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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May 25. 2024

인생 첫 서핑 도전!


요즘 MZ들의 대세 스포츠.

힙한 사람들의 필수 취미!

SURFING~~~!!

예전부터 서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초보자가 단번에 입문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스포츠라고 이야기하고,

본래 나도 스포츠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서핑이 너무 멋있어 보였던 건

광활한 바다에서 거친 파도를 길들인 듯 자연과 친구 되어 물 위를 나는 모습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육지로 꽉꽉 둘러싼 대구 토박이에, 애 둘 딸린 유부녀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마음에만 꾹꾹 담아둔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온통 바다에 둘러싼 제주도에 있다.

심지어 백수 상태이며,

돌봐야 할 아이들도 매일 어린이집을 나간다.


바다와 시간이 넘치고

한낮 기온이 29도에 육박하는 바로 오늘!

이보다 서핑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제주살이를 처음 계획할 때부터 내 버킷리스트 1순위였던 서핑. 기다려라♡



서핑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남편을 데려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시하였고,

날씨가 좋을 날에 사전예약을 해 남편의 변심을 조기에 차단하였다.

남편은 내 성화에 못 이겨 따라가 주면서도 내심 내가 서핑 첫 경험에 실망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길을 나섰다.


월정리에서 아침 10시 첫 타임!

아이들을 9시에 등원시키고 남원의 어린이집에서 월정리까진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으로 차를 밟는다.

물속에서의 활동은 워낙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이기에

급한 대로 스타벅스 샌드위치와 커피를 우걱우걱 먹으며

간질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왜 이런지 내 감정인데도 잘 모르겠는데

너무 기대해 온 순간에 다다르려 하자 기대감과 함께 막상 별로면 어쩌나에서 오는 걱정도 조금 있는 것 같고,

경험자들이 처음엔 엄청 어려워 보드 위에 서 있는 것도 못한다고 말하는 여러 무용담들로 인한 긴장도 있고,

그리고...

실제 퇴사일에 맞춰 어제 올라온 회사 면직 공고에 놀란 동기들의 여러 반응들

-이직이 아닌 그냥 퇴사에 대한 당황, 놀라움, 응원, 걱정 등등..-

그게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인다는 것과

신경 쓰는 나 자신에 대한 언짢음까지..


뭔가 하나로 꼬집어 설명하기 힘든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여 멜랑꼴리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정시에 맞춰 겨우 교육장에 도착하였다.  




입장하자마자 카운터에서 A4용지 한 장 가득한 주의사항을 읽고, 동의서를 작성 후 이론수업이 먼저 시작되었다. 이론수업장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전체적으로 동남아 휴양지스러운 감각적인 인테리어였다.

뭐든 잘해야 하는 완벽주의자 남편은 이론도 열심히였고, 나는 휴양지 무드가 주는 들뜸에 왠지 머-엉한 상태였다.


이론 후 조금은 낡은 대여 슈트를 착용하고, 바다로 실습교육을 나갔다.


아까의 여자 강사에서 실습은 남자 강사로 바뀌었다. 여강사가 건강한 느낌의 려원이었다면, 남강사는 서강준 느낌에 둘 다 구릿빛 훈남훈녀들이었다.

본격 실습 전,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어서인지 '사진촬영'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입수 전 비치에서 보드와 한 번, 바다에서 보드 타는 모습 한 번씩 전문 카메라로 정성껏 촬영해 주는 점이 그냥 흘러가버릴 수 있을 소중한 경험을 나 대신 잘 담아주어 너무 좋았다. 사실 사진은 남기곤 싶은데 찍는 게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나는 대게 사진보단 현재에 집중하는 걸 택하는 편인데, 그 수고를 대신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실전 강의 진행순서 :

1차)모래 위에서 연습→ 2차)바다 위에서 보드를 고정한 채로 자세 연습→ 3차)보드를 밀어주며 실전 서핑


 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를 기다리다 라이딩할 타이밍을 만나면 '푸쉬-원-투-업!' 순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보드에 몸을 싣어야 한다.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일어선 채로 1초 유지하기는 커녕 제대로 일어서기도 전에 풍덩~! 입수하기 바빴다. 그렇게 무한 입수를 반복하며 연습을 계속하자 이론은 오히려 잊혀지고, 점점 몸이 자동으로 균형감을 익히게 되면서, '푸시 후 바로 업'으로 연결되어 갔다. 보드 위에서 서있는 시간도 1초-3초-10초로 점점 길어지는 자신이 너무 놀라웠다. 특히, 딱 두 번이었지만 파도를 잘 만나 해변 끝까지 미끄러져 나갈 때의 기분은 와 그냥 '째진다'라는 표현이 직관적으로 먼저 떠올랐다. 남루한 표현력으로 조금이나마 더 비슷하게 설명을 해본다면, 구름을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로질러 달리는 에로스가 된 기분이랄까.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의 수다맨

총 2시간 동안의 스파르타 교육 후, 나중에 알았는데 한 타임에 2명만 교육하는 건 추가요금을 내야 가능한 소수인원 교육으로 이는 집중 교육받을 수 있는 행운인 동시에, 혹독한 단기 속성 코스였다. 다음 타임만 봐도 수강생이 6명이라 자기 차례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3시간 강의시간 동안 라이딩을 해볼 기회가 우리의 1/3로 줄었다.

넋 가출

2시간 교육 후 자유시간 1시간 동안은 우리끼리 연습을 하는데, 밀어주는 사람이 없어지자 언제 어떤 파도에 올라야 할지를 몰라 헤매고, 체력도 다 떨어져 어영부영 시간이 지났고, 보드를 반납하기 위해 바닥난 체력을 끌어모아 보드를 힘겹게 끌고 나오다 거의 물밖로 나오기 직전 둘 다 힘이 빠져 동시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들자 에메랄드빛 옅고 찐한 그라데이션 바다가 보였다. 적당히 쨍한 가을 태양 빛, 맑개 개여 새파란 하늘 속 한껏 탄력 있는 흰 구름들.

그리고 발가락에서 엉덩이까지 간지럽히며 밀려들어오는 투명 미꾸라지 같은 파도들.

광활한 광폭의 해안 전경 가득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우리는 알 수 없는 울컥함을 느끼며 감히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받아들였다.

서핑하는 동안엔 보이지 않았던 지금 서있는 곳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과

지구엔 이렇게나 아름다운 자연이 존재하고 있어 왔고, 나는 이를 잠시의 휴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생명체 중 하나로서 함께 구성될 수 있다는 게 새삼 다시 실감이 나고 감사하였다.




샤워 후 탈의를 완료 후 교육장에서 나온 우리는 휘몰아치는 허기를 느끼며 음식 메뉴를 고를 여유조차 없어 바로 옆 햄버거집으로 달려간다. 서핑하곤 꼭 '빅 웨이브' 맥주를 마셔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며, 굶주린 짐승의 눈으로 흡입한다. 맥주도 버거도 처음 먹는 메뉴가 아님에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역대급 맛을 느끼며 감자튀김까지 밀크셰이크에 찍어 끝짱을 낸다.

행복해진 배를 들고 해변으로 다시 나가본다.

멀리 떨어져 내려다보는 월정리는 해변 안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불어오는 해풍이 샤워 후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릿결을 대신 말려 준다.


몸을 쓰고,

허기를 채우는

본능에 충실한 이 시간들이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준다..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아 ~ ? (아틀란티스 소녀-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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