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자몽 Oct 15. 2024

파를 먹어야 하는 이유?

베란다 대파 이야기(2)

아침에 약간 고민하다가 대파 가운데 흰 부분을 잘랐는데, 저녁에 보니 자른 부분에서 초록잎이 쑥 올라온 게 보였다. 파는 엄청난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인가 보다.



파를 왜 먹어야 돼요?


베란다 화분에 심은 파가 길어보여서, 흰 부분을 잘랐다. 베란다 가득 파향이 가득했다. ⓒ청자몽

초등학교 다닐 때 어린이 신문에서 읽은 슬프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동화 한 편이 있다. 너무 강렬해서 잊기 힘든 이야기다.




이야기 속으로...

시대를 알 수 없는 옛날 옛적에는 사람이 소로 보이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잡아먹고 말았다. 그것도 먹지 말아야 할 사람을..


그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울다가 사람이 소로 보이는 기이한 현상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깊은 산의 도인이 방법을 알려다. 바로 '파'를 먹으라는 것. 파를 먹으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일 거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이었다. 파를 먹자 사람이 다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 읽고부터는,

원래부터 잘 먹던 파를 더 열심히 먹게 되었다. 아이에게 해주니! 깜짝 놀라며 건져 먹지 않고 잘 먹는다. 저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고도 파를 걸러 먹을 사람이 있을까?


전래동화나 전래동화 비스므레한 이야기들은 으스하니 약간, 아니 많이 무섭다.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게 아니라 원작은 그다. 믿거나 말거나 할 만 이야기라도. 아무튼 덕분에 아이는 파를 걸러내지 않고 잘 먹게 되었다.


파는 사람 눈을 맑게 해 주는 걸까? 아니면, 건강에 좋으니 골라내지 말고 잘 먹으라는 이야기일까? 잘 모르겠지만, 파냄새만큼이나 강렬한 이야기였다.




생명력이 강한 파, 어디에나 들어가는 파


흰 부분인 줄 알았는데, 다듬다보니 흰껍질에 쌓인 초록잎도 길게 남아있었다. 나흘 사이에 초록잎이 쑥 많이 올라왔다. ⓒ청자몽

지난주 금요일에 베란다에 심은 파를 보다가, 흰 부분을 덜 잘라내어 삐죽이 긴 것이 신경 쓰였다. 그냥 놔두기엔 아까운데... 하다가 용기 내서 흰 부분을 잘랐다.


베란다에 파향이 가득했다.

아픈가 보다. 많이 아픈가 보다. 어떤 식물들은.. 예를 들어 잔디를 깎으면, 풀내음이 짙어지는데, 그건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짙은 향을 내는 거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모르고 맡았을 때는 좋던 냄새가 아프게 느껴졌다. 잔디뿐만 아니라, 식물 키우다 보면 그런 아픈 향기를 종종 맡게 됐다. 예를 들어 상한 잎을 떼어주면 냄새가 났다. 아.. 미안해. 다시 잘 자라렴.


그래서 자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용기까지 내서 잘라줬다. 그런데 오전에 자르고 저녁에 보니, 벌써 싹이 쑥 올라온 거다. 이번에는 초록잎이 아니고 밝은 연두색이었다.


파는 정말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지녔구나 싶었다.

이렇게 쑥쑥 잘 자라는 걸 보면, 이걸 먹으면 정 몸에도 좋을 것 같다. 오늘도 대파를 송송 썰어서, 우리 집 꼬마에게 음식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글 링크 :





이전 01화 저도 베란다 화분에 대파를 심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