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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야사는 나의 명상이다

집중하는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는 하루

by 배아리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런 타입은 명상을 하면 좋단다. 그래서 지금껏 명상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무한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명상이란 뭘까? 잘은 모르지만 어떤 한 행위에 오롯이 집중하는 순간일 거라고 요즘은 생각한다. 하루가 잡생각 없이 온전히 어떤 것에 몰입하는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면 채워질수록 삶의 행복도와 안정감이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글 쓰는 것도 좋아한다. 글을 쓰는 동안 머리는 내용을 생각하고 손은 글을 쓰고 눈은 내가 적어 내려 가는 단어와 문장을 응시하게 된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신체의 모든 것이 글을 쓰는 행위에 오롯이 집중하는 순간, 그것은 일종의 명상이다.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제일 처음 좋아했던 수업은 빈야사 수업이었다. 빈야사 요가란 ‘흐르다‘ 혹은 ’연결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요가 스타일이다. 호흡과 동작을 끊지 않고 물 흐르듯 연결해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며, ’움직이는 명상’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선생님들마다 시퀀스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다운독, 코브라, 스플릿, 각종 런지의 변형, 워리어와 리버스 워리어 등의 동작을 일정하게 반복한 뒤 마지막에 물구나무서기인 시르사아사나나 우르드바 다누라사나 등 고난도 동작을 도전한 뒤 끝나는 요가다.


빈야사 요가는 시퀀스가 진행되는 속도가 꽤 빠르기 때문에 물 흐르듯 정신없이 시퀀스를 쫓아가야 한다. 몸을 찢고 늘리고 수축하고 근육을 단련하는 그 과정이 힘들기도 하면서도 이내 그 유려한 흐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가장 정제된 짜임의 반복이 가진 미학적인 힘은 그 자체로 나를 황홀하게 한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팔다리를 보며 ‘내가 이런 움직임을 반복할 수 있다니’하는 뿌듯함도 올라온다. 속도가 빠른 동작의 흐름이 반복된다는 건 꽤나 집중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작을 따라가려 애쓰는 그 몰입의 시간 속에서 나는 놓을 수 없던 일상의 걱정거리들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자유를 경험한다. 빈야사 요가를 여러 번 수련하며 얻어지는 동작의 완성도에서 오는 뿌듯함은 덤이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시퀀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사바아사나를 할 시간이 된다. 눈을 감고 누워서 고요한 호흡의 소리를 들으며 숨을 고른다. 달디 단 사바아사나도 끝나면 이제 땀을 닦고 집에 갈 시간이다. 이런 질 높은 시간으로 내 삶이 꽉꽉 채워지길 바라며 요가원을 나서며 생각한다.


빈야사는 나의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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