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나는 간단한 점심을 챙겨 도산공원에 간다.
이때만큼은 나는 내 입을 다물 수 있다.
그리고 편한 숨을 쉰다.
이젠 춥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
하지만 가끔 궁금하다.
나의 말, 나의 표정, 나의 몸짓 하나하나가 무늬가 되어 휘적휘적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인지.
나의 존재가 그 이유가 되는 것인지.
나도 안다.
까칠한 무늬를 보드랍게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때론 기다려야 한다.
나이 들면(?) 좀 너그러워진다더만 쉽지 않네.
이로 말할 수 없는 사건 • 사고 들이 내 정신을 휘젓고 다닐 때, 나는 이마를 노트북에 처박는다.
멈칫.
어느새 동료는 내 자리를 기웃거린다.
나는 고개를 쳐든다.
빠져나갔던 나의 생기가 돌아온다.
‘일’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눈다.
불편한 (?) 관계 속에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나를 지켜준다.
그래서 나는 유일하게 그와 밥을 먹는다.
노트북을 쾅 덮었다.
우리를 세상에 알리는 팝업스토어라는 데뷔전이 코앞이다.
나는 화를 넘어 울분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도 모른다.
누구?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확인해 보겠다’ 일색이었다.
머뭇거리다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흐른다.
한숨과 진땀 났던 여정이었다.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마음속에 오프닝 세리머니는 잘 치렀다.
나는 늘 생각한다.
호스트는 화려하고 번쩍이는 연출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게스트를 안전하게 배려해야 한다.
비로소 그들이 안심할 때 환한 얼굴이 드러난다.
흥이 넘쳐 덩실댄다.
걸쭉하게 취했고, 휘청이며 또 한잔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정다운 사람들의 정신 나간(?) 이야기를 나만 맨 정신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