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행복의 최우선순위를 묻는 설문 조사가 있었다. 돈, 건강, 가족, 개인의 꿈, 사랑 이 보기로 주어졌다. 그 외에 기타 사항으로 개인이 직접 ‘행복의 우선순위’를 적는 빈칸도 있었다. 생각하는 행복의 우선순위는 제각각이었지만 조사가 마친 후에는 윤곽이 드러났다. 가족이 1 순위였고 그다음이 건강, 개인의 꿈, 사랑 순이었다. 그외 종합된 내용 중에는 여행을 꼽은 사람도 있었고, 친구를 적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럼 건강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비타민을 꼬박 챙겨 먹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거나, 혹은 몸에 좋지 않은 술을 멀리 한다거나,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다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어떤 대답도 다 맞다. 이 또한 스스로의 선택의 문제다. 내가 정한 기준으로 건강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실천하는 것. 다만 그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 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이다.
미국의 자수성가 CEO 중 한 명인 Justin Waller가 직접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인터뷰 한 영상이 기억난다. ‘힘들어도 부자들이 매일 운동하는 이유’에 대해 약 1분 남짓한 영상이었는데, (숏츠) 운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So I put fitness in front of business’. 해석하자면 피트니스 가 곧 비즈니스의 척도임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건강하기 위해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고를 수는 있겠지만, 되도록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방법을 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자들이 매일 운동하는 이유를 예를 들어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인터넷의 설문 조사를 처음 읽었을 땐, 사실 나의 최우선순위는 돈이었다. 그다음이 꿈, 건강, 순이었다. 돈이 없다면 당장 먹고사는 데 어려움을 겪으니까,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고, 차에 기름을 넣는 것도, 옷도 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 처음엔 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남들과 다를 수도 있지’ 했다.
그 생각이 바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설문 조사를 마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또 재발했다. 나는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 라운드 숄더 질병을 앓고 있는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다.
조금만 무리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스멀스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특히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많이 하는 날에는 목과 어깨가 뻐근한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이면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나름의 재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날만큼은 통증이 심해 한의원을 찾았다.
한쪽으로 누워 오른쪽 어깨 주변으로 스무 개가 넘는 침을 맞으면서 드는 생각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 쓰려면 몸 건강이 최고구나’였다.
내가 건강에 조금 더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한 분은 고혈압, 다른 한 분은 당뇨 질환을 앓고 있어 식단 관리는 물론, 체중 관리가 필수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두 가지 중 한 질병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말에 건강을 더 챙겼다. 그 뒤로 나에게 행복하기 위한 최우선순위는 건강이었고, 종합 비타민을 잊지 않고 먹는 것, 기름진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 과음하지 않는 것, 하루 한 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은 스스로가 정한 약속이 됐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생활하면서 돈을 많이 모았을지라도, 정작 내가 건강을 잃는다면 모든 일이 수포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열심히 밟아온 계단을 오르지도 못할 몸 상태가 되었을 때, 그때 가서 후회한들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고.
며칠 전 친하게 지내는 직장 선배 B와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 반주로 소주까지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인데도 B 선배는 입에 약 몇 알을 넣었다.
“선배, 무슨 약이에요?”
“아, 사실 올해 초에 당뇨 초기을 진단받았어. 밥 먹기 전에 꼭 약 챙겨 먹으라고 해서 매일 먹고 있기는 한데,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그래도 꾸준히 먹으면 좋지 않을까?. 다음 달 재검사에서 혈당 수치가 안 떨어지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나 봐.”
“에? 그런데 술을 마신다고요?. 에이 오늘은 사이다로 합시다. 우리가 꼭 술 마셔야 하는 사이도 아니고.”
“그래?. 아 미안한데. 그럼 오늘은 사이다로 퉁 치자.”
소주잔에 사이다를 따라 서로 건배를 하면서 그동안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선배의 건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무엇보다 당뇨도 문제였지만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중이 많이 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잘 먹지 않아서 체중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운동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이 들어 그나마 하던 달리기도 몇 달 전부터 포기했다고 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어라 할 처지는 못 됐다. 나 역시 한의원에 누워 의사 선생님의 약손을 기대하는 환자이지 않은가.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보면 종종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시는 걸 볼 수 있다. 그분들을 유심히 보면 운동 중에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운동을 대충 하는 적이 없다. 젊은 사람들처럼 무거운 무게를 들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이용해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벤치에 누워 가슴 운동을 한다.
그중에는 운동 경력이 많아 보이는 분도 꽤 있는데, 웬만한 30, 40대보다 더 몸이 좋아 보이는 분도 봤다. 그분들의 표정은 항상 밝다. 운동 중에 힘들어 인상 한번 쓸 법한데 늘 여유 있는 표정뿐이다. 그런 분들을 볼 때면 아무리 힘들어도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무게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사용하는 운동 기구가 겹쳐 그분들과 운동을 같이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몇 번 인사를 건네면서 친해진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이 먹을수록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야.'란다.
특히 수십 년 직장에서 일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자신의 몸은 망가질 때로 망가져 있었고 어디에서도 위로를 받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다 허리며 무릎, 어깨가 아파 병원에 찾아갔을 땐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뿐 더 약은 효과가 없다는 말에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새벽에는 수영하고 저녁에는 헬스장에 온다는 몸 좋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운동하면 단순히 체력을 기를 수 있고, 힘이 세진다거나 관절 부위의 근육을 튼튼히 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 큰 효과가 분명 있다. 그중 한 가지가 마음의 여유다.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므로 아무리 걱정이 있더라도 생각이 날 수가 없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팔과 다리가 교대로 움직이면서 고개를 들어 호흡해야만 레인 끝까지 갈 수 있다.
여유가 생긴다는 건 바쁘게만 사느라 흘려보낸 내 삶을 수시로 돌아볼 기회도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탄 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키를 돌릴 수도 있다.
또한 나이 든 부모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멋진 노부모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며칠 전 B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약을 잘 챙겨 먹은 덕분인지 다행히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의 나이 겨우 45살이다. 퇴근하면 한걸음에 달려와 아빠 품에 쏙 안기는 여섯 살짜리 막내아들까지 아들만 셋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만 제외하면 아직도 그는 당뇨 환자다. 그래도 증상이 더 악화하기 전 그의 몸 상태를 건강한 몸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게 바로 운동이고.
퇴근 후 아무리 좋아하는 술자리라도 아이들을 생각해 조금만 줄이라는 오지랖을 부렸다. 누가 보면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말 치고 건방져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내 부모님처럼 선배 역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 까닭에 꼭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을 하는 내가 신기해 보였단다. 왜 그렇게까지 운동하는지도 궁금했다고도 했다. 정작 자신이 아파보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나와 통화하면서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도 했다.
선배에게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그럼 오늘 저녁에 술 약속 잡지 말고 집 근처 헬스장을 등록해 보시죠’
비록 선배와 헬스장에서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빗대어 말했긴 했지만,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체력이 필요하다. 내가 행복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었던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직장에서 버티기 위해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내 몸을 위해서라도 하루 한 시간, 아니 30분이어도 좋다. 퇴근 후가 힘들다면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조금 줄여서라도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라고
세 아들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선배에게 이 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