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추수감사절 때 어머니와 형네 가족과 함께 거대 그룹으로 샌 디에고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 샌 디에고 다운타운의 매력을 새삼 느껴서 이번에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시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2박 3일 여행기 후기: https://brunch.co.kr/@eliarhocapt/311)
숙소, 식당, 그리고 샌 디에고 동물원과 발보아 공원 후기를 사진과 함께 작성한다.
1. 숙소 - The US Grant Hotel
샌 디에고 다운타운을 구역으로 나누면 위와 같다. 필자가 묵은 호텔은 2번 가스램프 쿼터에 위치해 있었다. 매리엇의 럭셔리 컬렉션의 일원이다. 1910년에 지어진 고급 호텔로, 호텔 내부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로비 곳곳에 1910년도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참고로 U. S. Grant Hotel의 US가 미국이 아니라, 초대 소유주의 아버지 이름의 이니셜이다 ㅎㅎ 1910년도에 발행된 옆서(좌)에 보이는 그림이 아직도 중앙 현관에 전시중(우)이다. 다른 층들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묵었던 7층 중앙현관은 너무 세련된 인테리어였다. 드나들때마다 매우 기분이 좋았다. 방은 크지 않다. 베드레일이 있어서 아기를 올려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화장실도 깔끔하다. 어메니티는 바이레도 꺼였는데, 리츠칼튼의 딥디크보다 나은 것 같았다. 세정력이 더 좋은 듯... 뷰는 별 거 없다. 코트야드가 공사 중이어서 아쉬웠다. 저기만 더 멋지게 꾸며놓으면 뷰가 꽤 멋있을 듯. 숙소에 대해 평가해 보자면,
1) 가스램프 쿼터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서 식당을 다니기도 좋고, 아침에 산책도 할만하다.
2) 가끔 노숙자 크리가 있긴 한데, 경비도 많고 관공서도 많아서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다.
3) 호텔 내부에서 역사가 느껴지고 우아함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제격이다.
4) 방이 좀 좁고 수압이 약간 낮은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필자의 경우는 큰 문제없었다.
5) 내부에 식당이 한 개밖에 없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6) 바로 길 건너편에 CVS가 있어서 야식거리 구하기에도 좋다.
7) 스위트 룸이 아니면 욕조가 없는 부분도 누군가에겐 아쉬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 샌 디에고 동물원 (San Diego Zoo)
여기서 4번에 위치해 있다. 샌 디에고 동물원. 방문해서 티켓을 사면 성인은 $71인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2불 할인, 주중에 방문하면 추가 2불 할인이다. 2살 미만 아기는 공짜이다. 다 보려면 걸어서 최소 2 시간은 걸릴 정도의 크기이다. 한국 에버랜드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듯? 웬만한 동물들은 다 있으니, 18개월 아기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12개월 때 갔을 때보다 이번에 훨씬 더 좋아한 것 같다. 이제야 뭘 좀 아는 듯한... 동물원에 대해 평가해 보자면,
1) 당연히 엄청나게 걸어야 하고, 기저귀도 갈고 밥도 먹이고, 부모에겐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아기가 엄청나게 좋아해서 만족감이 컸다.
2) 12개월에 에버랜드 갔을 땐 동물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이젠 뭔가 좀 알고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3) 에버랜드와 비교해서 대단한 부분이 있나? 하면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에버랜드와 비슷한 품질의 동물원인데 인구밀도가 훨씬 낮아서 좋았다.
4) 이틀 티켓을 구매하면 훨씬 저렴하므로... 18개월에서 36개월 정도의 애들 기준 이틀 티켓을 사서 두 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 발보아 공원
마찬가지로 사진 속 4번에 위치한 공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연못 앞. 특별히 목적지가 없더라도 산책하기에만도 좋은 공간이다. 미술관, 자연사박물관, 열차 박물관 등등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우리는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관을 들렀다. 아기가 재미있어할까 봐 자연사 박물관 티켓을 샀는데, 전날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다음날 죽은 동물들 뼈를 보여주는 게 좀 동심파괴인가 싶었다. 아기도 흥미가 그다지... 이건 그냥 귀여워서... 차라리 미술관에서 고오급 트리를 구경하는 게 아기는 훨씬 재밌었던 것 같다. 다만, 18개월 아기와 미술관은 좋은 조합은 아니었다. 눈치가 보여서 금방 나왔다. 발보아 공원을 평가해 보면,
1) 아기와 적은 비용으로 가기에 최적이다. 공짜 박물관이나 전시들도 꽤 있고, 주차도 공짜다.
2) 아기가 좋아할 만한 박물관은 자연사 박물관이나 과학 박물관 정도일 텐데, 과학 박물관은 가보지 않았지만 왠지 좋아할 것 같았다.
3) 자연사 박물관은 그냥 가면 괜찮았을 수 있는데, 동물원 방문 다음 날 방문이어서 그런지, 흥미가 없어 보였다.
4) 서울 올림픽공원 근처 출신으로서, 올림픽 공원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4. 리틀 이탈리
사진상 3번의 공간이고, 가스램프 쿼터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결국 샌 디에고 다운타운에서 어른들이 놀 곳이, 가스램프 쿼터, 리틀 이태리, 발보아 공원 근처 정도인데, 리틀 이태리는 당연히 이탈리아 음식을 먹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관광지 레벨은 가스램프 쿼터가 최고, 그다음이 리틀 이태리, 그다음이 발보아 공원 근교이다. 그러므로 관광객한테 균형 잡힌 곳이 리틀 이태리인 것 같기도... 리틀 이태리를 평가해 보면,
1) 가스램프 쿼터보단 덜 시끌벅적하고 덜 관광지이다.
2) 이탈리아 식당이 많긴 한데, 다수는 올드한 관광객용 느낌
3) 그래도 이런저런 괜찮은 식당도 많고 신식 주거지도 꽤 있어서, 둘러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인 것 같다.
6. 음식점 한 곳 추천 - Grant Grill
US Grant Hotel 1층에 위치한 식당이다. 묵었던 호텔에 있던 식당이라 저녁 점심 다 먹어보았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워서 추천할 만했다. 1969년에 점심에 여자들 출입 안 된다고 했다가 소송당해서 졌단 얘기를 자랑스럽게 붙여놨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선택이 훌륭하다. 저녁 분위기는 이런 식. 고오급 중년남 클럽 분위기... 금주령 해제 89주년을 맞아 89일 숙성한 위스키로 칵테일을 만든다는데... 왜 89주년..? 11년을 더 못 참았나? 싶다가도 100보다 89가 더 멋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안 먹어볼 수 없잖아? $19 올드 패션드. 맛은 진하니 좋았다. 오랜만에 위스키 먹은 느낌... 저런 분위기에 갑자기 매우 귀여운 키즈 메뉴판이 있다 ㅎㅎㅎ 너무 귀엽다 식전빵 훌륭하고, 아뮤제 부시는 그냥.. 관자랑 문어 파테 다 좋았고, 사이드 리조또는 특히 맛있었다. 디저트 초코 무스 너무 맛있었는데, 원래 정육면체인데 허겁지겁 먹다가 사진을 뒤늦게 찍었고.. 디저트 와인 마데이라 포르투도 훌륭했다. 호날두보다 훌륭한 마데이라 술... 그리고 마지막 날 점심은 이런 식. 100% 짠 쥬스는 오렌지와 그레이프후르츠가 있고, 식전빵은 단 머핀이라 싸갔다. 오믈렛, 베이글 둘 다 흠잡을 데 없었다. 곁들인 살사도 굳. 정리해 보면,
1) 캘리포니아에서 쉽게 보기 힘든 클래식한 분위기의 식당인 점이 독특했다.
2) 나름 역사가 100년이 넘는 곳인데, 그걸 잘 살리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 같아서 좋았다.
3) 음식 수준도 그러한 스토리에 걸맞게 훌륭하고, 가격 거품도 딱히 없는 것 같아서 좋았다.
4) 호텔 내부에 있는지라, 분위기에 비해서 아기를 동반해도 나쁘지 않다. 아기와 같이 오는 손님들이 좀 있다.
7. 종합 후기
하나 태어나고 난 후에 했던 여행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샌 디에고 다운타운도 경험하면 할수록 재밌는 구석이 많고, 아기도 자라다 보니 점차 즐길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다. 다음엔 레고랜드, 시월드를 남겨놓고 있으니, 아마 1년 내로 다시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