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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 May 23. 2024

어떤 순간에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자존감이라던데

도대체 그건 어떻게 하는 걸까

 최근 일하면서 억울한 일을 겪었다. 우선 매장에 사고가 발생했다. 바쁜 도중 우리 팀의 장은 마땅히 도와야 할 순간이었음에도 자신의 일을 하느라 돕지 않았다. 결국 한 명의 인원이 빈 상태에서 급하게 일하다 발생한 일이었다.


 사고 발생 시 해결 방안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이번 장은 당사자를 색출하는 법을 택했다. 나는 이 사고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조금 긴장했고, 불안했다. 내가 일으킨 사고일까 봐. 하지만 내가 했는지 안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 모든 괴로움의 시작인 후임이 말을 내뱉었다. 이 사고의 원인업무를 내가 시작했고 자신이 마무리했다고. 아주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했기에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정말 내가 저지른 일일까 봐. 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고 결국 그때 사고가 난 상황의 CCTV를 돌려보게 되었다.


 그 결과 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임이 한 일이었고,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모든 감정을 뺀 사건의 타임라인은 이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의 감정이 끼어들어  긴 괴로움이 있었다.


 후임의 말에 나의 선임들은 이미 내가 잘못했다는 듯이 행동했고 그들의 짜증을 나는 받아내야 했다. 또한 결국 내가 사건의 원인이 아니었을 때, 그들은 나에게 사과하는 대신 모두에게 재발방지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억울함과 서러움이 나를 며칠 동안 괴롭혔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괴로울까. 그들이 사과를 한다고 해도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일 텐데, 그걸 듣는다고 나의 억울과 서러움이 사라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사실 누군가의 억울함은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이기에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 심지어 누군가가 확실하게 잘못을 저지른 일이 아닌 이렇게 애매한 일에  감정으로 괴로울 경우에는. 그것은 누군가가 틀린 것이 아닌 서로가 다른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사과를 해달라 말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나도 억울함을 풀고 끝내야 하는데 도무지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지가 않았다. 그런 스스로가 답답하고 미련해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곤 깨달았다. 내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은 일에 내가 스스로를 탓하고 나조차 나를 위해주지 않다니. 나는 나를 사랑하기 아직 멀었다는 걸.




 를 향한 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여러 군데 있었다. 이제 일한 지 몇 개월조차 안된 후임조차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이 일을 6년을 넘어 7년 차가  나는  내 잘못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그 풀리지 않는 응어리에 나는 하루정도 괴로웠다. 그래, 하루. 하루가 지나고 다른 팀원들과 재밌게 일하니 억울과 서러운 응어리가 사라져 버렸다. 왜 사라졌는지 이유도 모른다. 그저 앞으로 이 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가하니 갑자기 속이 개운해지고 탁 트여버렸다.


 이 과정에서 참 쓸데없이 괴로워했다는 것이 미련하다 생각됐고 참 스스로 단순하다 싶었다. 쩌면 괴로워했던 감정이 아까워 나의 억울함을 증폭시키고 늘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 자책했으면서, 풀려버리니 또 단순하다 자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나의 자책에도 주변 사람들은 다른 의견으로 날 위로해 줬다.


 날 의심해 괴로워했던 때에 엄마는 내가 경험이 많아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도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에 섣불리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한 하루가 지나 나쁜 감정이 사라진 나를 보고 다른 팀원은 잘 될 사람의 멘털이라고 위로했다. 무의식이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니 대단한 것이라고.


  도대체, 남들다 이렇게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고 좋은 면만 봐주는데, 도대체 나는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고 미워할까.


 사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일이 났을 때, 만약 내가 정말로 잘못했을 때, 나는 나를 위해주고 토닥 수 있을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당당히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아마 나는 또 자책할 것이다. 당당하게 어쩔 수 없었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자존감이라는데, 도대체 그건 어떻게 하는 걸까. 아직도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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