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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경 Dec 22. 2023

겨울을 앞두고 깨달은 것

안녕하세요, 산타할아버지? 저는 빈티지 파네라이(Panerai) The Luminor Ref.6152-1가 갖고싶어요. 감사합니다(Fernotime)


겨울을 앞두고 깨달은 것




겨울을 앞두고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생각보다 손목 위에 얹은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는 것. 보더라도 ‘내 시계가 참 예쁘네 히히’하고서 막상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계절을 앞두고 시계인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여름에는 메탈 브레이슬릿과 고무 시계줄을, 겨울에는 가죽과 캔버스 시계줄을 차는 것이 좋다. 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특성상, 각 계절에 맞는 시계줄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무엇보다 온도가 높고 더워서 땀이 나니까 가죽이나 캔버스는 손상되기가 쉽다. 이때 메탈과 고무 소재는 상대적으로 오염의 가능성이 적고 방수도 된다. 겨울은 딱 정반대다. 겨울은 온도가 낮고 추우니 메탈과 고무 소재는 상대적으로 가죽과 캔버스 소재에 비해 차갑다.


이 정도가 시계인들 사이에서 많이 오고 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시계 자체를 잘 안 본다는 걸 깨달으면서, 여기에 다른 영향도 있음을 알았다. 겨울이 되니 소매가 길어지면서, 굳이 굳이 손목을 걷어 드러내지 않는 이상 시계를 볼 일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나는 시계를 하루 단위로 바꿔 차고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도 시계나 시계줄이 오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집으로 튀어나가 시계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들 시계 파우치를 갖고 다니나. 하루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몇 시간(hour) 단위로 나눌 수 있지만, 시계를 보는 시간은 몇 분(minute) 단위일 텐데. 손목 위에 이게 뭐라고 코가 꿰어서 나는 보이지도 않는 물건에 이리도 마음을 쓰는지 모르겠다.


시계를 보지 않는 일이 늘어나면서 시계 그 자체 혹은 시계줄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다. 바로 착용감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손목에 그냥 걸쳐있는 듯한 느낌. 이 착용감은 물론 시계의 무게, 부피, 높이 등의 요소에 영향을 받고 시계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시계줄의 구멍이 촘촘한지 아닌지에 따라 시계를 손목에 딱 맞게 찰 수 있는지, 아니면 미묘하게 꽉 끼거나 미묘하게 헐렁한 상태에 머물러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나는 하루에 시계를 보는 횟수가 10번이 안될 텐데, 시계 줄을 풀고 다시 차는 행위가 그중에 5번은 될 것이다.




겨울을 앞두고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시계에 너무 신경을 쓴다, 과도할 정도로. 이제 시계를 좋아한 지 딱 4년이 되었다. 내년이 되면 햇수로는 5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시계를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그러나 시계를 잘 보지도 않으면서 시계에 마음은 엄청나게 쓰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어쨌든 내년의 내 시계 생활에도 장수와 번영과 포스가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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