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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24. 2019

민법 제158조, "나이의 계산과 표시"

제158조(나이의 계산과 표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


어제 공부한 초일 불산입의 원칙에는 민법상 2가지 예외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첫날이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경우(제157조 단서)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오늘 공부하는 제158조 본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민법 제158조의 조문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원래 민법 제158조는 단순하게,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었어요. 그러던 것이 2022년 12월 27일 민법이 개정되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다만 개정은 12월 27일에 되었지만, 법률의 시행은 6개월 뒤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2023년 6월 28일부터 아래 표에서의 [개정 후]와 같이 바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는 개정된 제158조를 기준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제158조 본문을 먼저 봅시다. 먼저 연령(나이)을 계산할 때에는 첫날(출생일)을 산입하여 ‘만 나이’로 계산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1980년 1월 1일에 태어났다면, 철수의 나이를 계산할 때에는 1980년 1월 ‘2일’이 아니라 ‘1일’부터 시작한다는 겁니다. 시작점이 그렇다는 거지요.

이미 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세는 방법이 좀 복잡합니다. 방법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먼저 ①세는 나이’ 방식이 있습니다. 2000년 7월 1일에 태어난 철수는, 2000년 7월 1일에 이미 1살로 카운트가 됩니다. ‘세는 나이’ 방식에서 특이한 것은 출생일(생일)과 관계없이 해가 바뀌면 바로 나이를 올려서 계산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2001년 1월 1일이 되면 철수는 바로 2살로 칩니다. 흔히 외국에서 ‘한국식 나이’라고 부르던 방법이 이겁니다. 이렇게 계산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동갑인 외국인들보다 나이가 늘어나는(?) 슬픈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반면 우리 민법이 채택하고 있는 나이 계산 방법은 ②만 나이’ 방식입니다. 이것은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에서 시작하도록 하되, 1(365)이 지날 때 1살을 더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자, 여기서 잠시 복습을 해볼까요? 제4조를 공부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제4조(성년)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사람은 19세로 성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철수는 2000년 10월 1일에 태어났습니다. 제158조에 의하면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하므로, 철수는 2001년 9월 30일까지는 아직 0세입니다. 2001년 10월 1일이 되면 철수는 1세가 됩니다. 따라서 철수는 2019년 10월 1일에 19세(성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일 기준 아닌데요? 저는 대학 들어가자마자 술집에서 술 사서 마셨는데, 생일은 12월이거든요?”

그 말도 맞습니다. 왜냐하면 술, 담배와 같은 소위 ‘안 좋은’ 물건들에 대해서는 민법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특수한 법에서 규율하고 있는데, 이 법에서는 ‘만 나이’가 아니라 ‘연 나이’를 규정하고 있거든요. 이것이 바로 나이를 세는 3번째 방법인 ③연 나이’ 방식입니다.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


즉,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에서의 ‘청소년’ 개념에 따르면, 만 19세가 되는 해가 되면 그 해를 맞이한 모두가 동시에 술과 담배를 살 수 있게 되는 겁니다(생일이 기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철수는 2019년 10월 1일이 아니라 2019년 1월 1일이 되면 흡연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논리상으로는 2019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철수는 「민법」상으로는 미성년자이지만 「청소년 보호법」상으로는 청소년이 아닌 자라는 기묘한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청소년’의 개념을 특별하게 따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또 청소년을 18세 미만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청소년이지만 「청소년 보호법」보다 1살을 더 어리게 보는 거죠. 18세만 되면 소위 말하는 ‘19금 영화’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까지는 청소년으로 보도록 예외를 두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19금 영화를 볼 수 있겠지만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8. “청소년”이라 함은 18세 미만의 자(「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이처럼 나이의 계산법은 법마다 다르게 되어 있어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에 나이의 계산 방법을 통일하여야 한다거나,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국회에서는 2022년 12월 회의를 열고 민법 제158조를 개정하기로 의결함으로써, 명시적으로 ‘만 나이’라는 표현이 「민법」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주의할 것은, 「민법」에서는 원래부터 ‘만 나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다만 그것을 명확하게 법문에 추가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법률 개정으로 이제야 ‘만 나이’가 도입되었다고 하시면 틀린 주장입니다. 실제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사법(私法)의 기본법인 「민법」에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함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나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 관행을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158조 단서는 만 나이로 계산하더라도, 나이가 1세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연수’가 아니라 ‘월수’로 표시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어난 지 3개월 밖에 안 되었으면 나이를 월수로 표시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1세를 넘어간 후부터는 1년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면 됩니다. 굳이 ‘18세 5개월’ 이렇게 셀 필요 없다는 거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기간을 계산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이쯤 되면, 이제 다른 궁금증이 드실 겁니다. 이제는 도대체 이 기간은 어떻게, 언제 ‘종료’하는 것이냐? 라는 것이지요.

내일부터 바로 기간의 종료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19.12.24. 작성

22.12.2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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