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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Sep 27. 2021

체중이 우상향 한다

주식이 아닌 체중이 말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얼마나 나이 들었길래 젊은 날이 어쩌고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도 이 나이가 처음이다. 요즘 부쩍 나이 듦을 절감할 때가 자주 생긴다.


거울에 비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데 숨어있던 흰머리가 존재감을 뿜뿜할 때, 얼굴에 훅 패인 구덩이가 확인될 때,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얼굴 좀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실 때, 그리고 며칠 식단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도 체중이 내려가지 않을 때! 그럴 때 세월을 체감한다.



무슨 유치한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구글이 알려준 나의 9년 전의 모습은 다시 돌아가지 못할 모습을 보여줘서 서글프기도 했다. 혹자는 본인 관리를 잘해서 그 때나 지금이 나 비숫하다고 하는데 그건 나를 대충 봐서다. 조금이라도 과식하면 부풀어 오르는 똥배, 누워도 홀쭉해지지 않는 똥배, 출렁거리는 팔뚝 살은 이제 나의 절친이 되었다.


구글이 알려 준 9년 전의 나


점심시간, 일주일에 두 번,

식사는 단백질 음료와 샐러드로


5월부터 운동을 했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운동.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2여 년이 되니 다시 느낌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그간 내가 운동을 왜 쉬었나 후회가 밀려올 정도로 다시 시작한 운동은 꾸준히 하는 운동보다 힘들었다. 


3년 전 한국에 잠시 체류할 때 플라잉 요가에 도전했다


한 달 후쯤 BMI 지수 검사를 했더니 체지방만 1kg이 빠지고 몸무게는 그대로다. '정말 몸무게는 안 빠지는구나(식이요법 안 하고 해서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정말 몸무게 변화가 없다).' 트레이너가 찍어 준 데드리프트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댓글이 웃기다.


호,, 혹시 다시 체대 가려고요?


언니,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오 마이 갓, 언니 왜 그래?


등의 반응들이 많았다. 그렇다, 뭔가 상식을 뚫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주위에도 가끔 좋은 환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꽤나 기분 좋은 반응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우와~" 하는 반응, 여자들은 "언니 뭐해, 왜 이래" 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다시 코로나 4단계. 점심시간을 쪼개서 하던 운동을 다시 멈추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까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관성이 나를 붙든다. 그래서 인터넷 창을 열어 해야만 하는 구조 속에 나를 살포시 밀어 넣는다. 일하는 곳 맞은편이 신세계 본점이라 신세계 아카데미에서 하는 6회짜리 요가 자리를 등록했다. 워밍업 정도로 숨쉬기 좀 배우고 오련다.


매일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책 주문만 열심히 했지,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독서모임에 나를 살포시 밀어 넣고 싶다. 한편으로 마음속으로 올라오는 관성의 힘이 생각을 조정한다. '한편으로 참 부담스럽다.'하고 말이다.


결국 지금의 내 모습은 나의 습관이 빚어낸 모습이다. 싸워야 할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내 속에 있는 게으름이며 현재 만족형 생각 습관 아닐까.


일하는 맘으로 다시 돌아온 지 1년 하고 4개월여 되어간다. 아이들 교육 신경 쓰면서 달 과정에 맞게 해 줘야 할 것들을 충족시켜줘야 된다. 현재와 연결된 미래  직업에도 신경 써야 되고, 남편의 고민 들어주고 함께 길과 방향을 모색해야 된다. 뭔가 장황하게 하는 것처럼 썼지만, 사실 모든 엄마와 아내들이 하는 일이다. (유난스러워서 죄송...) 흰머리 느는 것이, 나를 가꾸는 일에 소홀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다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올라온다. 


이젠 이런 핑곗거리는 그만 읊조리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그것 안에 let me in 해야 과거 사진만 바라보며 나 이 땐 이랬는데 에서 벗어날  있겠지. 과거 한탄, 신세 한탄을 던져버리고...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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