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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Mar 30. 2024

빔센 조쉬, 그의 구음

 인도로 간 히치하이커

빔센 조시(Bhimsen Joshi), 그는 이 시대 인도의 정통 클래식 보컬의 대가이다. 인도인이라면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지만, 대마초를 피운다는 소문은 그의 명성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뿌네에서는 인도의 최대 명절인 10월 말경의 디왈리(Diwali)가 지나고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3박 4일 밤낮에 걸쳐 쉬지 않고 연주하는 ‘사보이 간다르바(Savoy Gandarva)’라고 불리는 전통음악회가 열린다. 간다르바는 힌두교와 불교 신화에 등장하는 정령으로, 인도 전통음악에서는 실력 좋은 가수를 뜻한다.

    

인도 전역에서 초대된 정통 음악가들이 릴레이로 보컬뿐만 아니라 인도 전통악기인 시타르(sitar), 사랑기(sarangai), 따블라(tabla) 등을 연주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극장식의 연주회장이 아니라, 공설 운동장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무대가 전부이다. 연주회의 기간과 행사 스케일, 수천 아니 수만은 될 법한 군중들이 모여 앉아 짜이를 마시고 땅콩을 사먹고 돌아다니는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 진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룹을 지어 담요를 펴고 서로 기대어 앉거나, 아예 땅바닥에 누워 감상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인도의 음악은 음식문화 같이 11세기경부터 서아시아 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북인도(hidustani))음악과 비교적 순수성을 유지해 온 남인도(carnataka)음악과 구별되고 있다. 수백 종의 음계로 되어 있는 ‘라가(raga)’와 수십 종의 박자로 되어 있는 ‘탈라(tala)’가 여러 형태로 조합되어 있어 능숙한 연주자는 몇 시간이고 즉흥연주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콘서트의 연주 레퍼토리는 음악을 자연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절과 시간에 적합한 것이 선택된다.

      

북인도의 음악인지 남인도의 음악인지 알 수 없는 이방인의 귓가에 끊어 질듯 이어지는 즉흥 연주가 지겨워 지는 무렵, 깊은 동굴에서 어어~어 하고 울리는 뜻을 알 수 없는 빔센 조시의 구음이 탁 트인 공간을 채운다. 그 순간 정녕 울지 않겠다고 나를 달래고 구슬렸건만,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구음의 진동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살아 있음을 자각케 하는 에너지의 파장이다.  

   

음악이란 소리로 구성되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귀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어디까지나 가청범위 안에 서이다. 너무 낮은 초음파도 너무 높은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사람은 귀로만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음악의 파장은 우리 피부와 마음에도 와 닿는다. 소리는 파장으로 전달되고 우리의 감각은 소리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소리가 귀를 자극하는 대로 소리에 대한 순수한 자각을 유지하는 훈련은 훌륭한 명상이 된다. 소리의 내용에 반응하지 않고 소리를 소리로서 듣는 훈련을 통해서 다양한 소리의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모든 악기의 소리를 구별하고 화음에 따라 연주하도록 안내하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순수하게 듣는 일에 익숙해지면 비난과 칭찬에 흥분하거나 우쭐대지 않을 것이다.

     

인도의 유명한 만뜨라(mantra)들은 ‘의식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소리로서, 음절, 낱말 또는 구절들로 구성된 것이다. 만뜨라의 용도와 종류는 해당 만뜨라를 사용하는 종교 및 철학 학파에 따라 서로 다르다. 옴(aum)은 인도에서 우주의 소리 또는 신을 상징하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옴을 소리 내어 반복하여 읊조리며 집중하는 명상을 통해서 우주의식과의 합일을 시도한다. 특정한 만뜨라는 파동을 일으키고 입체 영상처럼 그 만뜨라가 지니고 있는 특정한 의식의 장 안에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원리이다.

    

반면에 특정한 음악이나 노래의 파장에 마음이 열리고 뇌파가 안정된다는 것은 감정의 해소나 정서의 치유 차원일 것이다. 특정한 악기의 음계와 가락으로 구성된 소리가 가지고 있는 진동은 마음을 달래거나 안정시킨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또한 살아 있는 한 진동을 멈추지 않고 파장을 형성한다. 몸과 마음의 진동은 소리로 들을 수는 없지만 고유한 에너지가 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물체가 스스로 낼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즉 고유진동수와 같은 주파수의 소리를 만나서 저절로 울리는 현상을 공명이라고 설명한다.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우주 창조와 변화(파괴), 유지의 신인, 브라흐마(Brahmā)와 쉬바(Śiva), 위슈누(Viṣṇu)와 마음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면 의식적 차원에서의 공명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듯이 우주가 생성 되었다면 멸망을 예정하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튜닝으로 특정한 의식의 차원에 주파수를 고정시키는 채널 링은 태고로 부터 인류가 만들어 오는 신에 대한 이미지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평화를 지향하고 보편적 사랑을 실현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의식 또한 생성과 멸망을 반복한다면 우주의 생성과 멸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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