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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_Frieze LA_Galleries_7

Nazarian / Curcio

by 동그라미

Nazarian / Curcio


걱정하면서 기다리던 2025 Frieze LA가 문을 열었다. 올해 Frieze LA에 참여한 갤러리들을 살펴보던 중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는 갤러리 중에서 기존 작가들이 아닌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하는 갤러리를 찾아보던 중 Nazarian / Curcio라는 갤러리를 발견했다. 이 갤러리는 ‘Shulamit Nazarian’이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한 갤러리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중동 지역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했으며, 이후 2016년 ‘Seth Curcio’가 합류하면서 갤러리의 방향성이 확장되었다. 신진 및 중견 작가뿐만 아니라 기성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면서,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탐구하는 예술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2017년, 갤러리는 현재 위치인 ‘Hollywood’로 이전하였다.


갤러리전경.jpg Nazarian / Curcio Gallery 전경 (SOURCE: Nazarian / Curcio)


Nazarian / Curcio 갤러리는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rt Basel Miami Beach, Frieze Los Angeles, The Armory Show, ADAA’s The Art Show, FOG Design + Art, EXPO Chicago, Dallas Art Fair, Art Brussels, NADA NY, NADA Miami 등의 주요 행사에서 갤러리의 예술가들을 선보이고 있다.


Shulamit.jpg Shulamit Nazarian (SOURC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설립자인 ‘Shulamit Nazarian’은 이란에서 태어나 15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건축을 전공한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예술계에 복귀하여 Nazarian / Curcio 갤러리를 설립했다. 갤러리를 통해 중동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을 알리는 데 기여했으며, 이후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까지 활동을 확장해 왔다.


Seth Curcio.jpeg Seth Curcio (SOURCE: Whitewall)


‘Seth Curcio’는 2016년 갤러리에 합류한 후, 2022년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 미술관인 ‘Pier 24 Photography’의 부국장을 역임했으며, 글로벌 온라인 예술 출판물인 ‘DailyServing’을 창립하고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그의 합류 이후 갤러리는 더욱 성장하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Kour Pour


Kour-Pour-1_COVER.jpg Kour Pour (SOURCE: Galerie Magazine)


Nazarian / Curcio 갤러리는 초기부터 중동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왔다. 이들의 작품을 살펴보던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Kour Pour’(b.1987)이다. 그는 1987년 영국 엑서터에서 태어난 영국-이란계 미국인 예술가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이란계 부모를 둔 그는 미국에서 예술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경험했다. 그의 작품은 동서양의 미술 전통이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문양과 현대적인 해석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kaviguptagallery-kour-pour-wishing-for-a-way-back-home-2023.jpg Wishiong for a Way Back Home, 2023, acrylic on canvas over panel, 121.9x91.4cm (SOURCE: Kavi Gupta)


Kour Pour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페르시아 카펫 문양이다. 이는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던 카펫 가게에서 보낸 시간에서 받은 영향으로 보인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실제 페르시아 카펫의 패턴을 회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많으며, 이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했다.

이후에는 단순히 페르시아 카펫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일본 우키요에 판화, 한국 민화, 인도 미니어처 회화 등 다양한 아시아 전통 미술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는 이러한 기법을 통해 다층적인 문화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며,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Autumn+Hunting+Scene,+2016,+Acrylic+on+canvas+over+panel,+96_+x+72_.jpg Autumn Hunting Scene, 2016, Acrylic on canvas over panel, 96" x 72" (SOURCE: Kour Pour)


Kour Pour는 작품을 제작할 때 회화적 기법뿐만 아니라 판화 기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캔버스를 일일이 손으로 샌딩하고, 실크스크린과 핸드 페인팅을 혼합하여 여러 겹의 텍스처를 쌓아가는 방식이 그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이는 카펫의 실크 소재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내며, 작품의 표면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또한, Pour는 작품의 배경을 하나의 '문화적 표면'으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중첩되는 독창적인 공간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재현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조형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squaready_30Aug2022_104509.jpg Tiger in Pop Land, 2022, Block printing ink, acrylic on canvas, 94'x65' (SOURCE: Kour Pour)


Kour Pour의 작업은 특정한 한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서구 중심적인 예술 관점을 벗어나 아시아, 중동, 그리고 서양의 다양한 요소를 조합하며, 이를 통해 문화적 아이덴티티의 유동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패턴과 도상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방식은 현대 사회에서의 다문화적 경험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문화 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는 현대미술이 서구의 기준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글로벌 미술 언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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