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심리만만 2화.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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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없고 허탈하며 짜증 나는 싸움이 바로 “사랑싸움”이다. 재미없는 이유는 타인들의 관점에서는 별 것도 아닌 주제로 싸운다. 허탈하고 짜증이 나는 이유는 싸웠다고 울고불고하면서 달래주고 위로해주며 진지하게 대화에 응해주었는데 며칠 지나서 보면 또 서로 딱 붙어서 죽고 못 살 사람처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내가 왜 그렇게 진지하게 응해줬지?’라는 생각에 허무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막상 ‘사랑싸움’을 하는 두 사람은 너무 진지하다. 그리고 심각하다. 왜냐하면 서로 “깊고 깊은 사이”이며, “감정적으로 심하게 얽혀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싸움이라는 것은 필수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잘 못 관리하면 애정을 식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체 ‘사랑싸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두 사람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동반한다. 친한 친구 두 사람이 함께 장기 배낭여행을 가면 반드시 싸우게 되어 있다. 학창 시절, 다른 반일 때에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도 같은 반이 되어 책상을 맞대고 사는 짝꿍이 되면 싸우게 되어 있다. 또한 한 사무실 내에서도 먼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나와 책상을 맞대고 있는 사람과 갈등이 많이 일어나게 되어 있고, 업무 상 연관성이 높아 자주 보게 되면 갈등이 더 많이 생긴다.
각기 다른 요구와 입장, 그리고 다른 성향과 행동방식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당연히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관계가 깊어지거나 혹은 공유하는 시간이나 공간이 넓어질수록 더욱 갈등이 심화된다. 그래서 연애 때에는 없던 갈등이 결혼 후에 그렇게 많이 발생하며, 갈등이 조절되고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싸움이 지속되면 '대체 왜 결혼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말만 만나서 서로의 공간이나 시간을 덜 공유하는 “주말부부”가 애틋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하늘이 허락해 준' 부부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혹은 정서적/감정적 공유가 깊어지면 당연히 싸움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싸움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인정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즉, 갈등관리와 화해 및 사과)”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만약 싸움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우리는 왜 자꾸 싸울까?”, 혹은 “우리가 안 맞나?”라는 비현실적 기대에 근거한 필요 없는 생각들에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능한 한 덜 싸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싸움을 했으면 빨리 풀고 해결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싸움과 관련된 감정들은 주로 “부정적 감정”(예를 들어, 분노, 화, 우울, 걱정, 스트레스 등)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라도 이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잦아지면 관계도 악화되기 마련이다.
‘코끼리를 죽일 수 있는 백한가지 방법’ 중 가장 나쁜 것은 ‘코끼리가 죽을 때까지 이쑤시개로 찌르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코끼리가 왜 죽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치고 피곤해서 죽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잔인한 비유”를 드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서 똑같은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잦은 부정적인 감정은 정말 두 사람을 서로 피곤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든다. 서로 사랑하고 애정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의 교류가 증가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말 지친다. 그 사이에서 어찌 설렘과 긍정적인 애틋함이 생기겠는가?
잦은 싸움이 더욱 나쁜 이유는 긍정적 교류와 상호작용을 극히 방해한다는 점이다. 이는 오랫동안 준비해서 간 여행에서 싸움이 발생하는 경우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많은 기대와 설렘을 느끼고, 즐거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런데 출발하는 날, 혹은 도착하자마자 싸움을 하게 되면, 온 여행을 모두 망쳐버리게 된다. 애틋함과 설레임으로 더 깊은 애정과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여행이 지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즉, 싸움이라는 것은 둘 간의 소중한 것을 나누지 못하게 하는 나쁜 점이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싸움은 줄이는 것이 좋으며, 싸움이 발생하더라도 빨리 해결하는 것이 낫다.
싸움의 첫 번째 원인은 단순한 “다름”이다. 어느 누구나 다른 특성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 성격 상의 다름이 있고, 취향 상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는 방식의 다름이 있으며, 관계하고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싸움의 잠재적 원인이다. 만약 ‘자연인’처럼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속세에서 누군가와 관계와 상호작용을 한다고 하면 이와 같은 서로의 ‘다름’에 기반한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즉, 어느 누구라도 똑같은 스타일과 성향을 가질 수 없으며, 이로 인하여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싸움의 두 번째 원인은 서로에 대한 ‘기대와 요구’이다.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해버리면, 싸움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에 서로 간에 기대와 요구가 많으면, 싸움이 잦아진다. 즉, 상대방이 ‘나에게(즉, 나의 요구와 다름에) 맞추어 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근본적인 싸움의 근원이다. 그런데 관계가 깊어지거나 혹은 소위 사랑이 깊어지면 서로 간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높아지게 되어 있다. 관계의 초반에는 서로의 ‘다름’이 호기심과 흥미로 작용하여 매력을 느끼는 근원이 되어 서로의 기대를 못 맞추어줘서 난리를 한다. 그런데 관계가 깊어지면서 “내 사람”이 되었다 싶어지면, 나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강요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싸움의 세 번째 원인은 ‘타협하지 않음’이다. 서로의 다름에 기초하여, 각자의 요구와 기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의 요구와 기대만 일방적으로 맞추어 줄 수는 없는 법, 서로 타협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있어야 잘 지낼 수 있다. 한쪽의 기대와 요구에만 맞추는 관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노예제도"에서나 가능한 얘기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자신의 요구와 기대만을 주장하고, 타인의 바램은 무시하게 된다면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사랑 전쟁”이 지속된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새인가 “싸움이 가지는 나쁜 점들”로 가득 찬 사이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관계가 발전되지 못하고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잦은 싸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싸움” VS “즐거움”의 비율이다. 만약 만나는 과정에서 거의 80-90% 싸움만 한다고 하면 만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게 무슨 사랑하는 사이인가? 그런 사이를 보통 (감정가 얹어서) “왠수!!!”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의 대부분 시간 동안은 “즐거움”을 주는 교류를 하다가, 일부 10-20% 정도 싸움을 한다면, 그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좋아서 정신 못 차리는 (타인들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재수없는 커플”의 투정일 뿐이다(feat. 부러우면 지는 것임!!).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사랑”하고 “애정”하는 것은 기본이며,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하는 노하우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싸움이 일어난 후 이를 치유하고 후유증을 줄이는 노력(즉 “사과”와 “화해”)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 알고 보면 무척이나 고품격과 고난이도의 심리적 활동인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거의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를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하거나 유지한 사람들은 ‘사랑이 주는 행복감’에 더불어 ‘성숙’이라는 심리적 선물을 덤으로 받는 것이다.
아… 나는 이미 졌다!
이 글을 쓰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걸 보면.. 이미 진 것이 맞다.. ㅠㅠ ^^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2
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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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 핵심 요소 by 노박사. 직장생활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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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사과하는 방법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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