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알고 결혼하는 게 힘든 만큼 저는 디자이너의 직무를 잘 몰라서 좋아했고,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졸업 전 취업을 했고, 그만큼 제 열정은 불타올라있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첫 직장에서부터 디자인이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렇지만 입사 전의 그 열정과 너무 다른 이 괴리 또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또한 디자인과 전공에, 내가 선택한 직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학창 시절부터의 디자이너 말고는 다른 직군을 생각해본 적 없던 저라 더 책임감이 컸던 거 같습니다. 이 책임감 하나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하더라고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노력을 해도 즐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제 실력을 의심하고 채찍질하기 바빴죠. 디자이너는 회사, 클라이언트가 말하는 컨셉을 캐치해서 구현해줘야 합니다. 사실 저는 그 반대인 제 자신을 표현하고, 표현되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글과 그림이 좋았고요. 그렇게 제가 아닌 상대만 수없이 표현해줬습니다.
디자이너였던 저지만 디자이너는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루는 사람은 많을지라도 회사,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알아채고 시각적으로 잘(이게 참 모호하죠.) 풀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옛날보다 기업에서 디자이너를 보는 관점이나 대우가 많이 개선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더 개선되면 좋겠고, 이 땅에 있는 모든 디자이너 분들 힘내시고, 존경합니다.
postscript. 요즘 그때라도 직군을 바꿨으면 난 뭐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해요. 직업으로 안 맞는 거뿐이지 디자인이라는 게 살아가면서 필요할 때도 많고, 저만을 위한 디자인은 또 재밌게 열심히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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