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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Sep 12. 2023

에필로그

그리며 그리워한다

예쁘고 평화롭지만, 여전히 가끔은 지겨운 그 들판을 그렸다.


그 시작은 남이 찍은 화면 속 김제의 모습이었지만, 내가 아는 김제의 예쁜 모습을 발견해 줘서 기뻤다.

내게 그리워할 시골집과 고향의 풍경이 있다는 사실에 김제 그림을 그리는 내내 행복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더라면 그 시간을 건강하게 잘 버틸 수 있었을까.

어떤 때는 하늘길도 막히고, 집합금지 제한으로 시골집에도 갈 수 없던 시기도 있었다.

2021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2년 동안 고향의 풍경으로 스케치북을 채우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춰버린 시간, 화실도 가끔은 집합금지 제한에 걸려 휴업을 택하기도 했었다.

화실이 열리는 날에는 화실에 가는 설렘으로, 화실이 닫혀있는 기간에는 그리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틈틈이 그린 그림들,

스케치북 한 권이 내 고향의 풍경으로 가득 찼다.


집 마당을 그려놓고,

우리 집 뒤로 쌓여있는 마을의 지붕들을 그려 넣고,

내가 마당에 서서 빨래를 너는 기분으로 이불을 한 장 한 장 그리고, 울타리를 직접 심는 마음으로 울타리를 한 칸 한 칸 그려낸다.

마을 위로 지나가는 전선들을 그려 넣으며 들판과 전선이 낭만적인

김제를 그리며,

김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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