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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Jul 08. 2021

타이녹스



내 친구 류는 '타이녹스'를 사용하고 서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류는 서에게 '타이녹스'를 권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평생 사용할 자신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

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류의 단호함만큼이나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류의 말이 백 번 맞으며 절대 함부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다시 읊었다. '타이녹스'를 만나기 전과 후의 일상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소중한 친구인 서에게 쉬이 이것을 권할 수 없었다. '타이녹스'는 분명 생각지도 못 한 쾌감을 주었지만 그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이녹스'의 태생적 한계랄까, '타이녹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한다. 불편하다고, 그러나 끊을 수 없다고. 다르게 생각하면 수고를 들이는 만큼 직접적인 보상을 건네주는 정직한 친구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 피곤하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타이녹스'를 거른 날이면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도 불안하고 찜찜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므로, 만약 '타이녹스'를 친구라고 한다면 그는 분명 애증의 진물이 덕지덕지 붙어 흘러내리는 계륵 같은 친구일 것이다.

나는 그런 '타이녹스'를 괜히 걸러서 불쾌해지고 싶지 않아 항상 '타이녹스' 예비분을 비축해두는 편이다. '타이녹스'는 회사나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가 나는 편이지만 '타이녹스' 자체가 비싼 축에 속하는 건 아니어서 몇 개 정도 쌓아둔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는 건 아니다. 경제적 실리와 가성비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나같은 사람은 어쩌면 '타이녹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생각지도 못 하게 '타이녹스'가 다 떨어져 불쾌한 매일을 보내야 했다. 이 시기에 내 곁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테다. 내가 얼마나 '타이녹스' 타령을 했는지를.

그렇다면 나는 어쩌다 '타이녹스'에 중독되었을까. 지금껏 내가 기억하는 처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타이녹스'와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타이녹스'와의 처음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타이녹스'를 사용하는 친구를 보고 호기심에 내가 먼저 다가갔다. 그 전까지만 해도 '타이녹스'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 본 순간이었다. 그 모습이 왠지 웃기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해 '타이녹스'에 집중하고 있는 친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거 하면 어때? 무슨 느낌이야? 부작용은 없어?]

그러다 결국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나도 조금만 줘봐. 한 번 해보자.]

이로써 내 인생의 첫 '타이녹스'를 건네받게 되었고 나는 이 때 건네받은 '타이녹스'가 어느 회사의 어떤 모델인지까지도 기억한다. 이후에 엄마한테 말해 처음 내 품에 들어온 '타이녹스'도 친구를 따라 같은 모델로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타이녹스'를 사용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그 모델이 결코 좋은 모델이 아님을 안다. 이제 나에게 맞는 '타이녹스'는 어떤 것이고 회사별로, 종류별로, 판매처별로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도 안다. 나는 그만큼이나 '타이녹스'에 길들여진 것이다. 아마 평생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기회가 날 때마다 '타이녹스'를 권하면서도 완전히 권할 수는 없는, '타이녹스'가 주는 쾌감과 효용이 얼마나 좋은지 알면서도 선뜻 '타이녹스'의 늪으로 끌고 들어올 수 없는 묘한 갈등의 짐을 평생 안고 가야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당신은 '타이녹스'를 사용해보고 싶어졌는가?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당신은 완벽하게 '타이녹스'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을 뿐이다. 그게 바로 '타이녹스'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나는 수차례 말했듯이 '타이녹스'를 사용해보라고 종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타이녹스'를 '치실'로 바꿔 읽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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