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모임은 2025년을 맞이하고 나의 암울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꿈 제목 : 인어의 영혼이 빨아 먹히다.
중년의 남성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규율을 만드는 리더이다.
그 남자의 지목으로 많은 이들이 죽고, 그 다음에 누구를 죽일지 지목한다.
원래는 중년 여성이 타깃이었으나 남성은 인어들을 죽이라 명령한다.
그냥 인어가 아닌 '젊은 남성들에게 상처받은 인어'다.
명령을 받은 젊은이들이 바다로 나간다.
눈물의 여왕에 나온 김지원이 남성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간다.
김지원이 인어에게 죽이는 방법을 묻자, 인어는 순순히 방법을 알려준다.
목을 물어 영혼을 빨아들이면 된다.
김지원은 망설임 없이 인어의 목을 문다.
인어가 괴로워하는 게 나에게도 느껴진다.
둘의 영혼이 뒤섞이며 눈은 없고 입은 괴이하게 찢어져 혀가 거대한 괴물이 된다.
그 상황을 어떤 남자가 담담히 나레이션처럼 설명한다.
인어라 하면 왕자의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잃고 거품이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꿈에서 중년의 남성은 인어를 쓸모없다 여긴다.
상처받은 인어는 방해가 된다는 것처럼.
평소에 하던 고민과 감정이다.
특히나 요즘 들어 잊고 있던 감정들이 올라와서 새해부터 침체기를 맞았다.
무의식은 경고 하는 듯하다.
네가 지금 이런 상태라며 인어와 중년 남성, 김지원을 끌어들였다.
이쯤 되니 모임분들도 눈치를 채고 내게 물었다.
나는 젊은 남자들에게 상처받을 때가 언제인가, 그럴 때 나의 감정이 어떤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연애하고 헤어질 때마다 과한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내가 쓸모 없어졌구나. 나한테 하자가 있어서 떠났구나.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까지 느끼며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
단순히 헤어져서 슬픈 감정보다 깊은 정서까지 건드려진다.
꼭 연애로만 상처받지 않았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경험들도 한몫했다.
그 와중에 중년의 남성은 일관된 모습으로 꿈에 자주 나타나곤 했다.
모습은 달라도 그가 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약해지지 마. 더 깊이 들어가지 마.
나에게 더 이상 문제를 찾지 말라며 상황을 회피하기 바빴다.
스스로에게 자의식 과잉, 자기 연민, 나르시시스트 온갖 정신병을 들먹이며 이름표를 붙인다.
사람들 앞에서는 문제없이 사랑받고 자란 사람인 양.
이제는 아픔을 잊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인 양 행동하며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괴리감이 영혼을 죽여놓는다.
그렇게 내 안의 인어는 목소리를 잃은 채 영혼까지 빨리며 죽임을 당한다.
꿈속 인어의 심정은 나와 연결되어 다 느껴졌다.
도망쳐봐야 아무 소용없어.
모임분들은 모두 인어가 왜 그렇게 쉽게 자신을 내어주었나.
자포자기해 버린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김지원은 눈물의 여왕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 나왔다.
드라마 속 김지원은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강인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이었다.
왜 김지원을 앞세워 인어를 죽이게 했는지 알 거 같다.
이성과 감정의 충돌이 꿈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지원은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이 아닌지라 인어의 영혼을 소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니 내면은 더욱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지 않나.
그래, 다 내 문제야. 내가 괴물이야.
스스로를 갉아먹는 괴물이 탄생되었다.
오늘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찰리는 내가 아는 젊은이들 중에 가장 보석 같은 사람이야.
말없이 등을 쓰다듬어 주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를 공유해 주며 어떻게 극복했는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없어선 안될 존재야. 쓸모없지 않아. 계속 계속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감정도 결국 변한다는 피아노 선율의 비유도 감명 깊었다.
내가 꿈모임을 하는 이유고, 사람들에게 꿈모임을 추천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오늘 내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무너지는 나라도 괜찮아.
내가 옳아.
그런 일들을 겪었으니,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내 스스로를 인정해 주고 보듬어줘야 함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