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쇠고 나면 음식도 많이 남지만,
음식 만들고 남은 식재료도 한가득이다.
며칠 동안 줄곧 먹기만 해서 배가 두둥실해졌는데요,
혼자 먹는 양이라 냉장고 비어 가는 속도는 느리다.
연휴 동안 실컷 게으름을 피우는 오늘 아침,
냉장고에는 얼른 먹어 없애야 할 두부가 남아 있지.
매일 탕국에 두부를 넉넉히 넣어 먹었는데도 말입니다.
두부를 넓적하고 도톰하게 자른다.
팬을 데워 현미유를 흥건히 두르고 두부를 굽는다.
노릿노릿 구워지면서 표면이 살살 굳어가는 두부 조각들.
두부 굽는 시간이 은근히 길어서 조급하게 뒤집지 않으려고 팬 앞을 떠나 유튜브를 고른다.
오늘은 작가의 생가를 찾아가 보자.
다 구워진 두부는 깊은 접시에 덜고요.
두부를 굽고 난 팬에 냉장고 안에 있던 소고기탕을 꺼내 따뜻해질 만큼만 데운다.
추석 음식 하면서 불고기 감을 잘게 썰어서는 불고기 양념으로 국물 자박한 '소고기탕'을 만들어 두었거든.
따끈하게 데워진 소고기탕을 구운 두부에 얹는 거다.
그래서 긴 연휴 끄트머리의 아침밥은 부들부들한 두부구이에 소고기탕을 얹어서 배추김치랑 먹었습니다.
버섯도 더했다면 잘 어울렸겠지만요.
햅쌀밥도 먹으려고 조금 덜어 두었는데
두부와 소고기탕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렀음.
설거지 마치고 디카페인 커피 내려서 홀짝홀짝,
초콜릿 몇 쪽이랑 같이 마시고요.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을 섞어서는 반 통이나 먹어치우고.
또 사과 깎아서 반 개 정도.
더해서 우롱차 한 잔으로 마무리.
이런,
위가 쫙쫙 늘어나버렸네.
아침 먹으면서 본 유튜브 콘텐츠는 작가가 태어난 전원도시를 보여주었다.
개울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는 주변 들판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동네길.
매일 보고 자라는 풍경이 알게 모르게 개인의 자아 형성에 한몫하겠지.
높은 산에서 자란 이의 마음속에는 언제까지나 산에서 내려오는 윙윙 바람소리, 푸른 나무들의 향기가 떠다니겠고.
바닷가 소년은 마을을 떠나도 평생 파도가 밀려오던 파란 바다가 눈에 선할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도 육신만이 아니라 마음에, 정서에 차곡차곡 쌓이겠지.
그러므로 자신에게 건강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