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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프 Oct 30. 2022

나는 언제까지
테니스를 배울 것인가

남편과 2:1 테니스 강습을 두 달째 받았을 때 남편이 자신은 혼자 강습을 받겠다고 했다. 딸아이도 테니스를 조금 배우고 싶어 하니 난 딸과 함께 2:1 강습을 받으란다. 

“그래, 나도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운동신경이 있는 남편과 몸치인 나는 레슨을 받을수록 점점 실력 차가 커졌다. 세 번째 달부터는 딸과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딸은 나와 달리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다. 8살 때부터 합기도를 했는데 승급 심사 때마다 띠를 쭉쭉 갈아치우더니 어떤 때는 두 단계를 건너뛰더니 금세 1단을 땄다. 봉술 대회에 나가서 은메달도 땄고 단체 연무에서는 1등도 했다. 몸이 유연해서 앞 돌기, 옆 돌기도 잘한다. 비록 내가 딸보다 테니스를 두 달 먼저 시작했지만 금방 딸에게 따라 잡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딸과 함께 테니스 강습을 받은 지 세 달쯤 됐을 때 선생님이 나에게 귓속말을 하셨다. 

“방방(딸의 별명)이가 운동신경이 좀 없는 편이죠? 어머니보다도 더 없는 것 같아요.”

난 깜짝 놀랐다. 

“네에? 정말요? 저보다도 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한 가지 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 운동 종목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다르다. 어떤 운동은 순발력, 어떤 운동은 근력, 어떤 운동은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 남들은 다 아는 상식을 난 딸을 보고서야 알았다.      



생각해보니 딸은 구기 종목에 약한 것 같다. 자세는 좋다고 칭찬을 받는데 순발력이 부족해 공이 올 때 재빨리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물론 모든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특별히 더 맞는 운동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에게 더 잘 맞는 운동을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 했던 체력장을 떠올린다. 달리기, 던지기, 멀리 뛰기는 정말 못했지만 윗몸일으키기, 오래 달리기, 오래 매달리기 등은 중간은 했다. 어쩌면 여러 운동 능력 중에 지구력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순발력이 필요한 테니스는 나에게 맞는 운동일까. 7개월이나 했는데도 아직 랠리가 안 된다. 난 자꾸 선생님께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저처럼 잘 안 느는 사람도 있나요?”

“저처럼 못 하는 사람이 또 있나요?”

있으면 어쩔 것인가. 그 사람과 만나 회포를 풀 것도 아닌데. 이 심리는 대체 뭘까. 아마 확인받고 싶은 걸 거다. ‘저 이렇게 못 하는데 테니스 계속해도 되겠죠?’에 대한 대답. 어쩌면 테니스를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다시 합기도 학원을 다니는 딸이 현명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부터 테니스에 지출하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테니스는 재미있지만 20분 수업에 레슨 비용이 3만 원 꼴이니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제 테니스 레슨을 끝내는 게 가장 합리적 일지 고민한다. 오늘은 결제하는 날. 보통 결제는 수업 후에 한다. 난 고민을 끝내지 못한 채 레슨에 들어갔다. 희한하게 오늘은 자세가 잘 나온다. 멀리서 선생님께서 던져주시는 공이 탕. 탕. 라켓에 맞고 휙. 휙. 선생님 쪽으로 날아간다. 선생님은 계속 “굿샷”을 외치신다. ‘어랏! 이게 뭐지? 오늘은 왜 이렇게 잘 돼?’ 생각해보니 이건 결제 날의 마법이다.      



결제 날엔 신기하게 실력이 는다. 안 좋았던 자세가 좋아지고 공이 잘 맞고 다리도 슉슉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 여기서 끝내긴 아까워.’란 생각에 또 다음 달 결제를 하게 된다. 그러곤 또 지지부진하다가 마지막 회차가 되면 또 조금 실력이 늘고. 그래서 오늘 또 결제를 해버렸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실력이 너무 안 늘어서 못하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결제하는 날이 되면 갑자기 조금 실력이 늘어요. 그래서 결제를 하게 돼요. 하하.”

선생님은 “어머, 그래요?”하고 웃으시더니 갑자기 “이번엔 부가세 빼 드릴게요.”하신다. 어맛, 개이득. 신이 나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 다시 생각해보니, 개이득이 아니라 충동 지출이었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테니스를 할 것인가. 배운 지 두 달이 지나면 남편과 랠리를 할 수 있을 거라던 코치 선생님의 말은 왜 지켜지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물론 나의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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