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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난 소비를 해

내가 왜 그랬을까.

by 꽃빛달빛 Feb 26. 2025

그렇게 조증의 과소비가 점점 쌓여만 갔다.

다행히 내 벌이로 감당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우울했다.


최악의 조합이었다.

사회초년생 + 처음 받아보는 월급 + 조증 = 재앙.

새로운 공식의 탄생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멍청한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우울함을 회피하려 잠깐의 도파민을 찾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멱살을 잡아서라도 말리고 싶다.)


난 계속해서 도파민 중독자 마냥, 우울을 회피하려 계속 소비를 했다.

지금의 내가 다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미래의 나에게 불행을 떠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술이나 여행 같은 유흥에 돈을 쓴 것이 아니라, 자기 계발에 소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무형의 형태로 내게 남아있게 되었다.


(다행히 영어, 일본어 등의 언어. 악기를 다루는 실력 등의 무엇인가로 남은 것들은 내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대단한 것을 주진 못했지만,

추후 있을 일본여행 등에서 삶의 질을 조금 더 올려주고,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재앙과 같이 벌어진 소비는, 충분히 부모님의 걱정을 사기엔 충분했고,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기에는 더더욱 완벽했다.


나 스스로를 통제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본인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암울해하며 또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소비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뭐가 잘못된지도 모른 채 도파민이란 괴물에 끌려다니는 패배자였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아 이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라는 소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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