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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아 Dec 11. 2024

익숙함에 대하여

미워하던 것들에 지긋지긋한 애착이 생기기도 한다.

욕하고 헐뜯고 저주를 퍼부어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것에 이상하리만큼 정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딱히 좋아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싫고 저주하고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왠지 코끝이 찡해지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말 무서운 건 익숙함이라는 거다.

그것이 부당한 상황이든, 싫은 사람이든, 무엇이 되었든 익숙해졌다는 건, 이미 나도 그것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구별되려 해도, 구분되려 해도, 이미 그 가운데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 한 사실이다.

나는 이미 욕하고 헐뜯고 저주했던 그것의 일부이다. 자신의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떼어버리기 쉬운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그것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미  좋든 싫든 그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떼어버리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겠지만, 그 빈자리는 다른 것으로 채워지는 그런 대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익숙함에 대한 흔적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회사를 경험하고, 최악의 문화를 경험하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온 나는 그곳의 흔적을 안고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행동, 말투, 태도에서 묘한 그때의 그 느낌이 드러나버릴 때, 소름 끼친다는 한마디로도 부족할 정도이다.

그렇다. 그곳이 나를 바꾸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할 내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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