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물세 번째 생일을 열흘 정도 앞두고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2009년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젠 어느 정도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가끔 아버지를 잃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해 주며 반려동물을 잃은 경험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서 반려동물을 잃은 아픔과 실제 호적에 적힌 가족을 잃은 아픔을 동치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말한다.
정말 너무 힘드셨겠어요. 비교는 되지 않겠지만 저도 몇 년 전 10년 넘게 같이 지내던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갔을 때 상심이 컸는데, 그것과 비교할 수 없게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라는 식이다. 필자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위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반려동물을 잃은 경험을 말하며 공감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적어도 예전엔 그랬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닌데? 그거랑 이거랑 다른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걸 뒤로한 채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딱히 이유랄 게 명확하지도 않다.
함께한 시간이 달라서? 아버지와 22년 함께 산 나나, 반려견과 15년 함께 산 사람이나, 7년 더 살았다고 내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받은 게 더 많아서? 아버지는 나를 키워준 분이고, 반려견은 내가 키운 (아직 필자의 지인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키운 경우가 많은 나이이지만) 아이인데, 받은 게 많은 사람과의 이별이 준 게 많은 동물과의 이별보다 더 슬프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냥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아무튼 다르다. 이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굳이 생각해 보면, 마지막 쪽과 가깝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르다고! 인간 가족을 잃은 경험이 아니면 내 슬픔과 동치 시키지 마라!
라는 류의 생각이 깊었던 것 같다.
최근에 이런 류의 대화를 다시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컸고, 그나마 나의 감정에 공감해 주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해서 비슷한 경험을 꺼낸 것인데, 뭐 가타부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감사하게만 생각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사고가 흘러갔다.
그러니까, 아마도,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인간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동치 시키는 것에 대한 반감은, 내 슬픔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슬픔이 얕아지면서, 반감도 얕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아직 부모를 잃은 경험이 없는데, 언젠가 부모를 떠나보낼 때가 올 때, 본인이 부모를 잃은 슬픔과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유사하다고 느낄까? 크기는 다를지언정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이라고 느낄까? 그것만큼은 궁금하긴 하다. 필자는 반려동물이 없으니,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아무튼, 제목은 반려동물의 죽음과 가족의 죽음이 같다고 써 놓았지만, 여전히 어딘가 다른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왜 다른지 설명할 능력도 없다. 그냥 뭔가 다른 것 같다.
앞으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