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사냥철에 양들은 도망쳐요. 2부
* 이 소설은 [소설_사냥철에 양들은 도망쳐요]의 2부입니다.
(1부 브런치 북 링크: https://brunch.co.kr/brunchbook/leeajeannovel)
* 이번 이야기는 1부의 [[소설] 13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서 이어집니다.
(13화 링크: https://brunch.co.kr/@leeajean/46)
“슬픈 운명을 잉태한다니, 멋진 표현이야.”
연에게 내 소설을 처음 보여주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연을 만나기 시작하며 다시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카페에서 글을 썼는데, 연도 자주 따라 나왔었다. 테라스가 있는 카페였다.
잔잔하게 번진 노을이 기억난다. 커피는 몇 모금 마시고, 더 마시지 않았었다.
연은 카페에서 주로 베이글을 시켰다. 커피는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커피를 남길 걸 알았기에 그렇게 했었다.
내가 글에 집중하는 사이, 연은 시집을 읽었었다.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했지만, 잠깐씩 나를 흘깃 바라보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공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에서는 자주 말을 섞지 않았다.
그때는 슬슬 글이 완성되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문장을 잇는 다음 문장을 끝내 써 내려가지 못했다. 의지박약이라 말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마 더 좋은 문장을 떠올리지 못했거나, 하루에 한 줄 남짓한 문장을 쓰며 온 힘을 쏟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끝내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때 쓴 문장들은 지금도 무더기로 쌓인 공책 사이에 덩그마니 놓여 있다.
자신을 이어 줄 문장을 기다리며.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면, 그녀와 서로가 공유한 청춘의 온기로 몸을 데웠다. 그러고 나면 다시금 소설을 쓸 수 있었다. 이 일은 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