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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Feb 25. 2022

밴쿠버에서 날아온 편지 속에...

지금은 런던에 살지만 원래 캐나다에 오면 살고 싶었던 1순위 동네(라고 하기에는 많이 크지만 ㅎㅎ)는 바로 빅토리아와 밴쿠버 였어요. 서쪽에는 바다가 있어 온화하고, 동쪽에는 로키산맥이 있어 대도시에서 조금만 나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지요. 게다가 브런치에서 활동한 후로 밴쿠버는 조금 더 친숙한 곳이 되었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유독 밴쿠버에 많이 살고 계세요. 예를 들어,


로키산맥 캠핑에 관한 글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문제점과 해법까지 논평하시는 날카로운 지성미의 동선 작가님,


바리스타이자 클래식 애호가이고 삶을 묵직하고 아름답게 사유하는 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시는, 그런데 쓰신 댓글을 읽으면 숨겨둔 개그감이 살짝 나오시는 박지향 작가님,


츤데레 귀요미 고양이 콜튼의 시선으로 가족과 반려묘간의 사랑을 통통 튀는 문체로 맛깔나게 쓰시고 영어 공부도 시켜주시고 계시는 밴쿠버 터줏대감 조선아 작가님,


마지막으로 삶이 곧 한편의 소설처럼, 에세이처럼(러브 스토리는 너무나 탐나는 소설감...) 아름답게 살아가시는 나의 워너비 라슈에뜨 작가님이 바로 밴쿠버에 살고 계시죠.


(동선 작가님 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 리뷰) https://brunch.co.kr/@vanheading/113


(박지향 작가님의 묵직한 울림의 시, 광야) https://brunch.co.kr/@7969dc7960ac4c8/123


(츤데레 콜튼이 들려주는 알콩달콩 이야기, 조선아 작가님) https://brunch.co.kr/@ssunalife/53


(정원도 삶처럼 활짝 꽃피우는 진정한 가드너, 라슈에뜨 작가님) https://brunch.co.kr/@lachouette/276





라슈에뜨 작가님이 저의 워너비가 된 것은 작가님의 교육관과 인생관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매거진 <홈스쿨링 첫만남부터 졸업까지>를 우연히 접하게 된 후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교육관을 가지신 작가님께서 실제로 자녀를 마음먹은 대로 키워내신 모습을 보고 그 의지와 결단력, 실천력을 나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유럽으로 떠나는 황혼 허니문>과 <노년의 달달한 일상엿보기>, <한걸음씩 정원으로 들어가기> 까지 작가님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읽으며 내가 늘 꿈꾸던 노후의 모습을 작가님이 실제로 살아가고 계시다는걸 알게 되었지요.


밴쿠버의 한 마을에서 아름다운 꽃들 외에도 돌나물과 땅두릅, 당아욱을 키우고 아욱의 예쁜 꽃잎을 말려 지인에게 선물하는 작가님의 모습과 삶이 어찌나 아름답고 향기나는지요. 직접 온실을 짓고,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어 가드닝을 하는 모습에서 인스타그램에서 전시하는 상표로서의 행복이 아니라 흙내 나고 땀내 나지만 그 어떤 명품도 흉내낼 수 없는 품위가 느껴지는, 진정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캐나다 저 먼 서부의 끝 밴쿠버에서 2주간의 여행을 거쳐 이곳 런던으로 편지가 한 통 날아왔습니다. 타국에서 받아보는 편지, 처음이기도 했지만, 그 편지 안에 담긴 서프라이즈 선물에 저는 정말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작가님의 호박꽃 튀김맛이 너무나 궁금하다 말씀드리니 선뜻 호박씨를 보내주신다더니...이거 약속과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타국에서 받아 본 첫 편지, 그 속에 담긴 보물을 공개합니다.
정갈하게 정리하여 붙여주신 씨앗들, 보기만 해도 마음은 이미 수확중이었답니다
무려 씨앗을 18종이나 보내주시고, 일일이 코멘트도 함께 적어 주셨지요


저 씨앗들이 밴쿠버의 어느 마을, 어떤 작은 정원에 뿌려진 후,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자라나 꽃을 피우는 동안 작가님은 진딧물, 민달팽이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루셨겠고, 꽃이 지고 열매 맺은 후 종자를 일일이 채종하고, 선종하고 분리하고 보관하기까지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이기에, 제게는 그저 단순한 씨앗만은 아니었습니다.


18종의 식물들이 제 화단에서 축제를 펼치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 합니다. 캐나다에 와서는 일부러 마음 접은 planting인데, 게다가 돌산갓과 아욱, 곤드레, 애호박, 열무, 부추, 깻잎, 도라지, 더덕 등 캐나다에서 구하기 힘든 종자들로 엄선하신 그 마음, 먹거리만 키우면 조금 재미 없으니 한국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에 절대 키우지 못하는 양귀비를 넣어주신 센스, 붓꽃과 금잔화, 당아욱 꽃을 좋아하는 제 취향은 또 어찌 아신겐지...관심법도 하시는 우리 라슈 작가님...한국의 산천 어디에서나 흔히 피지만 여기에 오고 나니 어쩐지 그리운, 한 여름에 우리 아이들 손톱에 곱게 물들어 줄 봉숭아까지...


아, 내게 씨앗들을 보내주신 게 아니라 마음을 보내주셨구나, 타국에서 외롭지 말라고, 한국의 채소들로는 입을 행복하게 하고, 예쁜 꽃들로는 마음이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씨앗들을 하나하나 선택하셨을 작가님의 마음씀과 배려에 저는 너무나 너무나 행복합니다.  


밴쿠버에서 날아온 편지 안에는 예쁜 마음들이 알알이 맺힌 귀한 보석들이 곱게 곱게 들어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도 하이얀 크로커스 꽃처럼 기쁨이 한가득 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슈에뜨 작가님...알라뷰 쏘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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