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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프리랜서의 24시간

3년차 프리랜서! 적나라함, 솔직함 주의

by 심규열 Nov 09. 2020

3년 차 영어 교육 프리랜서 하루를 공개한다. 글 콘셉트는 100% 솔직함으로 잡았다.


좋은 건 좋다 하고 나쁜 건 나쁘다고 적었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같이 읽어보자!


07:30~08:20 [아침 준비]


07:30-07:35 [기상]

딱 작장인만큼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음에도 일어나게 하는 동력은 다름 아닌 불안감이다. 남들 다 출근하는데 혼자 쉬면 불안하다. 빨리 출근해서 어제 하지 못 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어제 발견한 잠재 경쟁자도 더 살펴봐야 한다.   


07:35-08:00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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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서 10분 정도 업무를 본다. 8시까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미리 해놓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남겨뒀다. 늦잠 자고 싶은 유혹을 막기 위한 강제 기상 장치이다. 안 일어나면 컴플레인 들어온다.


08:00-08:20 [아침&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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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아침에는 급한 심리가 지배적이라서 밥이 잘 안 넘어간다. 경악하겠지만, 특별한 미팅이 없으면 샤워를 안 한다. 세수도 안 한다. 양치만 하고 나간다. 시간이 아깝다. 일단 출근 장소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인다. 어차피 볼 사람이 없다.




08:30~11:50  [오전 업무]


08:20-08:30 [출근]

15분 거리 동네 카페로 출근한다. 사무실은 없다. 구할 수야 있겠지만 돈이 아깝다. 그 돈으로 외주를 더 맡긴다.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면 뭔가 헝그리 초심을 잃을 거 같기도 하다.


08:30-11:50 [오전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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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50분씩 총 3타임 일한다.  업무 할 때는 업무만 한다. 핸드폰은 전화 말고는 모두 무음으로 해놓고 뒤집어 놓는다. 컴퓨터에 일과 상관없는 창은 열지 않는다. 화장실도 50분 끝나기 전까지는 그냥 참는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중간에 딴짓할 수도 있겠다. (정말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정확히 누가 관리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더 옭아맨다. 그렇지 않으면 늘어지는 데 한계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기 감시라는 단어가 딱 맞겠다.


9:20~30, 10:20~30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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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강제로라도 10분 휴식을 가진다. 쉬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오후에 지치기 때문이다. 꼭 나가서 산책을 하는데, 별생각 없이 걸을 때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거나 업무 정리가 깔끔하게 되기 때문이다.


밖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박적으로 쉰다. 프리랜서를 하게 된 이유와도 연관 있는데, 나는 목디스크로 애초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 과거 6개월 인턴 할 때 앉아 있는 게 고통스러워서, 이러면 어떻게 벌어먹고 사나 걱정했었다.


그래도 혼자 일하니 눈치 안 보고 스트레칭, 산책할 수 있어 다행이다. 사실, 큰 수술을 2번이나 받은 걸 생각하면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프리랜서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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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힘들고 답답한 삶처럼 묘사된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불안함과 긴장감을 상쇄해버리고도 한~참 남을 만큼의 거대한 장점이 있다. 바로 '무제한 레벨업'이다.


나는 일하면서 약간 게임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키우는 맛이 있다. 레벨업 할수록 신기술도 쓰고, 아이템도 더 많이 모으는 맛에 게임하지 않는가? 딱 이 느낌이다.


내가 오늘 일을 조금 더 잘하면, 다음날 더 좋은 서비스가, 더 많은 조회수가, 더 많은 고객이, 더 가치 있는 브랜드가, 더 많은 수익이 통장에 꽂힌다. 그리고 더 많은 수입으로 더 크게 몸집을 굴릴 수가 있다.


무엇보다 연봉, 승진에 한계가 없다. '월 1억 벌기' 콘텐츠도 진지하게 본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목표를 한 단계식 높이면서 실현시키는 맛이 있다. 레벨업에 끝이 없지만 레벨다운에도 바닥이 없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위기감, 긴장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점심시간> [12:00-13:30]


11:50-12:00 [1차 퇴근]

1차 퇴근할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왜 도대체 벌써 12 시인 거지?


12:00-13:00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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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 근처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하기 싫어도 매일 한다. 모든 뇌 과학책, 실용서, 자서전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운동하라이다. 좋아함 30% : 의무감 70% 정도다. 가긴 귀찮은데 막상 가서 하면 좋은 정도, 운동을 해도 한편으로는 계속 일 생각이 나는 정도다.


13:00-13:30 [점심] 직장인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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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을 때 불쑥 외로워질 때가 있다. 지금까지 일어나서 나는 몇 마디를 했을까? 0 마디다. 오후 업무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게 이 부분이다. 이에 비하면 하는 일이 망할까 하는 두려움은 별거 아니다. 일은 내가 잘하면 되는데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직장인의 가장 부러운 점은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다. 나도 아침마다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업무 이야기를 하고, 가끔 잡담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러 가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는 그런 인간관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사자 몇몇은 실소를 짓겠지만 하루 종일 입닫고 컴퓨터만 뚜드리면 사람이 그리워진다.




14:00-18:00 [오후 업무]


13:30-14:00 [2차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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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가지고 사업하는 지인이 있다. 사람이 그리워서 굳이 지하철을 타고 홍대까지 간다. 서로 업무가 바빠서 별 얘기는 안 하는데 같은 공간에서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겐 위안이 되고 즐겁다.  


지하철 타는 일 자체가 좋다. 낮잠 자거나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는 어쨌거나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책 읽기도 습관화할 수 있다. 지하철 오며가며만 읽어도 한 달에 한 권은 거뜬히 읽는다.


14:00-18:00 [오후 업무] : 프리랜서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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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한 가지 오해를 풀고 가겠다. 보통 프리랜서, 사업하면 가장 먼저 "위험하지 않아?", "망하면 어떻게"하는 걱정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위험도는 고정값이 아니다. 다른 업무처럼 자기가 결정하는 조절 값이다.


예나는 현재 수익보다는 미래 수익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지금 수강생을 늘려서 단기 수익을 늘리는데 가용 시간의 30%만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드는데 쏟는다. 당장에 돈은 안되지만 향후 꾸준히 수익을 가져다주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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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업로드를 통해 향후 꾸준한 광고 수익을 확보한다. 또한, 구독자가 늘어다는 만큼 내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력을 키워간다. 퍼블리, 출판 원고 작성을 통해 자동 수익인 인세를 확보한다. 또한, 나에 대한 인지도도 쌓는다. 새로운 커리큘럼 기획, 자료 이용 다각화 (전자책 등) 모두 6개월 후를 바라보고 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안전장치 수가 많고 탄탄할수록 코로나 같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걱정을 아예 안 한건 아니지만 3년 동안 아직까지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적은 없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오는 제안과 기회 때문에 주로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18:10-23:00 [저녁 시간]


18:10-20:00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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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면 할 일이 있어도 퇴근한다. 안 그러면 번아웃 증상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밥 먹고 나면 셋 중 하나다. 테니스, 축구, (여자) 친구.


많이 들었겠지만, 그리고 때에 다라 직장인도 그렇겠지만, 나는 퇴근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 달은 매출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은 데다 출판한 책도 생각보다 마케팅 효과가 적어서 마음이 좀 찝찝하다.


프리랜서의 핵심은 자유인데 오히려 반대다. 자유는 무한책임으로, 무한책임은 불안으로, 불안은 필요 이상의 자기 통제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외적 자유를 가지고 산다는 느낌 자체가 좋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 수업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공부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20:00-22:30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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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공부를 한다. 하나는 영어 공부다. 영어 선생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더 중요하게는 수강생 입장이 돼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수업 아이템이 떠오른다. 아무리 피곤해도 30분은 하고 잔다. 목적은 자기 계발인데 실질적으로는 핵심 업무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사업 공부다. 짧게 일하고 더 많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그리고 단축한 시간만큼 또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배운다. 경쟁사 탐색, 블로그 키우기 수업 듣기, 전자책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보기 등 배울 건 정말 끝이 없다 없다.


강제적 성장

프리랜서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내서 강박적으로 배워야 한다. 회사처럼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고용 불안정성이야 말로 프리랜서의 최고 강점이 아닌가 싶다.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므로 능력치가 올라간다. 비례해서 수익도 올라간다. 회사로 치면 스스로 몸값을 채찍질해서 올리는 거다.   


만약 내가 공무원이나 직장인이었으면 이렇게 공부를 했을까 싶다. 퇴직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충분하지 않았을 듯 거 같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내가 얼마나 배우냐에 따라 다음 달이 퇴직 달이 될 수도 있고 승진 달이 될 수도 있다.


22:30-23:00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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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오면서 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아까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하게 영상 찍었을까 자책한다. 내일 출근해서 당장 유튜브 플랜을 다시 짜야겠다.




23:00-12:00 [하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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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가 끝난다. 원래 나는 누우면 바로 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프리를 하고 나서부터 뒤척이는 날이 많다. 언제는 나도 모르게 강의 확장 생각을 하다 보니 해가 뜬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삶에 만족할까? 행복한가? 지금까지 인생의 특정 시기와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는 없다. 대체적으로 행복하다. 아마 어떤 직업을 택했더라도 긍정적 성격 특성상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기대된다. 좀 나쁘게 말하면 정해진 것이 없는 거에 대한 불안함이고 좋게 말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설렘이다.


브런치에 글 쓸 때 딱히 댓글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글에는 많이 달렸으면 좋겠다. 혼자 일하다 보니 다른 프리랜서들은 어떻게 사는지, 직장인들은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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