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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 May 28. 2021

입원은 예고없이

지긋지긋한 채혈과 매콤한 코로나 검사

15.



쌍둥이 임신부는 대학병원(내지는 그에 준하는 상급종합병원) 많이 다닌다. 아무래도 다태임신은 단태임신보다 위험요소가 많은 데다 조산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나도(소량의 하혈 따위는 이벤트 축에도  낀다) 상급종합병원 출산을 고려했다. 쌍둥이는 조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단태아는 40주를 채워 출산하지만, 쌍둥이는 37주만 돼도 만기 출산으로 쳐준다. 뱃속 아이가 크면 앞당겨서 수술하는 경우도 많고, 임신중독증  임신으로 인한 합병증이 오기 쉬워 일찍 낳는 경우가 많다. 인큐베이터나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은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조차 없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출산하는  꺼려졌다.


하지만 기나긴 대기시간이나 너무 넓은 병원(말기엔 10분만 걸어도 힘들었다) 등이 자꾸만 나를 동네병원에 붙어있게 했다. 정기 진료 때 주는 초음파 영상도 좋았다. 산후조리원도 병원 건물 바로 위층이라 아이를 낳고 가기도 편했다. 그 때는 태어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신생아를 카시트에 태워 차를 타고 조리원까지 가는 것도 부담이 됐다.


그래도 30 쯤에는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지, 생각했는데 남편도 굳이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하냐는 입장이었고 나도 괜한 걱정을 하나 싶어 전원 생각을 아예 접었다. 아무  없이  다니고 있는데 왠지 ‘대학병원으로 옮기려구요하고 말을 꺼내기도  그랬고.


33주에 동네병원에서 수술날짜를 잡았다. 36주 2일. 3월 26일이었다. 남편 생일은 3월이고 내 생일은 26일이니 딱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임신기간 내내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아이들은 머리를 위로 두고 지냈기에 자연분만은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쌍둥이 임신인 걸 알았을 때부터 자연분만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었다. 쌍둥이는 자연분만을 하더라도 응급상황이 오는 경우가 많아 ‘결국 둘째는 수술로 낳았다’는 얘기가 너무 많다. 실제로 쌍둥이 출산은 80%가 제왕절개라고.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엔 쌍둥이를 낳다가 죽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근래의 쌍둥이 출산율 증가는 난임 시술도 하나의 원인이 되겠지만, 좀 더 과거와 비교해본다면 의료기술의 발달과 병원에서의 출산 증가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아무튼 편안하게 동네병원에서 수술하고 편안하게 조리원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계획은 계획일 뿐, 역시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출산을 앞두고 ‘막달검사’라는 걸 한다. 태동 검사,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그리고 채혈과 소변으로 빈혈 등 각종 수치와 단백뇨를 체크한다. 태동 검사를 제외한 모든 검사를 34주에 하고 태동 검사는 왜 안할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후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전화가 오는 건 대개는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다. 수치가 정상이면 문자로 결과가 오지 보통은 전화까지 하지는 않으니까. 지금까지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모두 전화를 받았었는데, 전부 다 수치가 안 좋으니 추가검사를 해야 한다는 전화였다. 다행히 추가 검사에서는 모두 정상이었다. 우리는 ‘쌍둥이들이라 검사도 무조건 두 번 하게 만든다’며 웃었고.


이번엔 간수치가 높다고 했다. 정상수치보다 3 정도 높아서 염려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상범위를 벗어났으니 재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채혈 과정 때문에 가끔 간수치가 조금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재검하면 괜찮을 거다 했는데.. 다음 날인 토요일 바로 가서 채혈했더니 오히려 간수치가  올라 있었다. 주치의는 ‘ 번만  검사해보자. 하라는대로 해야지 . 그래서 주말을 보내고 다음  화요일 아침에 가서 다시 채혈을 했다. 숫자는 꾸준히 상승 중이었다. 주치의는 상급병원 내과에 가서 간초음파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며, 아예 그곳 산과로 전원해 출산하기를 권했다.


임신 중 간수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마취가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가 없다는 것. 임신 중에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는 대부분 임신중독증에 동반되는 증상이다. 임신중독증은 임신에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고 임신함에 따라 몸에 무리가 와서 부종, 고혈압, 단백뇨 등의 증상이 한꺼번에 오는 거다. 해결책은 출산. 아이를 낳으면 좋아진다.


하지만 나는 발이 좀 부었을 뿐이었지 임신중독증이 의심될 만큼 심각한 부종도 없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 임신하고는 술도 끊었고, 간염 예방접종도 모두 마쳤기 때문에 간수치가 오를 이유가 없었다. ‘임신 간수치’를 많이도 검색해봤지만 딱히 해결책도 없어 보였다.


상급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님은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분이었다. 이미 채혈을  번이나 하고 와서 다시  검사를  필요는 없겠다며, 과도하게 높은  아니니 지켜보자고만 했다. 어차피  출산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그리고 바로 산부인과 진료. 담당 교수님은 쿨한 성격이어서, ‘ㅇㅇㅇ산부인과에서 여기서 출산하는  좋겠다고 해서 왔다 했더니 ‘굳이  그래도 될텐데하면서도 알았다며 앞으로 잘해보자(?) 했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진료가 잡혔다. 갈 때마다 피를 뽑고 소변 검사를 했다. 세 번째로 간 진료에서 입원이 결정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꾸준히 오르던 ALT 수치가 90을 넘어, 입원해서 간초음파도 보고 수액도 맞자고 했다. ALT는 40까지가 정상이다.


산부인과가 위치한 신관 건물 옆 응급센터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다. 입원환자와 상주 보호자 1명. 콧속이 따끔할 정도라던데 생각보다 콧속을 오래 쑤셔대서 눈물이 찔끔 날 지경이었다. 아픔을 잘 참는 내가 아프다는 내색을 않고 의연히 검사를 받는 것 같아 보였는지, 남편은 별로 안 아프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매콤한 면봉 맛을 봤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문자로 온다고 했다. 음성이라고 문자를 받으면 입원하러 오라고 해서 집에 가서 짐 싸고 기다렸다.


이제 다시 집에 올 때는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이 되어 있겠지?


우리는 그 때, 출산하지 않고서는 집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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