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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이혜 Oct 08. 2019

11. 그들의 쓸모가 나의 쓸모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쓸모 집중 탐구


쓸모의 발견


쓸모[쓸모]

[명사] 1. 쓸 만한 가치. 2.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잠시 나의 주변을 둘러본다.

마주하고 있는 모니터부터, 요즘 가장 열심히 듣고 있는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를 내어주는 스피커, 차가닥 거리는 소리가 좋은 기계식 키보드와 따뜻한 물이 가득 담겨 있는 하얀 머그까지.

모두 처음에는 플라스틱 조각, 전기 회로 하나, 미래를 알 수 없는 유리 용액이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나에게 휴식과 평안의 의미로 다가온 무언가(!)들이 되었다.


쓸모란 이런 것이다.

어디에 쓰일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최소 단위가 무언가와 결합하거나, 무엇인가에 의해 그 형태가 왜곡되고 변형되면서 쓰임이 생기고, 쓰임에 따라 그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

왜 그런 이치로부터 사람은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아주 작은 난자와 정자였지만, 그 둘이 만나 세포 분열을 했고 세포마다 각기 다른 신체 부위로 성장하여 하나의 인간을 이루었다.

그렇게 탄생한 인간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자녀로, 또 누군가에게는 죽고 못 살 사랑으로 이름 지어졌다.

우린 그런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십 대의 청춘들이 짊어지고 있는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고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의 시작도 작은 세포에 불과했다. (출처: Guy Basabose on Unsplash)



퍼즐은 완성했을 때야 비로소 그 모양을 알 수 있다


다섯 살 딸아이는 퍼즐을 좋아한다.

아이는 늘 진지한 표정으로 빈 퍼즐판 앞에 앉아, 제일 간단한 가장자리부터 맞추기 시작한다.

가장자리가 끝나면 글자, 글자도 맞추고 나면 점점 더 안쪽을 향해 이어지는 조각들을 끼워 넣는다.


5~6조각이면 끝나는 유아용 퍼즐은 가장자리나 글자를 따질 겨를도 없이 맞췄지만, 이제 아이의 관심은 그 정도에 있지 않다.

100피스 정도의 제법 정교한 퍼즐을 보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완성을 꿈꾼다.

아이는 처음 보는 복잡한 퍼즐 앞에 앉아 짜증을 내거나 좌절하고, 퍼즐 조각을 자그마한 손안에 쥔 채 끙끙대기도 한다.

그러나 기어이 모든 조각들을 퍼즐판 위로 보내주고는 환희로 가득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아이에게는 그 얼마나 뿌듯한 순간이겠는가.


작은 퍼즐이 다른 것들을 만나며 완성해야 할 목표가 생기면, 조각 퍼즐은 더 이상 그것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록 모습은 다르지 않을지언정 거대한 우주의 일원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조각의 동료들이, 그리고 조각을 품고 있는 우주가, 하나의 작은 퍼즐과 연대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각은 투박하고 단순하던 모습을 바꾸어 가며 점점 더 자신의 모습을 우주의 요구에 맞게 다듬어 간다.

작아지고 복잡해졌다.


한 사람이 사회에 나간다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

지금은 나라는 작은 조각 하나가 어느 그림을 완성할지, 그 그림을 함께 완성할 동료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럴 때, 다섯 살 꼬마들은 어떻게 하던가?


틀림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조각을 맞추어 볼 것이다. (조카들을 상상해 보라)

그 조각이 잘못되었거나 부족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가?

결코, 절대 그렇지 않다.

그저 아직 그 조각이 맞는 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세상과의 조율에 지친 이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것으로 더 이상 자신에 대한 자책과 힐난을 멈추었으면 좋겠다.


당신이라는 조각은 그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p.s

"고맙습니다. 이 글을 쓰며, 저 역시 용기와 사랑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다 당신 덕분입니다.

 당신은 지금도 나에게 이런 희망을 안겨주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작게 여기지 말아 주세요."

- 채용 카페에 가득한 좌절 글들의 주인공들에게


좌절하지 말자.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출처: Julentto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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