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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 Nov 15. 2023

이럴 때도 있는 거지, 뭐.

이번 우울도 결국은 지나갈 거야


 아직은 우울이 가득하다. 행복은 드물고, 우울은 바탕이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으니.


 눈을 뜨자 한숨이 나왔다. 오늘 하루도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득하기만 하다. 몸은 너무 무겁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 울고만 싶다.


 해야 할 건 많은데 하기가 싫다. 해내야 하지만 하기 싫어 드러눕지만, 이내 죄책감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 죄책감이 너무 길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내 못인 걸까? 우울에 휩싸일 때면 저런 생각을 한다. 그럴 확률이 많지 않음에도 나는 내가 잘 못 살아왔다고 의심을 하고 증거를 찾아낸다.  그렇게 과거를 자책하고 나면 앞으로의 미래가 버겁고, 무섭다. 그렇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먼저 걱정하며 오늘 하루를 망친다.


 오늘도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지? 어떻게 살든, 행복할 순 있을까? 이런 우울이 올 때면 이제 그냥 가만히 우울하기로 했다. 그저 묵묵히 다른 일거리를 찾아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일어날 일, 그냥 하자. 하고 생각을 없애기로 하자.



 앞선 글을 작성하고 9개월이 지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때의 나는 아직 우울의 우물벽을 넘지 못했던 때였다. 다시 우울의 사이클이 온 지금에서도 더 깊은 우물 속에 있던 저 글은 먹먹하다.


 나는 낙천주의자였을까. 대학생시절, 명품소비가 늘어나는 지금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과제로 나온 적이 있다.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도 빠른 성장을 했고, 그 성장에 맞춰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부를 과시하려는 마음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명품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그때가 12년도였다.  과연 지금은 더 나아진 사회가 맞을까? 몇 백을 호가하던 명품백은 납품가 8만 원임이 드러났으나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사지 않는 것이 아닌, 원가 8만 원인 그 가방이 무슨 제품인지를 추측한다. 내 산 가방만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좋아질 것이라 믿었던 세상의 사람무리들은 점점 추악해져 가고, 이젠 그 추악함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던 나는, 사람의 본성을 마주할수록 우울해지고 관계를 없애간다.


 낙천주의자는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이제는 세상을 모른다는 무지를 탓하는 것을 넘어 아직도 모른다는 자책까지 더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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