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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Sep 16. 2022

큰바람

도시와 건축을 말하다


 

태풍전야. 바람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침묵이 고요하게 흘렀다. 계절의 흐름에 변함이 없듯이, 사람들도 인생을 통하여 자연의 변화에 익숙하게  것일까? 그리하여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바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추억이기도 하였지만, 몸서리치는 경험이기도 하였다. 올해도 예외가 없다.


거대한 자연 앞에 사람은 얼마나 작아지는가? 강한 바람 힌남로는 예상대로  도시를 관통하였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건축에 종사하는  주변은 특별히 초긴장 상태였다. 방치된 건축자재는 물론, 공사용 가시설, 장비는 바람에 노출되기에 십상이다. 특히 고층 건물의 현장일 경우에는 피해가 당해 현장에 국한되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취약한 것은 오직 시공 현장뿐일까? 이 계절에 불어오는 큰바람은 도시디자이너와 건축가를 긴장하게 한다. 건축과 도시의 허약함에 대하여 잘 알기 때문이다. 빌딩 숲을 관통하는 바람이 이번엔 어떤 묘수를 부릴까? 우리의 도시와 건축들은 그러한 바람에 얼마나 적응할까? 문득 그런 질문에 직면하게 되고, 갑자기 두려워 지는 것이다. 어느덧 이 도시가 거대한 빌딩의 숲이 된 것이다

지난 폭우에서 경험한 것을 생각해 보면, 화를  키운 것은 단순한 논리를 간과한 것에 있었다. 문제의 단초가 시설물이나 시스템에 있었기보다는, 자연의 현상에 순응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있었다.  시민이 쓰레기로 막힌 맨홀 뚜껑을 청소하여 물길을 틔운 일과 같은 단순하고 원칙적인 태도가 재난을 예방한다. 재난을 당해야만  단순하고 평범한 원칙들이 비로소 보이는 것일까? 우리의 건축과 도시의  단순한 논리에 얼마나 충실한가?


세계에서 손꼽는 고층 건물의 도시가  부산. 시각적 품격이 높아진 반면, 여러 가지의 도시문제가 생겼다. 일조문제로 인한 환경 악화는 오래된 일이고.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 일어나는 돌풍, 소위 빌딩풍의 발생도 빈번해졌다. 고층 건물을 설계할 때는 바람을 고려하여 ‘풍동설계 같은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바람과 고층 건물과의 환경적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여전히 설왕설래 되고 있다. 도시의 이미지 향상에 대한 반대급부를 참을성 많은 시민이 견디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 인류가 터전인 지구를   다룬 관계로 나날이 험악해져 가는 자연재해를  도시나 집단이 어쩔  없겠지만, 도시 계획이나 건축은 도시 관리자가 충분히 다룰  있는 영역이다. 도시, 건축과 바람과의 관계는 폭우  물의 흐름에서 관찰했듯이 매우 단순하다. 높이가 절제되고 틈이 넓어지면 바람은 순해진다. 그게 바람을 대하는 도시와 건축의 기본 원리이다.


건축과 도시의 역사를 살피면 인간이 자연에 순응한 예는 많다. 바람이 들지 않는 곳에 바람이  통하도록 만든 건축, 바람이 드센 지역에서는 바람이  지나가도록 조성한 도시의 . 도시의 역사에는  자연의 원리가 잘된 도시와 좋은 건축의 원칙이 되고 있음을   있다. 지금  도시는 그렇게 조성되고 있는가?


큰 바람이 이 도시를 지나갔다. 밤을 틈탄 바람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고, 고층 아파트 내 집 주위에서 광란의 절정을 이루었다. 집이 흔들리고, 속이 울렁거려 지하에라도 내려갈까 망설이기도 하였다. 60층, 100층에 사는 사람도 있는데 어떨까 하고 위안도 해 보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당장 내 앞의 바람이 무섭다.

 

나는  이다지도 높은 곳에서 바람을 맞아야 하나?  고층의 집은 자연의 원리에 얼마나 충실하였을까?  그러하지 못하여 문제라도 생긴다면? 밤새 잠들지 못하고 집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집이란 곳에서  집으로 인하여 공포를 느껴야 한다니.  무슨 아이러니인가?


내가 믿었던 기술은 거대한 자연 앞에 등불이 되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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