄 기분에 빠져든다. 그런 유치한 장난이 지겹지도 않냐고 물어오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놀이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 것은 원룸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놀이 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맨 몸으로 한국에 돌아와 고시원에서부터 원룸, 원룸에서 1.5룸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결혼을 하고 방 두개의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삶의 행복도 딱 그만큼씩 넓어져 왔다. 다른 누군가와는 시작부터가 조금 달랐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넓어져가는 시간들이 고맙고 또 감사했다. 내 본능은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숨바꼭질의 기억을 떠올리며 원룸을 벗어나자마자 그에게도 작동하는 중이다. 서른 두살인 오늘까지 말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엔 나와 그를 닮은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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