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work for Stability
국제법이 없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한번 상상해 보자.
여러분이 부루마블 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플레이어는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낼 수 있고, 감옥에 가라는 카드도 무시하며, 원하면 게임의 규칙까지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제법이 없는 세계 질서다.
국제법은 불완전하지만 인류 문명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 법이 없다면 세계는 끝없는 술집 난투극과 다를 바 없다. 어떤 국가는 주먹을 휘두르고, 어떤 국가는 맞고, 어떤 국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도망치려 한다.
그래서 국제법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유지시키는 보이지 않는 악수라고도 한다. 물론 그 악수가 항상 단단하거나 땀이 나지 않는 깔끔한 악수는 아니다.
때로는 축축하고 미끄럽고, 심지어 아예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약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악수가 없다면, 외교의 세계는 그저 누가 먼저 주먹을 휘둘렀는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술집 싸움처럼 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유엔 헌장인데, 전쟁의 상처로 얼룩졌던 1945년, 평화를 갈망하던 국가들이 만든 이 헌장은 오늘날 국제 사회의 헌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제2조 제4항은 글로벌 법적 버전의 어머니의 꾸지람 같다.
“동생 때리지 마!”
국가 간 힘의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더 이상 세계 대전은 없어야 한다. 국제 사회는 이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
라고 하는 교훈이 만들어지고, 그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바로 국가는 이유 없이 다른 국가를 침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외는 딱 두 가지. 오직 자위권이나 안보리 승인 하에만 허용된다.
이상적이라고? 그렇다. 하지만 바로 이 조항 덕분에, 과거에 흔했던 정복 전쟁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조
국제연합과 그 회원국은 제1조에 명시된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서 다음의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1. 국제연합은 모든 회원국의 주권평등 원칙에 기초한다.
2. 모든 회원국은 회원국 지위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이익을 그들 모두에게 보장하기 위하여 이 헌장에 따라 자국이 부담하는 의무를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이행한다.
3.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국제 분쟁을 국제 평화와 안보 그리고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한다.
4.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거나 국제연합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그 밖의 어떠한 방식의 무력 위협이나 행사도 삼간다.
5. 모든 회원국은 국제연합이 이 헌장에 따라 취하는 어떠한 조치에서도 국제연합에 모든 지원을 제공하며, 국제연합이 예방 또는 강제 조치를 취하는 대상인 어떠한 국가에도 지원을 삼간다.
6. 국제연합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한, 국제연합 회원국이 아닌 국가가 이러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보장한다.
7.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본질상 어떤 국가의 국내 관할권 안에 있는 사안에 간섭할 권한을 국제연합에 부여하지 않으며, 그러한 사안을 이 헌장에 따른 해결에 맡기도록 회원국에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원칙은 제7장에 따른 강제조치의 적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제법의 틀은 단순히 전쟁을 막는 데 그치지 않다. 무역, 인권, 환경 보호, 공해(公海)까지, 이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이 법적 틀은 조약, 관습, 원칙으로 짜인 거대한 그물망처럼 작동하여, 국가 간 갈등이 생길 때 혼돈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유엔 헌장은 침략을 금지하지만, 전쟁은 계속된다. 제네바 협약은 고문을 금지하지만, 독재자들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공정한 무역 규칙을 세우지만, 경제 강국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게임을 조작한다.
예컨대,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메커니즘은 관세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 또 제네바 협약은 전쟁 중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물론 많은 경우, 그 규칙은 마지못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이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이 시스템에는 트럭 한 대가 지나갈 만큼 큰 균열이 있다. 하지만 국제법의 가장 큰 강점은 그 예측 가능성에 있다고 한다.
협상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상대를 마주할 때, 국제법의 규칙은 공통의 언어를 제공한다. 심지어 평화유지 결의안의 쉼표 하나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순간에도, 암묵적인 이해가 흐른다.
“이것이 우리가 따르는 규칙이다. 우리가 이 규칙을 어긴다면, 서로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라는 개념 자체를 배신하는 것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 국제법은 불완전하지만, 그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국제법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 허점을 메우고, 변화시킬 방법을 찾을 것인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 시스템을 지키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국제법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악수는 우리가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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