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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디체리, 여행의 서막

탐험파와 휴식파 여행 입장 차이.

by 시몬스 Jan 30. 2025

"너 돈 많냐?!?"


전역하자마자 인도에서 살아남기를 찍었을 때, 비행기와 택시로 인도여행을 하던 나를 보고 아빠는 이상하게 보셨었다. 아빠와의 인도여행은 항상 버스와 기차, 릭샤로만 이루어졌었다. 아빠와 함께 여행했기에 따랐을 뿐이지 그 무질서, 야생의 인도는 아늑한 택시 안이 마음이 편했다.


다른 어른들이 아빠 스타일을 좋아할까?


인도 여행이 낯선 분들에게 처음부터 인도 그 자체를 보여줘도 되는지 걱정됐다. O 아저씨는 몸 편한 게 우선이었고 L 아저씨는 자기 취향이 무조건 우선이었다. 처음부터 9명을 인솔할 자신이 없어서 오르빌 게하로  한대당 600루피인 택시 3대를 부르고 폰디체리로 향했다. 처음에는 "오르빈도 고쉬 아슈람"을 찾아갔다.


오르빈도 고쉬 철학은 오로빌 정신의 시초이자 이념적 기반이다. 오로빌은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 스리 오로빈도 철학과 이상을 실험하고 실현하려는 공동체 마을인 것이다.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아슈람으로 향했다. 아슈람 안은 대화가 불가능했고 정원 같이 예쁜 곳에서 오르빈에 대해 알아보며 명상하는 곳이었다. L 아저씨는 답답하다며 뛰쳐나왔다. 나머지 분들도 둘러보다가 진짜 별게 없네?라고 말하시며 같이 나오셨다. 아무것도 정한 것도 없는 채 길거리에 9명이 고민에 빠져있었다. 벨트 파는 사람과 장난감 파는 사람, 거지들이 점점 모여들자 O 아저씨는 일단 간디 동상을 보러 가자면서 우리를 이끌었다. L 아저씨의 표정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간디 동상은 공사 중이었다. 9명은 간디 동상 앞에서 또 고민에 빠졌다. 그때부터 다들 9명이 몰려다니는 건 굉장히 피곤한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게다가 11시에 폰디체리 해변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목이 말랐던 O 아저씨와 나머지는 일단 어디 들어가서 점심이나 먹자고 하셨고 아빠와 L 아저씨는 뭘 아슈람 하나 봤는데 벌써 쉬냐고 반발했다.


그럼 네가 찾아보지 왜 나한테 맡기냐

더운데 호텔 식당에서 쉬자

폰디체리 별거 없네

등등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여행의 서막이 시작됐다.


가만히 바라보며 히피의 자유로움을 배웠던 나는, 싸우는 어른들을 보고 지금이라도 뛰쳐나가서 혼자 놀까 생각도 해봤다. 결국 어른들은 탐험파와 휴식파로 나뉘며 여행하게 되었다. 탐험파 어른들은 어딜 가도 다 좋아하셨고 나는 구글 맵 평점 4점 이상의 장소와 식당을 찾으며 그들을 가이드했다.


탐험 파는 Surguru Spot restaurant에서 egg dosa를 먹으며 인도 음식을 소개했고

폰디체리 박물관에서 남인도 골동품과 역사를 확인했고

노점상에서 나팔바지를 구경했다

힌두교 사원에서 제사 형식을 보기도 했다.

탐험 파는 하루에 2만보를 걸으며 폰디체리를 즐겼다.


다음 날 진지포트와 아루나찰나 산을 가기 위해 아빠는 버스표를 알아보자고 하셨다. 택시 한 대당 2만 루피의 택시비보단 인당 50루피의 버스표가 훨씬 나아 보이긴 했다.


"아빠 사람들이 버스 여행에 동참할까요?"


싫으면 두고 가면 되는 거야. 아빠는 단호하셨다. 아마 다음 여행지에서 몇 명은 빠질 것 같았다. 이러다가 계속 찢어져서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이럴 바에는 버스 하나를 빌려서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휴식파와 하루 결산을 했다. O 아저씨는 생각보다 인도가 어렵고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근데 탐험파들이 무작정 찢어지자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와 아빠만 보고 인도여행을 온 건데 탐험파에 아빠와 내가 가니깐 여행 온 의미가 없어졌던 것이다. 아빠는 너무 독불장군처럼 돌아다녀서 미안하다고 하셨고 앞으로 원만한 인도 여행을 위해 잘해보자고 했다. 나는 마두라이 갈 때는 버스를 빌려서 다 같이 다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른들은 그게 낫겠다며 버스를 빌리기로 합의했다.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전에 내가 폰디체리 여행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haegang710/42


내가 썼던 글을 돌아보면

화이트타운은 내가 프랑스를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냥 예쁜 인도 거리 아닌가 이게 그렇게 프랑스 거리인가? 싶었다. 오르빈도 아슈람을 가면서 들리는 거리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리가 예쁜지는 모르겠다.

연말 폰디체리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 급이었다. 저녁에 숙소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그때는 택시를 허락받았다).

더 세이크리드 핫 바실리카는 실제로 봐도 예쁜 성당이었다. 더위를 피하기 좋았다.


적어도 폰디체리에 2박 3일 정도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A의 정신을 본받으며 여유롭게 있었다면 폰디체리를 좀 더 즐겼을 것이다.


힌두교 제사 대기하기
간디 동상보다 눈에 띄었던 건물




https://maps.app.goo.gl/B4tpTdxtd6FgpRiEA

https://maps.app.goo.gl/CfJqvjeMdbxSPKX86

https://maps.app.goo.gl/eqDZVBC7YN5gbM6w9

https://maps.app.goo.gl/PL9oF8UbUvb44tX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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