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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n 01. 2019

사랑은 매운맛

식어버린

된장찌개를 

데우며


또 생각나버린

그 사람.


된장찌개를 

참 맛있게 먹었지.


소리까지 내면서

내 솜씨 좋다고

웃음 가득한 

반달 모양 눈을 한껏

크게 뜨고 


따뜻한 찌개보다

더 뜨겁게 손을 잡아 주었지.


청양 고추를 

잘 들지 않는 칼로

몽땅몽땅 썰어 넣고


비릿하지만

깊은 맛을 내주는 

멸치 몇 마리 추가


달콤한 호박도

동그랗게 썰어

위에 얹으면


그를 위한

따뜻한 한 끼의 추억

준비 끝.


끓을 때까지

불을 최대한 높이고


나만큼 수다스러운

보글보글 소리 들릴 때


한 입 

숟가락에 덜어 

입에 넣으면


호박

달콤한 향이 먼저 코 끝에 닿고


된장

따뜻한 국물이 혀를 녹이고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어갈 즈음에


따갑도록

매운 뒷맛은 

너무 많이 넣은

청양고추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뜨겁게 끓었던

국에 혀가 데었던 것일까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이런 맛이었지.


시작은 달콤했지만


너무 뜨겁게 끓어버린 

마음에 데어


아프고 쓰린

매운맛.


기억하면

맛있었다고

얘기하겠지.


하지만

나에게

지금 남아있는

따가운

이 맛은


그가 남겨준

미련처럼


입안에

감돌며

사랑을 얘기할 때마다


따갑게 

그의 기억을

내 눈 앞에

가져다 놓는다.


너무 매워서 

나는

눈물인지


가슴속에서

나는 

눈물인지 모르게


눈가에 가득

뜨거움을 남긴 채


된장찌개가

끓어간다.


그가 궁금해하던

나의 사랑은


이렇게 매운 

그리움의 맛


짠 눈물의

끝에도 느낄 수 있는

회환의 맛.


그를 알고부터

예정돼 왔던


그가 남기고 간

빠알간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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