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秋霜)같이 엄정하고 공평한 시간

-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

by 최용수

♡ 프랑수아 조제프 고세크 (François-Joseph Gossec, 1734~1829)

<'탐보린'과 '가보트, 라장조' / 'Tambourin', 'Gavotte in D Major'>


https://www.youtube.com/watch?v=LjSXmu8KPPU (Tambourin)


https://www.youtube.com/watch?v=U2j8Kakhg9A (Gavotte in D Major)


드디어 아침기온이 섭씨 17도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주차장 자동차 천장과 보닛 위로 차가운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빗물은 떨어지는 중력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사방으로 튀어버리지만, 이슬은 마치 중력을 거스른 빗물처럼 온전히 그 자리에서 물방울에 아침 해를 담고 있다.

추분(秋分)을 넘기자마자 계절의 시계가 갑자기 빨라졌다. 더위에 밤잠을 설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서늘한 기운에 아침 운동복이 긴팔 츄리닝으로 바뀌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지난주까지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추상(秋霜) 같은 시간의 엄정하고 공평함에 새삼 감탄한다.


9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 올 한 해 마무리해야 할 숙제의 무게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음악도 발걸음의 속도에 맞는 걸로 골라봤다. '프랑수아 조제프 고세크'(?!)...




'프랑스의 하이든'이란 불린 작곡가


오늘 같은 아침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경쾌한 소리... 연주가 시작되고 멜로디가 리듬을 타게 되면 우리의 몸도 덩달아 들썩이게 되는... 고세크의 작품들! 그의 음악은 낯선 이름에 비해선 생각보다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의 음악이 CF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활용되었기 때문인데, 짧고 간결하지만 춤곡에서 따온 밝고 경쾌한 리듬, 게다가 편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까지 이 장르들에서 요구하는 미덕을 모두 갖춘 덕분일 것이다. 그가 활동했던 고전주의 시대(1750~1820)는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과 같은 거인들이 수많은 걸작을 남긴 시기라, 남긴 작품의 수도 많지 않고 특히 고세크가 활동했던 프랑스는 당시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악적으로 위상이 높지 않아 그의 이름은 음악사에 큰 흔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30여 편의 교향곡과 20여 편의 오페라 작품을 남긴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프랑스의 하이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었다. 고세크는 프랑스와 유럽에서 유행한 민속춤에서 따온 경쾌한 리듬과 상큼한 멜로디를 음악에 많이 활용했는데, 그건 아마도 그의 음악적 지향이 왕족과 귀족보다는 서민들을 향해 더 쏠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수아 조제프 고세크는...


현재는 벨기에에 속해 있지만 과거 프랑스 영토였던 베르니(Vergnies)의 작은 마을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고세크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보여 안트베르펜(Antwerpen, 영어로는 Antwerp 앤트워프)에 있는 교회의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며 바이올린과 음악을 익혔다. 17세 때인 1751년에 음악공부와 일자리를 위해 파리로 떠난 고세크는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에게 음악을 배웠는데, 라모는 당시 그의 후원자였던 알렉산드르 라 포플리니에르(Alexander Jean Joseph La Poupelinière, 1693~1762) 장군의 개인 오케스트라로의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이탈리아와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던 프랑스의 기악음악을 발전시키며 프랑스 고전주의 음악을 꽃피운 이로 평가받고 있다. 고세크는 이런 스승 라모로부터 영향을 받아 스스로도 프랑스의 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1754년, 왕가의 일족인 부르봉 콩데(Prince de Condé) 가문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발표한 그의 첫 교향곡을 시작으로 고세크는 여러 오페라와 기악작품들을 작곡해 귀족들과 대중들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이른 나이에 프랑스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 특히 그가 교회를 위해 작곡한 레퀴엠은 1760년에 초연되자마자 전 유럽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몇 년 후인 1778년 모차르트는 파리 여행 중에 고세크를 방문하고 그에 대해 "그는 매우 좋은 사람인데 또 무미건조한 사람"이라며 평하기도 했다.


프랑스 음악 교육의 선구자


고세크는 1769년에 민간 연주단체 'Concert des Amateurs'를 설립하여 말 그대로 아마추어 연주단원들을 훈련시켜 무대에 세우고, 1773년에는 사이먼 르 둑(Simon Le Duc, 1742~1777), 피에르 가비니에스(Pierre Gaviniès, 1728~1800)와 함께 'Concert Spirituel'를 만들어 프랑스혁명으로 해산되기 전까지 자신의 교향곡은 물론 동시대 교향곡, 특히 파리에서 음악이 점점 인기를 얻었던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의 작품을 지휘하여 무대에 올렸다.


1780년대부터 오페라 작곡에 매진한 고세크는 1784년 에티엔 메훌(Etienne Méhul, 1763~1817)과 함께 성악을 위한 학교, 에콜 드 샹트(École de Chant)를 설립하고, 프랑스혁명국립악단의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등 프랑스혁명 이후 민중파를 위한 음악활동에 헌신했다.


1803년 나폴레옹은 고세크에게 그의 밑에서 일해볼 것을 제안했지만, 고세크는 이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고 하며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한 후, 고세크가 활동했던 음악원은 루이 18세에 의해 한동안 폐쇄되었다. 하지만 고세크는 81세 은퇴할 때까지 음악적 공로를 인정받아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었으며, 1817년 그는 세 번째 테 데움(Te Deum, "우리는 당신을 주님으로 찬미하고 받들겠노라"로 시작하는 찬송가)을 포함한 그의 마지막 작품을 작업하고 95세에 소천했다.


불멸의 명곡, '탐보린'과 '가보트'


고세크의 대표작 중 현재까지도 널리 연주되는 '탐보린(Tambourin)'과 '가보트(Gavotte in D Major)'는 그의 오페라에서 발췌된 춤곡들이다. 탐보린은 그의 오페라 《사비누스(Sabinus)》(1773)의 발레 모음곡 중 일부로, 프로방스 지방의 전통 춤곡에서 유래한 빠른 2박자의 경쾌한 곡이다. 가보트는 오페라 《로지나, 또는 버림받은 아내(Rosine, ou L'épouse abandonnée)》(1786)에서 나온 4/4박자의 우아하고 세련된 춤곡으로, 프랑스 남동부 도피네 지방의 민속춤에서 기원했다. 특히 가보트는 스즈키 바이올린 교재 1권의 마지막 곡으로 채택되어 전 세계 바이올린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레퍼토리가 되었다. 두 곡 모두 꾸밈음, 높은 음정 전환, 다양한 연주 기법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적 가치가 높아 음악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보트는 워너 브라더스 애니메이션에서도 사용되어 대중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고세크 특유의 민속적 리듬감과 서정적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소품으로, 그의 음악적 감성과 프랑스 고전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고세크는 오케스트라가 가진 표현력을 확장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합창음악과 오케스트라의 조합은 그의 두 번째 '테 데움'에서 300명의 기악연주자와 1,000명 이상의 가수들을 동원하여 이후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음악적 스케일과 스타일을 느껴볼 수 있는 두 곡을 함께 감상해 보자.

1) 혁명으로 군주제가 전복되기 전인 1790년 발생한 군대의 낸시 반란 사건(Nancy Affair) 이후 샹 드 마르스(Champ de Mars)에서 열린 추모행진을 위해 작곡한 곡, Marche lugubre (1790)를 먼저 들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_td2lvd9KXc


2) 베토벤과 베를리오즈에 영감을 준 대작 '테 데움'도 감상해 보자

- https://www.youtube.com/watch?v=Vnb-IyEZn8E&t=13s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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